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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분수령 '박싱데이', 빅4의 운명은?

기사입력 2009.12.24 21:27 / 기사수정 2009.12.24 21:27

조형근 기자



전세계 모든 이들의 즐거운 축제인 크리스마스를 맞아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도 어느덧 리그 전반기의 반환점을 코앞에 두었다. 이번 09/10시즌의 키워드는 '혼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치 '세리에 7공주'시절을 보는 것처럼 지금의 EPL 구도는 그야말로 안개 속 미궁에 빠져 있다. 리버풀이 일찌감치 떨어져 나가며 8위라는 어색한 위치에 놓여 있고, 첼시가 독주하나 싶더니 웨스트햄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고, 주전 수비진이 줄부상을 당한 맨유는 풀럼에 3-0의 충격패를 허용해야만 했으며 아스널은 주포 반 페르시의 장기부상으로 리그 초반같은 화끈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 최근 분위기가 좋지 못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빅4'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그 자리를 토트넘, 애스턴 빌라, 맨 시티와 같은 신진세력이 메꾸고 있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승격팀 버밍엄 시티가 7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밍엄 시티는 19득점 18실점이라는 놀라운 빈공과 엄청난 수비력을 바탕으로 가히 지난 시즌 헐 시티의 재림이라고 볼 만큼 안정된 전반기를 보냈다. 

그리고 이제 모든 이들의 축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EPL의 백미 '박싱데이'가 시작된다. 무려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EPL 경기가 하지 않는 날이 없는 만큼 전세계의 축구팬들에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일 수 있겠지만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죽을 노릇이 없을 것이다. 세리에A와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등 대부분의 리그가 크리스마스 휴식기에 들어선 때라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EPL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박싱데이에서 승점을 잘 관리하는 팀이 우승한다는 속설도 있다.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커지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서 무너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언제나 EPL 우승을 노리는 '빅4'는 이번 박싱데이를 기점으로 모두 무너진 분위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승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경기의 포인트를 보자.

버밍엄 시티 vs 첼시(26일 21시 45분)

리그 최하위권의 빈공과 최상위권의 수비력을 갖춘 승격팀 버밍엄 시티가 홈 구장인 세인트 앤드류 경기장에서 안첼로티의 첼시를 맞았다. 버밍엄은 지난 경기에서 에버튼 원정을 떠나 S.라르손의 골로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겼고, 첼시는 램파드의 3연속 PK라는 진귀한 경기를 보여주며 웨스트 햄 원정에서 1:1이라는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뒀다.

첼시의 비상은 이번 시즌 디디에 드록바와 환상의 호흡을 맞춰온 니콜라스 아넬카의 부상소식이다. 이미 2010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으로 드록바와 칼루를 잃을 예정인 첼시로서 아넬카의 부상은 치명적이다. 그나마 버밍엄 시티전에 드록바가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첼시로서 희망적이며, 아넬카를 대신해 드디어 다니엘 스터리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버밍엄 시티는 최근 리그 5경기에서 4승 1무를 보일 정도로 팀이 절정의 상승세에 올라 있으며 홈에서 3연승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도 굉장히 고무적이다. 카-존슨-리지웰-댄의 포백이 매우 단단하며, S.라르손과 리 보이어의 날카로운 패스가 여전하다. 주전 스트라이커 제롬과 베니테즈는 언제든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골을 성공시킬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첼시가 우세에 놓여 있긴 하지만 버밍엄 시티의 홈 상승세와 실점이 적은 단단한 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첼시가 얼마만큼 버밍엄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어낼 수 있느냐가 승부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버밍엄 수비수들의 발이 느린 만큼, 안첼로티 감독은 지르코프나 칼루같은 스피드가 있는 공격수를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

리버풀 vs 울버햄튼(27일 02시 30분)

그 어느 누가 08/09시즌 아쉽게 2위를 차지한 리버풀이 올 시즌 이토록 처참하게 망가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사비 알론소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낸 것이 그렇게 컸던 것일까? 아퀼라니에 2천만 파운드를 쏟아부은 것이 실수였을까? 아니면 단지 베니테즈 감독의 역량이 여기까지인 것일까? 정답은 누구도 말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올 시즌 최악의 부상 망령이 리버풀과 함께 하고 있으며, 하늘의 운조차도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표상으로 두 팀에는 큰 차이가 없다. 리버풀이 승점 27점으로 8위, 울버햄튼이 19점으로 12위다. 리버풀은 지난 포츠머스 원정에서 0:2의 충격패를 당했고, 울버햄튼은 승격팀 번리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며 간신히 팀 분위기를 추스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리버풀이 벌써 3경기 무승 상태인데 비해, 울버햄튼은 3경기 2승 1패로 리버풀만큼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 무엇보다 이뱅스-블레이크가 부진한 틈을 케빈 도일의 절정에 오른 골 결정력이 메꿔주고 있는 점이 큰 힘이 된다.

양팀 모두 별다른 부상자는 없지만 리버풀은 마스체라노가 포츠머스전 퇴장으로 인해 결장해야 한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그나마 위안삼을 것은 이 경기가 리버풀의 홈구장 앤필드에서 열린다는 것(최근에는 홈 어드밴티지도 없긴 하지만), 그리고 울버햄튼은 버밍엄보다도 못한 공격력을 가졌음에도 수비력이 최악이라는 것이다. 지겨운 말이지만 리버풀이 믿을 건 제라드-토레스 뿐이다.

아스널 vs 애스턴 빌라(27일 22시 30분)

3위 아스널이 4위 애스턴 빌라를 에미레이츠 구장으로 불러들였다. 아스널은 애스턴 빌라보다 한 경기 덜 치뤘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일찌감치 빌라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고, 빌라로서는 이번 시즌에야말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한 분수령 경기와도 같은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아스널의 적은 역시 부상이다. 주포 로빈 반 페르시에 이어 니클라스 벤트너, 가엘 클리쉬, 그리고 말할 필요조차 없는 로시츠키의 부상에 파브레가스마저 불투명하다. 매년 부상병동에 시달리고 있는 아스널로서는 무당굿이라도 해서 악령을 씻어낼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을 것이다. 다행히 에두아르도와 아르샤빈이 부상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꿔주며 헐 시티를 3-0으로 완파, 번리전 충격의 무승부로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애스턴 빌라 또한 주전 공격수인 에밀 헤스키가 부상을 당한 점은 안타깝지만 두 명의 스피드 스타인 가브리엘 아그본라허와 애슐리 영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믿음직스럽다. 또한 제임스 밀너의 발끝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빌라의 '역습 한 방'에 아스널이 무너질 수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양 팀 모두 공격 템포가 빠른 팀에 속하기 때문에 경기 양상이 매우 치열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빌라는 08/09시즌만큼 원정에 강하진 않지만, 아스널의 어린 재능이 방심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헐 시티 vs 맨유(28일 01시 00분)

'최악'끼리 만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팀이다. 지난 시즌 간신히 잔류에 성공한 헐 시티와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맨유에게 '최악'이라는 단어로 동급을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이지만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지난 라운드에서 0:3, 각각 아스널과 풀럼, 런던에 연고를 둔 두 팀에게 같은 스코어로 패배했다. 양팀 모두 수비가 붕괴한 것인데 헐 시티의 실점은 37점으로 위건에 이은 리그 2위에 놓여 있을 정도로 수비진이 정줄 놓은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고, 맨유는 대런 플레쳐와 마이클 캐릭을 중앙 수비수 자원으로 사용할 정도로 부상으로 인해 수비진에 심각한 균열을 맞았다.

비단 맨유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전 선수단에 부상이 씌여 있다. 비디치, 긱스, 나니, 브라운, 네빌, 오셔, 에반스, 퍼디난드 등등 열거하기도 지칠 정도로 주축 선수들 대다수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이렇게 부상 선수들이 많을 때 백업 선수들이 제몫을 다해 주었지만 풀럼전 패배 당시 캐릭은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드 라에는 08/09시즌 에반스가 아니었으며 스콜스는 자신의 나이를 절감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지미 불라드가 부상에 놓여있고 지오바니, 알티도어, 헤셀링크 등 공격수들이 제몫을 다해주지 못하는 헐 시티의 공격진이 맨유의 어설픈 수비진을 제대로 공략해 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양 팀이 제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만큼 지지부진한 경기 끝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과연 이번 09/10시즌 박싱데이에 '빅4'는 모두 승점이라는 '산타의 선물'을 챙기게 될까? 경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 'EPL은 왜 크리스마스에 경기 하는거야?' 박싱데이를 처음 맛볼 안첼로티 감독ⓒEPL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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