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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은?②] '썩어도 준치' 아르헨티나

기사입력 2010.01.05 06:02 / 기사수정 2010.01.05 06:02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겨울 전지훈련 장소인 남아공으로 떠났다. 

이번 전지훈련은 팀의 조직력을 다지는 것 이외에도 유럽이 아직 리그 진행중인것을 감안, 유럽파를 전원 제외하며 국내파 가운데 옥석을 가려 월드컵 최종명단을 가리고자 하는 의미가 있는 훈련이었다. 실상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본선 진출이 확정적이기 때문에 명단에 그들의 이름이 빠져 있다고 크게 의아할 일은 없었다. 월드컵도 이제 150여일 남짓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만큼,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대표팀이 속해있는 B조 각국의 면면을 살펴보며 주목해야 할 만한 선수를 꼽아보았다.

B조의 시드국으로 배정된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더불어 남미 대륙을 대표하는 양대산맥과도 같은 국가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감독을 맡고 있으며,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다 천신만고끝에 4위로 직행티켓을 따내며 자칫 플레이오프로 내려갈 수도 있던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역예선에서 8승 4무 6패를 거뒀는데, 이중 5패가 원정패로 원정경기만 가면 유독 힘을 쓰지 못했으며, 23골 20실점, +3득실이라는 초라한 기록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더구나 오타멘디와 스키아비 등 알수없는 수비진 기용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팀이다.

리오넬 메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등의 스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예전같이 화끈한 공격과 아름다운 패스를 구사하지 못하는 아르헨티나,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단연코 우리 대표팀이 유의해야 할 선수가 있다.

'2009 발롱도르의 위엄' 리오넬 메시

어떻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르헨티나와 바르셀로나 = 리오넬 메시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흡사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다시 필드에서 뛰는 것처럼 상대 수비수들의 혼을 빼놓는 돌파와 허를 찌르는 패스로 소속팀 바르셀로나를 전세계 최고의 팀으로 올려놓은 메시에게 발롱도르와 피파 올해의 선수상이 모두 돌아간 것은 절대 지나치지 않는 처사였다.

물론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만큼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지만, 아르헨티나에서 후안 로만 리켈메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메시를 제외하고 딱히 공격을 풀어갈 만한 선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아르헨티나는 3명의 선수를 제외하곤 모든 선수들이 1골만 넣으며 23골을 달성했는데, 그 3명의 선수는 메시,아게로,리켈메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민첩성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돌파하기에 우리 대표팀에서 발빠른 선수가 전담마크를 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수비진이 붕괴되어 공간돌파를 허용해 위기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에 메시는 단연코 요주의 인물 0순위인 선수다.

'썩어도 준치' 마르틴 데미첼리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플레이하고있는 중앙 수비수인 데미첼리스는 08/09시즌만 해도 뮌헨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09/10시즌 들어서 루이스 반 할 감독의 눈밖에 난 이후로 유망주 홀가 바드슈트버에 밀려 바드슈트버가 리그 전경기에 출장할 동안 고작 8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하며 제대로 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바드슈트버가 측면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점차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 잦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반 할 감독의 신뢰는 얻지 못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서 데미첼리스는 에인세와 더불어 수비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한 수비수다(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신임을 얻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184cm의 수비수치고는 그다지 큰 키가 아니지만 몸싸움 능력이 매우 좋으며 뮌헨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경험도 있는 만큼  수비 위치선정 능력 또한 탁월한 선수다. 본선에서 대표팀의 전방 공격수로 유력한 박주영은 데미첼리스를 넘어서기 위해 그의 약점을 지금부터 철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영웅은 위기에서 나타난다' 곤살로 이과인

마라도나 감독은 아르헨티나 여론이 캄비아소나 이과인같은 유능한 선수들을 선발하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선수선발에 대해 문제를 삼자 결국 예선 두경기를 남겨두고 레알 마드리드의 곤살로 이과인을 대표팀으로 불러들였고, 이과인은 페루전에서 선제골을 쏘아올리며 팀을 월드컵 본선으로 올려놓는데 일조했다. 물론 페루전 주인공은 인저리 타임에 터진 마르틴 팔레르모의 결승골이었지만 이과인의 골이 없었더라면 아르헨티나에겐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었다.

지난 08/09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22골을 쏘아올리며 골 폭풍을 일으켰던 곤살로 이과인은 페레즈의 '갈락티코 2기'정책의 희생양으로 분류되며 기회를 잃는 듯 보였지만 어느덧 그는 10골을 넣으며 레알 마드리드내에서 최고 득점자로 떠올랐다. 그것도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영양가 높은 골들만 넣어주는 특유의 '영웅 기질'을 그대로 보유한 상태인지라 그야말로 팀에 있어서 보석같은 존재인 셈이다.

184cm의 '레알 위너'인 이과인은 딱히 이렇다 할 장점이 없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단점도 존재하지 않는 만능형 선수로, 좁은 공간에서 볼 컨트롤이 좋으며 스피드도 좋은 편이라 공간돌파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또한 결정적 상황에서 골 결정력이 우수해 팀을 위기상황에서 구하는 '해결사'기질도 가지고 있는 이래저래 까다로운 선수다. 어쩌면 대표팀이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이 아니라 이과인의 '한 방'일 수도 있다.

예선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아르헨티나가 만만한 팀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톱시드 국가는 톱시드를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톱시드국인 것으로 언제든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한 방'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한 아르헨티나는 명실상부하게 대표팀이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나라다. 남은 5달여간의 시간을 잘 준비해 좋은 성과를 이루길 기대해 본다.

[사진 = 발롱도르 & 피파 올해의 선수 리오넬 메시ⓒ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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