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01 15:00 / 기사수정 2010.02.01 15:00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2일에는 태릉에서 동계올림픽 출정식이 열리며 대표선수단은 곧 밴쿠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고독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끝으로 올림픽 준비에만 전념하고 있는 김연아는 빙판 위에 비친 그림자를 상대로 끊임없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전주 화산체육관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가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최고의 점수인 183.96의 점수를 받았지만 이 점수는 김연아가 기록한 시즌 최저 점수인 187.98보다 낮은 점수였다. 아사다가 올 시즌 들어 가장 안정적인 경기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점수 비교만으로 두 선수의 기량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두 스케이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코치의 존재'에서 나타난다. 4대륙대회에 참가한 아사다는 메인 코치인 타티아나 타라소바(러시아) 없이 경기에 임했다. 현재 와병 중인 타라소바 코치는 밴쿠버 올림픽 전까지 일본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일본 취재진들은 밝혔다.
지난 시즌 내내 코치와의 불화설이 돌았던 아사다는 코치 없이 올림픽에 참가할 위기에 몰렸다. 메인 코치가 곁에 없다는 점은 선수에게 큰 불행이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차이점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아사다 마오는 코치 없이 이번 대회에서 분전했지만 메인 코치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김연아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탑 스케이터로서의 경험이 풍부한 오서는 김연아를 컨트롤해줄 적임자였다.
최근 미국 ESPN과 인터뷰를 가진 브라이언 오서는 "내가 만약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보이타노를 압도했다면, 김연아에게 좋은 교훈을 줄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였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던 오서는 두 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모두 은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 느꼈을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오서였다. 오서와 김연아가 함께 만난 것은 둘에겐 모두 행운이었다. 특히, 이미 완성된 최고의 선수였던 김연아를 받아들인 오서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갖춰져 있는 점을 올바르게 이끌어주데 초점을 맞췄다.
김연아는 오서로 인해 완성된 선수는 아니다. 어릴 적부터 단단하게 다져온 기본기와 국제대회를 통한 풍부한 경험이 김연아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정상의 위치에서 감당해야 될 정신적인 중압감은 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서의 가장 큰 공로는 여기에 있다. 김연아가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며 항상 자신감을 주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마인드 콘트롤 싸움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정신적으로 선수를 이끌 줄 알아야 한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김연아가 기복 없이 흔들리지 않는 원인은 오서의 공이 컸다.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3-3 다운그레이드 판정이 내려졌을 때, 코치가 먼저 흔들렸다면 김연아도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원만하게 김연아를 안정시켜준 오서가 있었기 때문에 김연아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올림픽 시즌을 눈앞에 둔 현재, 오서는 각종 언론을 통해서 김연아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최근 캐나다의 공영방송인 C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올림픽의 도전이 1988년의 아쉬움을 얼마나 해소해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의 주인공은 김연아이고 그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올림픽 이후에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김연아가 흔들리지 않게 일관적으로 정신적인 부분을 잡아준 공로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서로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피겨 스케이팅의 사제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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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브라이언 오서,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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