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봄밤'이 뚜껑을 열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기시감을 느끼게 했지만, 초반부터 설렘 포인트를 잡아내는데는 성공했다.
22일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이 첫 방송했다.
이정인(한지민 분)은 약국에 들러 숙취해소제를 샀는데 지갑이 없어 당황했다. 약사 유지호(정해인)는 그냥 가라고 했지만 이정인은 계좌번호를 달라며 발끈했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다. 유지호는 자신의 번호가 필요한지 묻는 이정인에게 자신의 번호를 먼저 알려줬다. 현금도 빌려줬다. 이정인은 유지호에게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유지호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정인은 어쩔 수 없이 약국으로 찾아갔다. 유지호는 "이렇게 한 번 더 보려고요. 밥 먹었어요? 아직이면 이걸로 저녁 어때요"라며 호감을 표현했다. 이정인은 거절했다.
이정인은 이후 유지호가 위층에 사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관심이 갔지만 이정인에게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 권기석(김준한)이 있었다. 유지호와 이정인은 약국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인은 "나 결혼할 사람 있다"며 선을 그었다. 유지호는 "난 아이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부남은 아니라면서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했다. 이정인은 동생 이재인(주민경)의 손에 이끌려 권기석의 농구 경기를 보러 갔다. 이때 상대편 선수인 유지호를 목격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첫 회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여타 드라마와 달리 ‘봄밤’은 주인공의 잔잔한 일상을 그렸다. 그러면서도 첫 만남부터 특별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감정을 느끼는 모습을 비쳐 앞으로 이들이 겪을 갈등의 소용돌이를 예상하게 했다. 드라마의 분위기에 맞게 배우들도 현실 연기를 보여줬다. 일상에 있을 만한 캐릭터인만큼 과장되지 않게 표현했다. 무료한 연애를 하다 새로운 사랑을 마주하는 이정인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한지민이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진다. 정해인도 로맨스에 최적화된 배우답게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다만 아직은 아들을 대하는 장면에서 아빠의 이미지가 묻어나오진 않았다.
김은 작가와 안판석 감독의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올드 팝송으로 이뤄진 배경음악, 잔잔한 흐름 속 인물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 연출 방식, 캐릭터 설정이 비슷했다.
윤진아(손예진)처럼 이정인도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가 있다. 서준희(정해인)처럼 유지호도 초반부터 돌직구 고백을 이어갔다. 윤진아의 엄마가 윤진아를 좋은 조건에 시집보내려 했다면 이번에는 권기석의 아버지가 아들을 장의원의 대학교수 막내딸에게 장가보내려는 속물근성을 보였다. 조금 다른 건 주인공의 직업, 싱글 대디 설정, 연상연하가 아닌 동갑내기라는 점 뿐이다. 배우들도 낯익다. 윤진아의 엄마 역을 맡았던 길해연이 이정인의 엄마로 등장했다. 윤진아의 동료였던 배우 주민경은 이정인의 동생이 됐다. 서준희의 아버지인 배우 김창완은 권기석의 아버지로 모습을 드러냈다.
‘봄밤’은 어느 봄날, 두 남녀가 오롯이 사랑을 찾아가는 로맨스를 담아낸다. 극 중 이정인은 “사랑은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이재인(주민경)의 말에 "미쳤니"라고 외친다. 이에 돌아온 답은 "미쳐야 사랑"이었다. 남자친구, 아들, 양가 부모, 주위 시선 등 여러 걸림돌이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미치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보여줄 듯하다.
물론 우연히 만나 마침 지갑을 잃어버리고 알고보니 이웃 주민이며 공교롭게도 남자친구와 새로운 남자가 함께 농구시합을 하는 줄거리는 작위적인 느낌도 들게 한다. 만남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첫 회는 어쩔 수 없지만 로맨스에 돌입한 뒤에는 현실적이고 개연성 있는 연애를 보여줘야 한다. 전개의 향방은 뻔히 예상되지만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결말보다 과정이다. 공감받을 만한 감정선을 그릴지 눈여겨 볼만하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봄밤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