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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야구] 145g의 희생양

기사입력 2007.07.27 21:23 / 기사수정 2007.07.27 21:23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지난 23일(한국시간) 마이너리그 더블A 경기 도중 코치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주인공은 2003년 두산 베어스에서 외국인선수로 뛰었던 마이크 쿨바 입니다.

쿨바는 콜로라도 로키스 산하 더블 A 팀인 툴사 드릴러스에 7월 3일 코치로 부임했습니다. 그러나 20일 만에 머리에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맞고 병원으로 후송 도중 숨져 쿨바를 기억하는 야구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무게 145g에 불과한 야구공은 시원스런 포물선을 그리며 팬들을 열광하게도 합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여러 야구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며 동료와 그 가족들을 울부짖게도 합니다.

머리로 날아드는 직선타구, 피할 겨를이 없다

2001' 시즌 후, LA 다저스는 에이스 박찬호를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나보내면서 보스턴에서 부활한 노모 히데오를 재영입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좌완 에이스 이시이 가즈히사를 포스팅 절차를 거쳐 4년간 2356만 달러(당시 약 259억 원)의 고액으로 데려왔습니다.

항상 졸린 눈으로 마운드에 오르던 이시이는 최고 153km/h에 육박하는 빠른 직구를 앞세워 2002년 14승(10패)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에도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2002년 9월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브라이언 헌터의 타구를 머리에 정면으로 맞고 쓰러집니다.

두개골 골절로 머리에 티타늄을 박는 대수술을 한 이시이는 이후 자신감 결여와 함께 구위가 조금 하락, 뉴욕 메츠를 거치며 2006년 친정팀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돌아갔습니다. 기교파 투수가 아닌 파워 피처 계열의 이시이에게 머리를 강타한 직선타구는 불운 그 자체였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수준급 계투 요원으로 평가받는 라파엘 소리아노(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또한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이던 지난 시즌 블라디미르 게레로(LA 에인절스)에게 직선타구를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배트를 망나니처럼 휘두르는 듯한 게레로의 타구는 종종 투수 얼굴로 직행, 투수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안겨줍니다.

마운드에 없다고, 투수가 아니라고 안심하긴 이릅니다. 지난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좌완 다카하시 히사노리는 경기 중 더그아웃에 앉아있다가 파울타구를 얼굴에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3루 코치 글렌 호프만도 경기 중 직선타구를 맞은 후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경기장에 오릅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타자에게 직선타구를 맞고 시즌 아웃된 투수들이 있습니다. 94년 14승을 거두며 태평양 돌핀스의 한국시리즈 행을 견인했던 최상덕(현 SK 와이번스)은 이듬해 한화 장종훈의 타구에 얼굴을 맞고 시즌 아웃 됐습니다. 최상덕은 이후 98년이 되어서야 승리를 추가하며 기나긴 휴지기를 보냈습니다.

커브의 달인 중 한 명인 김원형(SK)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김원형은 99년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공교롭게도 장종훈의 타구에 코 부분을 통타당하며 시즌을 끝내야했습니다.

당시 한 스포츠신문은 1면에 김원형의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실어 전주 팬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원형이 제 구위를 되찾는 데에는 2년이나 걸렸습니다.

LG 트윈스의 경헌호 또한 한양대 재학 시절 타구에 눈을 맞고 실명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실명 위기는 넘겼으나 경헌호는 이후 아마추어 시절의 명성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야구계는 이 사건 이후 알루미늄 배트가 아닌 나무 배트로의 전환을 꾀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아니지만 방송인 배칠수 또한 연예인 야구시합 도중 타구를 머리에 맞고 이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투수가 던지는 고의적인 빈볼의 경우는 '동업자 의식 고취'로 예방할 수 있지만 타구의 경우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관중도 타구 조심

2005년 드류 베리모어, 지미 펄론이 주연한 영화 '날 미치게 하는 남자'에서는 베리모어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구장 펜웨이 파크 관중석에서 파울타구에 맞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에서는 희화화를 위해 커다란 혹으로 상처를 묘사했지만 실제였다면 이마 함몰, 실명 등의 가능성이 충분한 아찔한 순간입니다.

국내에서도 맨손으로 파울타구를 잡으려다 얼굴에 맞고 코피를 쏟는 관중을 이따금 볼 수 있습니다. 대개 뜬공이기에 망정이지 빠른 타구가 얼굴을 강타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경우입니다.

지난 4월 12일에는 SK 정상호의 파울타구에 관중석에 앉아있던 그 어머니가 피해를 입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그라운드만큼은 아니지만 관중석 또한 타구에 주의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배트에 정확히 맞은 직선타구의 고통은 상상 이상입니다. 피부 표면에 맞닿는 충격으로 아픈 것과는 차원이 틀립니다. 머리가 말할 수 없이 심하게 울리는 동시에 몸을 가누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 이후에는 눈앞으로 날아오는 물체는 모두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선수, 코칭스태프 등 그라운드의 야구인들만이 아닌 파울타구가 범접할 수 있는 범위에 앉은 관중 또한 갑작스런 파울타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해도 피할 겨를 없이 얼굴로 날아오는 직선타구에 앞으로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진=MLB.COM>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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