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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피치 위에 피어난 사랑과 희망

기사입력 2009.12.26 00:49 / 기사수정 2009.12.26 00:49

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Share the Dream Football Dream Match 2009, 서울월드컵경기장, 2009.12.25, 14:00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를 통한 사랑 나눔

추운 겨울이 다시 돌아왔고 2009 시즌은 끝이 났지만, 피치는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이번에는 피치 위에 승리를 향한 열정, 투지, 승부욕을 대신해 사랑과 희망이 피어난다. 44명의 산타가 굴뚝이 아닌 피치 위로 선물을 가득 안고 내려왔다.

▲ 우려와 달리 경기가 시작할 무렵 비줄기가 그친 서울월드컵경기장.

이것은 '영원한 한국 축구의 리베로' 홍명보 감독이 'Share the Dream Football Dream Match 2009'라는 타이틀로 자선축구경기를 개최한 덕분이다. 홍명보장학재단 주최로 열린 이 자선축구경기는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다.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에 성탄절에 비나 눈이 온다고 예고했는데, 날씨가 풀려버린 바람에 '좋은 날'에 비가 내린다. 가뜩이나 겨울은 축구 관람을 하기에 좋은 날씨가 아니고 더군다나 비까지 내려 관중석이 텅텅 빌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 산타모자와 손난로, 캐롤 가사가 적힌 팜플렛을 나누어주고 있다.

6호선을 타고 가다보니 축구장에 놀러가는 '티'가 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리고 합정에 도착해서는 더 많은 가족과 연인, 그리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올라탄다. 하지만 알고보니 어르신들은 월드컵경기장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당놀이를 보러가는 것이었다.

어쨌든 마당놀이를 보러가시는 어르신들을 빼고라도 많은 발길이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하늘도 도왔는지 경기가 시작할 무렵에는 차가운 빗줄기가 그쳐 오늘의 축제를 반긴다.

훈훈한 무승부, 그리고 세계 기네스 기록 달성에 아쉬운 실패

▲ 자선축구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홍명보 감독을 필두로 조영철, 이승렬, 구자철, 김민우 등으로 구성된 올림픽팀과 황선홍 감독, 김병지, 이동국, 이근호, 송종국 등 축구올스타팀이 각각 희망팀과 사랑팀이라는 이름으로 경기에 나섰다.  

특히 희망팀에는 Share the Dream 캠페인의 후원대상 어린이인 변수호 어린이와 개그맨 이수근이, 그리고 사랑팀에는 개그맨 서경석과 가수 김종국이 한 팀이 되어 피치를 누볐다.

전반전은 사랑팀의 김두현과 서경석, 희망팀의 김민우, 조영철이 각각 골을 주고받아 2대2로 마쳤다. 역시 이런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골 세레머니가 흥미로운 법. 사랑팀 김두현의 첫 골이 터진 뒤에는 개그맨 서경석의 화살코 공격에 선수들이 쓰러지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그리고 희망팀 김민우의 동점골이 터지고, 선수들이 모여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시건방춤'과 카라의 '엉덩이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이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에 맞춰 '제기차기춤'을 직접 선보이는 진풍경을 선사했다.   

▲ 하프타임에 가수 김태우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하프타임에는 가수 김태우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이후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캐롤 대합창 행사가 진행되었다. 기존 세계 기네스 기록은 14,750명으로 2007년 11월 미국 시카고의 한 라디오 방송국 주최로 열린 것이다.

구세군 브라스밴드의 반주로 시작된 캐롤 대합창은 산타모자를 쓴 선수들과 관중들이 동시에 15분 동안 크리스마스 캐롤을 불렀다. 관중석에 앉은 관중들도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한마음이 되어 캐롤을 합창했다.





▲ 산타모자를 쓴 선수들과 관중들이 캐롤을 합창하고 있다.

경기종료 후 발표된 세계 기네스 기록 달성 여부는 아쉽게도 실패. 그러나 최종 집계결과 13,785명이 함께 캐롤을 불러 지난해에 달성한 13,569명의 기록은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아직 도전할 목표가 있기에 이런 자선축구경기와 그 도전 역시 계속될 것이다.

이벤트 경기인 만큼 승부보다는 관중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었고,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을 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개그맨 이수근은 과장된 몸짓으로 웃음을 선사했고 김치우, 김남일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 시종일관 피치 안에서 감초 역할을 해냈다.

▲ 교체아웃된 개그맨 이수근이 선수들과 함께 골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고 수비를 이끄는 홍명보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전반 종료 직전 홍명보 감독이 장석원과 교체될 때 희망팀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을 들어 피치 밖으로 내던지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김병지 골키퍼는 오랜만에 볼을 필드 깊숙이 끌고 나오는 추억서린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운재 골키퍼는 필드플레이어로 나서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후반 들어 사랑팀의 김승용과 김형일, 희망팀의 김보경이 골을 추가하며 4대3으로 사랑팀이 앞선 가운데, 경기종료 직전 희망팀의 변수호 어린이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4대4 동점으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스포츠와 함께하는 사랑 나눔 문화

▲ 홍명보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자선축구경기는 사랑 나눔의 장의 실현하고자 2003년부터 7회째 어어오고 있다.

21세기 들어 기업들이 경제적 이익 이외에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을 고려하는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포츠에서도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모금을 위한 자선경기, 인종차별반대 친선경기 등 오프시즌 동안 사회 문제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경기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것은 해외에서는 유명 스포츠 구단 선수들이 병원이나 보육원을 방문해 찍은 사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흔하게 볼 수 있는 활동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하나의 문화 영역으로서 '사회'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일반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수단 중에 하나가 바로 스포츠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그리고 바로 지금까지 스포츠를 정치에 '악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도 하다.

물론 이런 정치적 악용은 반드시 사라져야할 문제이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한 사회적 참여는 가장 쉽게, 그리고 친근하게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활동이다. 

▲ 스포츠, 축구를 통한 사회적 참여는 계속되어야할 활동이다.

아직 국내 축구판 자체가 크지 않아 이런 행사에 많은 관중들이 모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3년부터 7년째 이어지고 있는 홍명보장학재단의 자선축구경기와 같이 자선활동은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오면서 하나의 연례행사로서 축구팬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축구를 통한, 스포츠를 통한 사회적 참여는 앞으로 계속되어야 하고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취재차 경기장에 왔긴 하지만 '공짜'로 이런 가슴 따뜻한 경기를 보는 것에 내심 부끄러운 마음이 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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