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25 23:52 / 기사수정 2009.12.25 23:52
이것은 어느 정도는 여름 이적시장 시기에 팀이 어떤 보강을 이뤄냈는지와 연관이 있다. 리버풀은 팀 중원의 핵이었던 사비 알론소를 내친 이후 이탈리아에서 부상선수를 영입해 전반기를 완전히 날려먹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내며 엄청난 돈을 벌었음에도 그 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며 지난 시즌에 비해 약해진 모습이다. 전반기 레이스가 끝나가는 이 시점, 과연 EPL에 새롭게 이적한 '이적생'의 베스트&워스트엔 누가 있을까?
EPL 전반기 최고의 영입 - 이청용, 베르마엘렌, 로릭 카나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230만 유로)
최근 이청용의 모습은 가히 볼튼의 구세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의 FC서울에서 뛸 때도 놀라운 패스와 순발력으로 서울의 공격을 주도하더니 EPL 직행티켓을 들고 볼튼에 정착해 이제는 볼튼의 공격을 주도하며 리그 적응기를 무시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록 지금 볼튼은 강등권에 놓여 있는 처지지만 아직 타 팀에 비해 2경기를 덜 치른 상태라 아직 비관에 빠질 필요는 없다. 박싱데이 일정도 번리 원정에 헐 시티 홈 경기 등 무난한 일정이다.
볼튼 원더러스는 본래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상대팀을 밀어붙이며 롱볼 위주로 제공권 축구를 하던 전형적인 잉글랜드 킥&러시의 매우 재미없는 수면제 축구를 하던 팀이다. 6~8위권을 유지하며 성적이 좋았던 '빅샘'앨러다이스 감독 시절에조차 TV에 볼튼 중계가 뜨면 차라리 잠을 자는게 낫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볼튼에 입성한 이청용이 12경기 3골을 기록하며 팀내 득점 3위에 올라 볼튼의 축구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볼튼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청용은 드리블 위주의 느린 템포의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후반기에 더욱 맹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싶다.
베르마엘렌(아스날, 1200만 유로)
아스날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갈라스와 문제를 일으키던 콜로 투레를 맨 시티로 넘기고 아약스에서 벨기에산 수비수 베르마엘렌을 영입했다. 183cm라는 센터백치고 크지 않은 키에 빅리그 경험이 없는 85년생 선수를 데려온 벵거에게 사람들은 또다시 한숨을 쉬었을 지 모르지만, 전반기를 보낸 지금 벵거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콜로 투레는 굉장히 탄력적이고 빠른 스피드를 갖춘 대인마크가 좋은 센터백이었지만 베르마엘렌은 거기에 공격 가담능력까지 갖춘 센터백이다. 세트피스시 강력한 헤딩과 때때로 중원까지 올라와서 중거리 슛을 날리는 베르마엘렌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으로 이번 시즌 전반기 17경기 출장에 4골을 기록중이다. 거기다 17경기동안 옐로카드는 단 1장, 매우 깔끔한 수비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 투레와는 달리 갈라스와의 호흡이 찰떡궁합, 아스날 팬이라면 이 선수 어찌 완소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로릭 카나(선더랜드, 580만 유로)
프랑스 리그 앙의 마르세유에서 뛰었던 로릭 카나는 알바니아 대표팀 선수로 거친 태클과 파워풀한 플레이가 인상적인 미드필더였다. 중원 장악력이 뛰어난 카나는 그 기량을 인정받아 아스날 등 중원 강화를 노리던 빅클럽들과 무수히 많은 염문설을 뿌리더니 결국 580만 유로(!)라는 이제와서 보면 엄청난 헐값에 EPL 하위권 팀인 선더랜드로 이적하게 된다.
선더랜드로 이적해 와서도 카나는 그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으며 중앙에서의 롱패스 실력까지 겸비해 선더랜드의 공격 또한 이끌고 있다. 자신과 스타일이 비슷한 리 캐터몰과 짝을 이룬 선더랜드의 카나-캐터몰의 '깡패중원'은 선더랜드가 EPL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중앙에서 밀리지 않는 힘싸움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고, 선더랜드는 카나의 활약에 힘입어 이번 09/10시즌 전반기를 돈 시점에서 승점 21점으로 9위에 위치하며 선전하고 있다.
EPL 전반기 최악의 영입 - 아퀼라니, 키르기아코스, 산타 크루즈
아퀼라니(리버풀, 2200만 유로)
3700만 유로에 사비 알론소를 결국 레알 마드리드로 보낸 라파 베니테즈 감독의 선택은 다름아닌 AS 로마의 알베르토 아퀼라니였다. 결국 베니테즈는 아퀼라니가 부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론소의 대체자로 아퀼라니를 낙점, 2200만 유로를 지불하며 리버풀로 데려왔는데 항간에 의하면 아퀼라니의 이적이 결정되는 순간 AS 로마 팬들은 리버풀의 베니테즈 감독에게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재능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으나 몸 상태는 의심할 수밖에 없는 아퀼라니는 결국 12월에 되어서야 제대로 경기를 소화해 내고 있고 그동안 리버풀은 중원의 지휘자를 잃은 채로 버벅거리다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7패라는 극도의 부진 끝에 8위라는, 승격팀 버밍엄 시티보다도 한 단계 낮은 치욕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도 탈락해 유로파 리그로 밀려났다.
키르기아코스(리버풀, 300만 유로)
개인적으로 리버풀 팬으로서 최악의 영입에 두 명의 선수가 올라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지만 냉혹한 현실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여름 이적시장에 잉글랜드 전통의 명가 중 하나인 리버풀에 입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젊은 유망주가 소리소문없이 들어오는 것처럼 AEK 아테네에서 리버풀에 입단한 키르기아코스는 전반기가 다 지났지만 리버풀에서 단 4경기에 출장했다.
우월한 키로 강력한 제공권을 자랑하는 키르기아코스지만 순발력과 스피드가 좋은 편이 아니다. 누구 연상되는 선수가 없나? 필자는 많은 팬들이 분데스리가로 건너간 리버풀의 레전드 '플라잉 새미' 히피야를 꽤 그리워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히피야는 키르기아코스와는 달리 리버풀 선수단과 다시 호흡을 맞출 필요도 없지 않은가. 우스갯소리지만 키르기아코스의 팬들 사이의 별명은 '한 그리스인'이다. 그만큼 존재감도 없고,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이다.
산타 크루즈(맨체스터 시티, 2200만 유로)
지금은 경질된 마크 휴즈가 맨 시티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 로케 산타 크루즈는 제1의 영입대상이었다. 블랙번 로버스 시절부터 휴즈의 애제자로 알려진 산타 크루즈는 결국 스승의 열렬한 구애 끝에 블랙번을 떠나 맨 시티로 이적해 사제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아데바요르와 테베즈가 들어오기 전 까지만 해도 그는 맨 시티의 주전 공격수로 부푼 꿈을 이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아데바요르와 테베즈가 맨 시티로 들어오면서, 그리고 기존에 있던 크레익 벨라미가 계속해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서 산타 크루즈의 자리는 점점 좁아져만 갔고,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치며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다. 산타 크루즈의 전반기 성적은 14경기(6경기 교체) 2골, 2200만 유로를 지불하면서 기대한 성적은 절대 아니다. 스승 휴즈까지 떠난 마당에 산타 크루즈 본인도 이젠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물론 EPL은 이제 전반기가 끝났을 뿐이지 아직 후반기가 남아있는 만큼 시즌이 끝날 무렵엔 이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고 리버풀 팬인 필자로서도 그것을 강력하게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던 EPL 전반기, 기쁜 마음으로 후반기를 기대해 보자.
[사진 = 볼튼 공격의 새로운 활력소 '블루드래곤' 이청용 ⓒ 엑츠DB 임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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