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전아람 기자] 박항서 감독이 굴곡진 축구인생에 대해 털어놨다.
18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2'에는 베트남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감독 박항서가 출연했다.
이날 박항서는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회상하며 "히딩크 감독님을 만나 지도자로서 적립할 수 있는 시기였고 코치 일원이었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기대 이상 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해 뜻깊은 해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박항서는 2011년 한국 축구계를 뒤흔든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전말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전남드래곤즈 감독이었던 박항서는 2010년 성적 부진의 책임을 떠안고 감독의 자리를 떠다. 이후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고 이에 가담한 선수들이 밝혀지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박항서는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 일 중 하나다"고 말문을 연 뒤 "그때는 승부조작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지만 경기 영상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2010년 시즌 중반에 훈련이 끝나고 사무실에 왔는데 책상에 흰 봉투가 하나 있더라. 내 이름은 있는데 보내는 사람 이름이 없었다. 팬이 보낸 편지라 생각하고 열어봤는데 '경기가 승부조작이다'고 써있고, 선수들 이름도 적혀 있었다. '감독님이 답변하지 않을 경우 'PD수첩'에 제보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항서는 "깜짝 놀랐다. '미친 X이네' 하고 웃었다. 그런데 제보자의 전화번호가 있어서 통화를 직접 했다. '증거가 있으니 감독님이 직접 선수들에게 파악하라'고 하더라"며 "사무실 가서 구단주와 상의했다. 선수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아무런 증거가 없고 모두 아니라고 해서 선수들에게 각서를 받고 마무리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성적 부진으로 경질이 되고 브라질로 유학을 갔는데 전남 선수들이 연루된 승부조작이 터지더라. 딱 보니까 실명이 거론됐던 애들이 다 걸렸다. 그때 창원 검찰에서 전화를 받았다. 각서 덕분에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박항서는 전남 선수들의 범죄 사실을 알았을 때 심정에 대해 "브라질에 있을 때였는데 진짜 술을 많이 먹었다. 그 애들이 정말 내가 믿었던 애들이었다. 성실했던 선수들이었다"고 밝혔다.
또 박항서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처음에는 공황장애라는 것을 몰랐다.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는데 숨은 정상적으로 쉬고 있는데 나는 숨이 안 쉬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를 타고 다리 위를 지나가면 떨어질 것 같고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 가보니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시합에서의 승리 압박감으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며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이 있는데 그 약이 독하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2년간 복용했는데 지금은 안 먹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박항서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무보수 감독직 논란부터 베트남 진출기까지 모두 털어놔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kindbelle@xportsnews.com / 사진=KBS 2TV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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