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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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인기 종목, 언제까지 관심 부족 탓만?

기사입력 2010.02.05 14:04 / 기사수정 2010.02.05 14:04

허종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익산, 허종호 기자] '제91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경기가 익산아이스링크장에서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모든 경기를 끝냈다. 

'빙판 위의 체스'라는 수식어답게 치열한 경기를 펼치며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보여줬다.

그러나 빙판 위를 떠난 컬링 경기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니, 경기 자체는 만족스러웠으나, 대회 운영면에서 큰 아쉬움이 남았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전국'체육대회라는 단어가 부끄럽게 경기장은 한산했다. 그리 넓지 않은 경기장에 선수의 가족 및 지인을 제외한 일반 관중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비인기 종목임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관중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제대로 된 관중석도 없었다.

바쁜 아침부터…

일단 경기 시작 시각이 문제였다. 남·녀 일반부 및 고등부 결승전이 시작된 시간은 금요일 오전 8시. 경기장 밖에는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과 학교에 등교하는 중·고등학생들로 붐볐다. 그 시간에 자발적으로 컬링 경기장을 찾을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더욱 큰 문제는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경기가 익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자체가 적었다는 것이다. 익산 시내 및 대학로 근처의 주요 도로에서 전국체육대회와 관련된 홍보물은 볼 수 없었다. 단지 아이스링크장 앞에서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었을 뿐이다. 다만, 지역 뉴스에서 전주와 익산에서 전국동계체육대회가 열린다는 것만 몇 차례 방송했었다.

익산 시민인 이정민씨(대학생, 25)는 "전국동계체육대회가 익산에서 치러지는 줄도 몰랐다. 모르고 있는 거랑 알고 있는 것은 다르다. 모르고 있었다면 갈 가능성이 아예 없지만, 알고 있었다면 갈 수 있다. 좀 더 일찍 소식을 접했더라면 경기장을 가봤을 것이다. 컬링이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경기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들만의 잔치

익산아이스링크장이 위치한 영등동은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대규모 주거 지역이다. 근처에 위치한 중·고등학교만 해도 여러 개다.

만약 대회운영위원회에서 관중을 불러모으고자 생각했다면, 경기장에 선수 지인들만 오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비인기 종목 관계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그들은 언제나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에 힘들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국민의 관심이 부족하기에 비인기 종목이 서러움을 겪는 것이다. 결국, 관심 부족으로 인해 그들만의 잔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농구·야구·축구가 시작부터 인기 종목이 된 것은 아니다. 모든 인기 종목은 사람들의 적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됐다. 즉 처음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작은 불편은 감수해야

만약 관중을 모으기 위한 광고 및 홍보를 제대로 하고, 경기 시작 시각을 좀 더 미뤘다면 어땠을까?

물론 경기 시간이 긴 컬링을 미뤘다면 대회 운영 면에서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오전·오후가 아닌 낮·저녁으로 경기 시간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아시아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를 오전에 치르기도 한다.

어떤 종목이든지 재미없는 종목은 없다. 잘 모르는 종목이더라도 보고 있으면 그 종목 특유의 재미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종목을 접할 기회조차 없다면, 그 종목 특유의 재미 또한 느끼기도 힘들 것이다.

[사진 = 한적한 컬링 경기장 모습 ⓒ 허종호 기자]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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