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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키즈', 그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기사입력 2010.01.12 05:21 / 기사수정 2010.01.12 05:2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97년생 동갑내기 피겨 유망주들이 한국 피겨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9일과 8일, 서울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 실내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제64회 전국남녀 종합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은 '13세 3인방'의 독무대였다.

여자 싱글 시니어 우승을 차지하며 13세(만 12세)에 '국내 피겨챔피언'에 등극한 김해진(13, 관문초)과 시니어 3위에 오른 박소연(13, 나주초), 그리고 주니어 부분에서 1위에 오른 이호정(13, 남성초)이 그들이다.

모두 같은 해에 태어난 '97년 동갑내기'인 이들의 성장은 '수직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김해진과 박소연, 그리고 이호정은 10대 초반에 더블 악셀을 완성했고 지난해부터 트리플 점프를 연마하고 있다.

김연아 이후,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김해진과 박소연은 승급시험에서도 계속 합격해왔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승급시험에서 나란히 7급 자격을 따낸 김해진과 박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시니어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97년생 3인방'은 작년 12월 19일에 열린 '2009 피겨 스케이팅 꿈나무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김해진과 박소연은 선배 선수들을 능가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한국 피겨의 중심이 김나영(20, 인하대)과 김채화(22, 일본 관서대), 그리고 신나희(20, 계명대)의 세대에서 10대 초반의 어린 선수로 이동하리라는 예견이 조심스럽게 점쳐졌었다.

그리고 결국, 이번 종합선수권을 통해 김연아를 보고 성장한 선수들의 급부상이 현실로 이뤄졌다. 김해진은 트리플 점프 5가지를 모두 성공하면서 148.78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는 김연아와 함께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곽민정(16, 군포수리고)이 세운 134.23보다 무려 14.55점이나 높은 점수였다.

또한, 박소연도 127.77의 점수로 3위에 올랐다. 주니어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호정은 112.20의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는 시니어 부분에서 5위에 오른 김나영이 기록한 105.10을 능가하는 기록이었다.

'97년생 연아 키즈'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싱글 상위권을 모두 점령했다. 7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김연아가 홀로 독주했던 시절과 비교할 때,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은 한국 피겨의 '큰 축복'이다.

피겨 유망주들의 '롤 모델'이었던 김연아의 영향

지금으로부터 15개월 전, 국내 선수들이 훈련하는 아이스링크를 방문할 때, 현장의 많은 전문가는 "10대 초반 선수들의 성장이 무섭다. 이 선수들이 성장할 때, 한국 피겨의 새로운 전성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연아를 보고 아이스링크에 몰린 유망주들 중,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 선수들 중, 가장 대표적인 스케이터가 바로 김해진과 박소연이었다. 6세의 김해진은 집 근처에 있는 과천 아이스링크를 처음 방문하면서 스케이트를 신게 됐다. 어려서부터 운동 신경이 뛰어났던 김해진은 스케이트를 선택했고 결국, 인생이 되었다.

김해진과 박소연의 공통점은 모두 탁월한 '운동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피겨의 전설'인 미셸 콴은 "최고의 피겨 스케이터가 되려면 예술성과 함께 뛰어난 운동능력이 있어야 한다. 김연아는 이것들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스케이트는 물론, 자전거 타기와 인라인 스케이팅에도 소질이 있었던 박소연은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실력을 다져왔다. 박소연의 지도자인 지현정 코치는 "(박)소연이는 타고난 끼가 있어서 표현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힘도 좋아서 스피드가 빠르고 점프도 좋다"고 평가했다.

어머니인 김정숙 씨의 권유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박소연은 '2008 꿈나무대회 4급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해 열렸던 전국랭킹전과 2009 동계체전, 그리고 종별 선수권을 모두 휩쓴 박소연은 '차세대 토털패키지'로 평가받으며 최고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나란히 6급과 7급 승급시험을 통과한 김해진과 박소연은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지난해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이들은 마침내 국내 시니어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김해진과 박소연, 그리고 이호정의 공통점은 모두 김연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이다. 김해진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김)연아 언니다. 언니의 모든 점을 본받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피겨의 '교과서'로 불리는 김연아는 후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서로 다른 장단점을 인정해 주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97년생 동갑내기 스케이터'들을 계속 지켜봐 온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김해진은 매우 빠른 나이에 트리플 점프 5가지를 완성했고 기술이 뛰어나다. 점프도 좋지만 스핀도 매우 훌륭하다. 그리고 박소연은 점프의 비거리와 스피드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력까지 지녔다. 또한, 이호정은 아직 토룹과 살코만을 트리플로 구사하고 있지만 점프의 질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스핀과 표현력도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김해진의 장점은 점프의 안정성과 빠른 회전력에 있다. 어린 나이에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모두 완성했지만 김해진의 점프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점프의 성공률이 높고 스핀을 비롯한 모든 기술이 골고루 뛰어난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박소연은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서 비거리가 좋은 점프를 구사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무용을 한 경험이 있는 그는 탁월한 '끼'를 갖췄고 다양한 표정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호정은 이번 종합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수행한 6번의 스핀이 모두 '레벨4'를 받았다. 스핀은 최고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이호정은 스파이럴에서도 레벨4를 기록했다.

고성희 이사는 "이 선수들의 점프와 기술은 여전히 발전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벌써 완성된 선수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서로 지닌 장점을 존중해주면서 꾸준하게 성원해주는 점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타고난 재능'에도 있지만 '꾸준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이들은 훈련도 매우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국내대회는 국제대회와 비교해 채점이 엄격하게 매겨진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 선수들이 종합선수권에서 기록한 수치는 놀라운 수준이다. 한국 피겨 계에 이러한 선수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은 커다란 축복이다.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출연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문제는 '굴러온 복'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뛰어난 재목은 늘고 있지만 이 선수들을 육성해줄 풍토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고성희 이사는 "좋은 선수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 선수들이 맘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스케이트장도 늘어나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불기 시작한 피겨의 열기는 훌륭한 재목들의 등장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빛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한국 피겨계의 과제로 남았다. 김해진은 지난 시즌 동안 해외전지훈련을 가지 못하고 국내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그리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 훈련해온 박소연은 팬들의 도움으로 해외전지훈련을 다녀왔다.

피겨 인재들의 등장으로 한국 피겨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지원책에 대한 방안도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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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박소연, 김해진 (C)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김해진, 박소연, 이호정 (C) 엑스포츠뉴스 성대우 기자, 김해진, 이호정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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