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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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우승경쟁 복귀시킨 '명불허전'파브레가스

기사입력 2009.12.28 00:55 / 기사수정 2009.12.28 00:55

조형근 기자




'EPL 박싱데이' 최고의 매치로 손꼽히는 3위 아스날과 4위 애스턴 빌라의 EPL 19R 경기가 아스날의 홈 구장인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번 경기의 결과에 따라서 아스날이 다시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느냐, 아니면 애스턴 빌라가 이번 시즌에야말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낼 수 있느냐 하는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경기 이전부터 양팀 팬들간의 신경전이 매우 대단했다.

부상으로 주포 반 페르시를 잃고 니클라스 벤트너와 클리쉬 등도 잃으며 전력누수를 겪은 아스날은 이번 경기에서 송빌롱, 데닐손, 디아비 라인을 중원에 내세우고 전방에 에두아르도를 세운 후 아르샤빈과 나스리로 하여금 보좌하도록 했다. EPL 도움 1위의 파브레가스는 교체멤버로 대기했다. 빌라의 오닐 감독은 부상에서 복귀한 에밀 헤스키를 선발 출장시키며 이 경기에 대한 승리 의지를 보였다. 아그본라허와 애슐리 영의 스피드 콤비도 그대로 출장시키며 양 팀의 경기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는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임을 기대할 수 있었다.

경기 초반 아스날은 홈팀답게 원정팀 애스턴 빌라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빌라의 끈끈함은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며 '빅4'와의 대결에서는 유난히 후반에 힘을 쓰던 빌라였기 때문에 벵거 감독으로서는 이른 시간에 선취골을 넣어 빌라 공격의 예봉을 꺾기를 원했다. 나스리의 프리킥을 이어받은 베르마엘렌의 슈팅과 에두아르도의 턴 이후 슈팅 등 아스날에 좋은 찬스가 있었으며 에두아르도의 슈팅 이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벵거 감독의 피겨를 연상시키는 힘찬 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07/08시즌부터 빌라를 리그 상위권 팀으로 변모시킨 마틴 오닐의 팀은 역시 녹록치 않았다. 원정팀인것을 감안, 여유있게 경기 운영을 하던 빌라는 이번 시즌 14실점으로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답게 단단한 수비로 아스날의 공격을 막아낸 후 워녹의 왼발에서부터 길게 연결되어가 다우닝, 아그본라허 등에게 빠르게 연결되는 날카로운 역습이 볼 만했다. 애스턴 빌라는 잉글랜드의 킥&러시 전술의 표본과도 같은 경기를 펼쳤으며 워녹이 공수 양면에서 멋진 활약을 해준 것이 돋보였다.

전반 중반이 되자 아스날은 역시 그들의 스타일답게 짧은 패스를 이어가며 골을 만들어가려 했지만 빌라의 압박이 워낙에 강한 탓에 문전 앞까지 볼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제대로 된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사미르 나스리가 후방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움직임은 좋았으나 전체적인 아스날 선수들이 빌라의 압박을 뚫어내기 위해 볼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간을 만들어주는 움직임이 부족해 빌라의 강한 수비를 뚫지 못하고 좋은 기회가 나오지 않았다.

후반전 들어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몸을 풀자 아스날 팬들이 환호를 보내던 장면은 아스날의 공격이 꽤 답답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아스날은 줄기차게 공격은 하는데 골로 이어질 결정적 패스에 있어서는 번번이 빌라의 수비수들에게 빼앗기며 역습 찬스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말 파브레가스가 없으니 2% 부족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아스날의 공격이었다.

후반 56분 코너킥 상황에서 갈라스 슈팅이 프리델 골키퍼의 선방으로 막혔을 때는 정말 하늘의 뜻이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물론 빌라의 수비가 매우 단단했고 프리델 골키퍼의 엄청난 선방이 있었다고 해도 오늘 에두아르도의 플레이는 어제 번리:볼튼전의 스티븐 플레쳐를 연상시킬 만큼 골 결정력에 문제가 있었다. 결국, 에두아르도는 63분 월콧과 교체되고 말았다. 테일러의 태클로 인해 부상당한 이후 제 실력을 다시 찾아오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그였다.

그리고 역시 아스날의 해답은 파브레가스였다. 후반 56분 교체되어 들어간 파브레가스는 2% 부족하던 아스날 공격에 다시 불을 지피며 공격을 주도, 빌라를 강하게 압박하더니 64분에는 그림 같은 프리킥을 명중시키며 애스턴 빌라의 4경기 무실점마저 깨버리는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에이스의 존재는 역시 팀이 위기에 있을 때 빛난다는 말이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파브레가스가 공격을 주도하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아르샤빈도 폭발적인 드리블을 보이며 포병부대의 화끈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80분에 밀너의 패스미스를 트라오레가 가로채 월콧에게 정확하게 연결, 월콧은 파브레가스에게 어시스트하며 파브레가스가 쐐기골을 성공시켜 2-0으로 승기를 굳혔다. 벵거 감독은 파브레가스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음을 염려한 것인지 84분 아론 램지와 교체시키며 벤치로 돌아오는 '영웅'을 반겼다. 아스날 팬이라면 짧은 시간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2골을 성공시키며 임무완수 후 교체되어 오는 그의 모습에서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경기 종료 직전 디아비가 의지를 상실한 빌라의 수비진을 헤치고 쐐기골을 성공시키며 3:0, 완벽한 스코어로 경기는 아스날의 승리로 끝이 났다. 빌라 입장에선 다음 경기 리버풀과의 경기를 앞두고 애슐리 영을 경고누적으로 잃은 것에 대패로 팀 분위기까지 저하되는 악재를 맞았고, 아스날은 중요한 경기에서 완승을 하며 부상 선수로 팀 전력이 누수 되었음에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 최고의 선수는 이견 없이 파브레가스를 꼽을 수밖에 없었다. 30여 분밖에 뛰지 않았지만 팀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2골을 기록한 그의 모습은 진정한 에이스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이로 인해 아스날은 선두 첼시에 한 경기 덜 치른 채로 승점 4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되면서 다시 한번 우승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 아스날의 다음 경기는 리그 최하위 포츠머스전, 화끈한 포병부대의 공격력이 앞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기대해 본다.

[관련기사] ▶ 첼시,버밍엄전 무승부보다 더 큰 문제 '네이션스컵'

[사진 = 멋진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끈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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