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1.24 07:12 / 기사수정 2010.01.24 07:12
암울했던 밀란,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AC 밀란은 카카와 파울로 말디니로 대표되는 창과 방패를 잃은 상황에서 마땅한 전력 보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게다가 라이벌 인테르와 유벤투스가 밀란과는 다르게 비교적 만족스러운 이적시장을 보낸 점은 밀란의 추락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설상가상 7라운드 아탈란타 전까지 고전하며 4위권 진입마저 불투명해 보였다.
밀란은 8라운드 AS 로마 전에서 알레산드레 파투의 득점에 힘입어 역전승을 거두며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뒤, 갈락티코 2기의 레알 마드리드를 격파하며 본격적인 상승세에 들어섰다. 로마 전을 시작으로 밀란은 리그에서만 최근 12경기에서 10승 1무 1패를 기록했으며 최근 5경기에서는 4승 1패의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특히 겨울 휴식기를 마친 후에는 제노아, 유벤투스, 시에나를 상대로 강력한 한 방을 과시했다.
안첼로티의 그늘에서 벗어난 레오나르도의 밀란
이번 시즌 밀란은 브라질 지역 스카우터였던 레오나르도 나스시멘토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01-2002시즌부터 팀을 이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 전술에 익숙했던 밀란 이었지만, 레오나르도는 4-3-3을 선택했다.
안첼로티의 전술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유사한 미드필더의 체계를 갖춘다. 두 명의 포워드를 최전방에 나서게 하면서 한 명의 트레콰르티스타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를 생각하면 된다)에게 2차적인 공의 배급을 맡겼다.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한 전술에서는 레지스타인 안드레아 피를로에게 최초로 공을 배급하는 조율사의 역할을 맡겼으며 젠나로 가투소가 전투적이며 뛰어난 활동량을 통해 홀딩으로 나선다. 클라렌세 셰도르프는 창의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피를로가 봉쇄될 경우 직접적으로 공격 조율에 나선다. (단순한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트리에서 실질적으로 핵심의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보면 된다.)
기존의 선수 진을 최대한 활용한 레오나르도의 4-3-3은 호나우지뉴와 알레산드레 파투를 좌우 윙 포워드로 기용하면서 최전방에 마르코 보리엘로를 배치했다. 그동안 밀란이 필리포 인자기의 한 방으로 토너먼트에서 승승장구한 것과 달리, 보리엘로는 연계성과 팀원들과의 호흡이 좋다.
중앙 미드필더는 피를로와 마시모 암브로시니를 후방에 배치하면서 이들보다 앞 선에 셰도르프를 둔다. 주장인 암브로시니는 공수 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선사하며 기존의 주전이었던 가투소를 밀어냈다.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수비적인 그의 맹활약은 밀란 상승세의 촉매제가 되었다.) 피를로는 안첼로티가 그랬듯이 후방에서 공을 배급하며 팀 전술의 빌드업을 이끌어내며 셰도르프는 호나우지뉴와 함께 창의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공격의 연결 고리가 되었다.
요주의 인물 : 호나우지뉴와 보리엘로, 데이비드 베컴
얼마 전, 인테르의 마시모 모라티 회장은 밀란 더비를 앞두고 호나우지뉴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라이벌 회장마저 극찬할 만큼 최근 호나우지뉴의 행보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에는 2% 부족하지만,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주력과 활동량을 자신의 최대 장기인 뛰어난 테크닉과 패싱력을 바탕으로 극복했다.
즉, 카카를 잃은 밀란이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다는 기존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특히 호나우지뉴는 지난 3경기에서 6골이나 득점하며 득점력에서도 우월함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맹활약은 브라질 대표팀에도 호재가 되었으며 둥가는 지난 2008년 3월 에콰도르와의 경기 이후, 호나우지뉴를 적극 기용하지 않았지만 플랜 B의 주축 멤버로서 대표팀에 차출할 가능성이 크다.
호나우지뉴가 연결 고리로서 훌륭한 활약을 펼친다면 마르코 보리엘로는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알베르토 질라르디노가 AC 피오렌티나로 떠나면서 대체 자로 제노아에서 복귀한 보리엘로는 부상 때문에 지난 시즌에는 투명 인간 신세로 전락했지만, 레오나르도 체제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빛을 내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의 합류도 무섭다. 지난 3경기 동안 파투의 부상 때문에 오른쪽 측면이 약화된 밀란은 베컴이 공수 양면에서 효과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이를 완전히 메우게 됐다. 호나우지뉴가 좌측 윙 포워드로서 공격의 구심점으로 나선다면 베컴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서 수비적인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이나치오 아바테의 오버래핑을 도왔으며 아바테가 공격에 가담한 사이 생기는 수비 공간을 착실히 메웠다.
밀란의 승리가 예상되는 이유
AC 밀란은 전통적으로 토너먼트에서 강했다. 즉, 중요한 경기에서 성적이 더 좋았음을 의미한다.
지난 몇 년간, 밀란이 토너먼트에서 강한 이유는 상승세였다. (2006-2007시즌의 예를 들어보면 리그에서는 4위를 기록했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을 차례로 격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유는 간단했다. 승승장구하던 밀란은 상승세란 본 궤도에 올라섰으며 상대는 밀란의 경기에 압도당하게 되었다.)
밀란은 노장 선수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나지만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노련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서 한 번 상승세에 오르면 쉽게 꺾이지 않는데 이는 최근 밀란의 성적에서 드러난다.
시즌 초반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과 달리 노장들의 투혼은 팀의 전술이 안정되도록 도와줬으며 사기 면에서도 최고의 상태로 이끌었다. 이 때문에 최근 밀란은 상대의 전력과 상관없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주전인 셰도르프와 지안루이카 잠브로타가 이번 경기를 통해 부상 공백을 깨고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셰도르프의 복귀는 지나치게 경직된 플레이를 보여주는 인테르의 미드필더를 상대로 공격에서의 창의성의 매서움을 보여줄 것이다.
현재 인테르의 미드필더는 투박하며 종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스네이데르에게 집중되었다. 만일 팀의 주장인 파이터 형 미드필더 암브로시니가 스네이데르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면 인테르의 공격은 완벽하게 막힐 것이다. (암브로시니는 경고 누적 때문에 지난 경기에 결장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적다)
[사진=밀란 상승세의 주역 호나우지뉴 ⓒ UEFA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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