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1.24 07:11 / 기사수정 2010.01.24 07:11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의 우승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전이 될 밀란 더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하 한국시간, 25일 KBS N 스포츠 오전 4시 30분 중계)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더비 중 하나인 밀란 더비는 양 밀란의 성적과 전통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다른 지역 더비에 비해 더욱 치열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의 경기는 두 팀의 팬을 넘어서 전 세계 축구팬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의 경우, 2005-2006 시즌(-물론, 인테르가 어부지리로 우승을 했지만-) 이후 리그 4연패를 기록(-압도적인 실력-)하며 리그 최강으로 불리는 인테르와 그들의 5연패를 저지하기 위해 추격하는 AC 밀란이 격돌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밀란 더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역사와 최근 양 팀의 행보에 대해 논해보자.
1. 밀란 더비의 역사
1899년 12월 16일은 AC 밀란의 전신인 밀란 풋볼-크리켓 클럽이 공식적으로 창설된 날이다. 이탈리아 축구의 양대 산맥인 제노아와 토리노 지역의 대항마로 부상한 그들은 이탈리아 축구의 중심을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 지역으로 옮기는 데 성공한다.
초기 밀란은 영국적인 색깔이 깊었으며 이탈리아와 영국 출신 선수로만 구성된 팀에 대해서는 반발감이 커졌다. 이 때문에 1908년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가 창설되었으며 이 팀을 오늘날의 인테르 밀란으로 보면 된다.
밀란과 인테르는 초기부터 다른 길을 걸었다. 밀란이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했다면 국제주의를 표방하는 인테르는 부르주아 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現 AC 밀란의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밀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앞에서 말했던 계급 의식은 사라졌지만, 두 팀은 시작은 같지만 늘 다른 길을 걸어왔다. 심지어 두 팀은 유니폼에서도 로쏘네리(검정빨강, AC 밀란을 상징)와 네라쭈리(검정파랑, 인테르 밀란을 상징)라는 대비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밀란 더비의 다른 행보는 그들이 배출했던 스타 플레이어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밀란은 마르코 반 바스텐, 프랑크 레이가르트, 루드 굴리트로 대표되는 오렌지 삼총사와 함께 승승장구했었다. 반면, 당시 인테르는 안드 브레메, 위르겐, 클린스만, 로타어 마테우스가 주축이 된 게르만 삼총사와 80년대 후반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근에는 밀란이 넬슨 디다, 마르코스 카푸, 세르지뉴, 카카, 호나우지뉴, 알레산드레 파투, 티아구 시우바 등, 내로라하는 브라질 출신 선수들로 팀을 이끌었다면 인테르는 아르헨티나 출신인 하비에르 사네티, 에스테반 캄비아소, 왈테르 사무엘 등을 통해 팀을 꾸리고 있다. (인테르가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다면 밀란은 브라질 출신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나치게 브라질에 편향적인 영입 정책은 문제되지만 그들이 보여준 활약에 대해 의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2. 스쿠데토의 주인을 가늠했던 1992-93시즌과 2008-09시즌의 밀란 더비
밀란 더비는 리그 우승의 옥석을 가리는 중요한 일전이다. 이번 경기에 따라 세리에A의 우승팀이 정해질 만큼, 그동안 밀란 더비가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에는 그만큼 치열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993년 4월 10일에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A 27라운드이자 밀란 더비는 리그 우승팀을 결정지은 중요한 일전으로 회상된다. 당시 승점 42점을 기록하며 35점의 인테르보다 7점을 앞선 밀란은 밀란 더비에서 루드 굴리트의 골로 1-1로 비겼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인테르가 기록한 최종 승점이 46점이고 밀란이 50점이었음을 고려할 때, 만일 인테르가 밀란을 꺾었다면 리그 우승의 주인은 바뀌었을지 모른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초반 2연패를 기록하며 부진에 늪에 빠졌던 밀란은 슈페르 피포와 카카의 맹활약에 힘입어 인테르를 맹추격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양 팀은 밀란 더비를 맞이했는데 아드리아누의 핸드링 골에 힘입은 인테르가 2-1로 승리를 거두며 리그 우승을 잠정적으로 확정짓게 되었다. 이 날 경기에서 패한 밀란은 상승세가 꺾이며 유벤투스에 상대전적이 밀린 3위를 기록했었다.
▲ 2009-2010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양 팀의 현재 순위]
3. 양 팀의 부상 현황
인테르는 주전 포워드인 사무엘 에투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되었지만,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고란 판데프가 그의 공백을 메울 전망이다. 포워드는 워낙 두터운 스쿼드를 자랑하기 때문에 괜찮지만, 팀의 핵심인 웨슬리 스네이데르가 감기로 결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격을 이끌 지휘자의 부재는 뼈 아플 것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FC 바르셀로나로 보내면서 팀 전력의 절반을 잃었던 인테르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데려온 스네이데르가 무리뉴 체제의 4-3-1-2전술에서 비교적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려를 잠재웠다. 인테르에 입성한 이후, 스네이데르는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가 이번 경기에 결장한다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스네이데르가 출전했을 때 인테르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그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상대에게 위축되었다.
지속되는 부상 병동 때문에 무리뉴는 연습 경기에서 프리마베라 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4-2-3-1전술을 실험했지만, 스네이데르의 갑작스런 감기 때문에 실제 경기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반면, AC 밀란은 이번 시즌 상승세의 가장 큰 주역인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결장할지 모른다. 지난 시즌을 부상으로 모두 날리며 은퇴설이 제기되었던 네스타는 이번 시즌 화려하게 복귀하며 티아구 시우바와 유럽 최고의 중앙 수비진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출장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마땅한 백업 수비요원이 없는 밀란에게는 가장 큰 악재일 것이다.
알레산드레 파투의 결장도 눈에 띈다. 지난 1차전에서 유일하게 잘했던 파투는 지난 시즌 밀란 더비에서도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팀의 만회골을 얻은 전례도 있다. 큰 경기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브라질의 원더 보이의 부상은 향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밀란에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4. 예상 명단 및 관전 포인트
- AC 밀란: 디다, 이나치오 아바테, 티아구 시우바, 카카베르 칼라제(알레산드로 네스타), 지안루이카 잠브로타(루카 안토니니), 안드레아 피를로, 마시모 암브로시니, 클라렌세 셰도르프(젠나로 가투소), 데이비드 베컴, 호나우지뉴 가우슈, 마르코 보리엘로
- 인테르 밀란: 줄리우 세자르, 더글라스 마이콘, 루시우, 왈테르 사무엘, 다비데 산톤, 에스테반 캄비아소, 하비에르 사네티, 웨슬리 스네이데르(티아구 모따), 마리오 발로텔리, 고란 판데프, 디에고 밀리토
※ 참고 사항
- 272번의 밀란 더비에서 106승 72무 94패로 AC 밀란이 앞서 있지만, 200번의 리그 내 밀란더비는70승 61무 69패로 인테르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 최근 인테르는 밀란과의 밀란 더비에서 5승 2패로 크게 앞서고 있다. 한편, 지난 2시즌 동안은 1승1패로 대등하다.
- 밀란 더비는 양 팀의 향후 리그 성적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만일 인테르가 밀란을 꺾는다면 사기 재충전의 기회가 되는 동시에 부진했던 경기력을 조금씩 만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면 밀란이 인테르를 꺾는다면 상승세를 이어나가면서 선두 탈환이라는 값진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밀란은 지난 몇 시즌동안 유난히 강했던 피오렌티나와의 리그 17라운드를 폭설 때문에 치르지 않은 상태이다.
[사진= 호나우지뉴와 더글라스 마이콘 ⓒ AC 밀란, 인테르 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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