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그간 카메라 앞에 수없이 서 왔지만 사진 촬영이 진행되자 “어색하다”며 쑥스러워했다.
“아나운서 때는 반듯한 자세와 화사하고 상냥한 얼굴을 해야 했거든요. 여기에는 적응이 어느 정도 됐는데 정작 배우로서의 프로필 사진은 없더라고요. 표정이 많이 담기지 않은걸 찾아봤는데 거의 환하게 웃고 있어요. 스틸컷은 아직 정복이 안 된 것 같아요. (웃음) 예전에는 잔머리를 정리하는 것도 직업병이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아나운서 같아지니까 습관을 버려야 해요. 하나하나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이겠죠.”
김경란은 2015년 ‘시유 어겐’에 이어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공연 중인 ‘사랑해 엄마’로 무대에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그는 KBS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하던 그는 2012년 해외봉사활동을 위해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 '꿈을 쏘다', ‘내 몸 사용설명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약했다. 연극배우로 변신한 그는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연극 '1950 결혼기념일'(연출: 윤진하)의 주인공(엑스포츠뉴스 단독보도)으로도 캐스팅됐다.
“고단했지만 (아나운서로서의) 경험은 행운이었어요. 그런데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구성원으로서 해야 하는 것들과 유한한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건 다르잖아요.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로 채우고 싶었어요. 직장인은 제재가 많잖아요. 1년에 휴가도 일주일이고요. 아프리카도 가고 싶고 지체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하며 시간을 가치 있게 쓰고 싶은데 매여 있는 곳이 있으면 한계가 있어요. 내가 정말 하고 싶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로 삶을 채우는 사람이 돼보자 해 프리가 됐죠. 연극은 들이는 시간이 많잖아요. 득이 되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소속사에게도 미안했어요. 그래서 올해 2월에 6년간 몸담은 소속사에서 나왔죠.”
2013년 tvN '스타특강쇼'에서 프리랜서를 선언할 때 주위로부터 우려 섞인 독설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결심이 서니 흔들리지 않았다 “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확고했던 과거처럼 현재도 아나운서를 그만둔 이후의 삶에 대해 후회는 없단다. 이미 결정한 것에 미련을 두진 않는 성격이다.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후회 없는 삶을 살라고 했어요. 그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 고민하는데 일단 내리면 뒤돌아서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솔직히 KBS 안에 있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죠. 그런데 그 이후의 삶은 후회 없어요.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시행착오가 있다고 해도 많이 생각하고 결정에 도달한 날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게 중요해요.”
아나운서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안정적인 울타리에서 벗어나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나섰다. 불안함도 뒤따르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아 설렘을 느끼고 있다.
“버라이어티 해요. 수입이 0원인 날도 있는데 그래도 설레요. 각종 공연이 9월까지는 잡혀 있고 대충의 플랜이 나와 있어요. 올해 말은 무얼 하면 좋을까 생각해요. 안정된 직장에서 10년 뒤가 그려지는 삶을 살 것이냐, 당장 불안해도 내가 원하는 걸 채울 수 있는 살 것인가인데 둘 다 가질 수는 없죠. 선택에는 대가가 따라요. 그 대가를 감수하느냐 아니면 감수하지 않고 유지하느냐죠. 뭐든 경험할 기회는 다 열어뒀어요. 지금은 연극뿐 아니라 국악방송에서 라디오도 하고 SBS CNBC에서 보험 관련 방송도 하고요. 르꼬르 동 블루 제빵 과정을 수료하고 틈틈이 빵도 구워요.”
김경란은 “누가 원하는 삶이 아닌 나답게 살고 싶다”라고 바랐다. 현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원하는 게 뭔지 알아가는 중이란다.
“라디오 ‘문화시대 김경란입니다’의 게스트로 명인, 장인이 많이 나와요. 그분들은 한 분야에 인생을 쏟은 분들이잖아요. 장인이 만든 컵을 쓴다는 건 그의 영혼도 함께한다는 걸 느꼈어요. 컵 하나에도 자기의 혼을 담고 정신을 담겨 있듯이 저도 방송, 연기 모두 나답게 내 정신을 담고 작업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척하는 게 아니라 충실하게 살길 바라요. 지금까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이 없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열심히 하는 삶'을 산 것 같죠.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면서 살고 싶어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