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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해진, 만 12세에 트리플 5종 점퍼 되다

기사입력 2009.12.21 03:10 / 기사수정 2009.12.21 03: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 아이스링크에서는 '제11회 전국 남녀 피겨 스케이팅 꿈나무 대회' 마지막 날 경기가 펼쳐졌다. 한국 피겨의 어린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두 스케이터의 경쟁에 초점이 맞춰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 이후,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유망주로 평가받는 박소연(12, 나주초)과 김해진(12, 관문초)의 경쟁에 관심이 쏟아졌다. 결과는 트리플 점프 5가지를 모두 뛰고 인정받은 김해진(총점 143.65, 쇼트프로그램 : 49.58, 프리스케이팅 : 94.07)이 7급 우승을 차지했다.

유이한 '7급 초등학생'인 박소연과 김해진은 더블 악셀을 완성한 뒤, 트리플 점프를 빠른 속도로 연마하고 있다. 지난해 벌어진 '2008 꿈나무 대회' 5급 부분에 홀로 참가했던 김해진은 짧은 기간 동안 6급을 거쳐 7급 선수로 성장했다. 박소연도 연이은 승급시험에 합격하면서 순식간에 7급 선수로 승격됐다. 또한, 이 두 스케이터는 나란히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지난 11월 초에 벌어진 '2009 전국 회장기 랭킹전' 여자 싱글 주니어 부에 참가한 김해진은 121.32(쇼트프로그램 : 44.40, 프리스케이팅 : 76.92)의 점수로 129.60(쇼트프로그램 : 45.22, 프리스케이팅 : 84.38)점을 기록한 박소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해진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점프 5종 세트'를 선보였다. 트리플 5종 점프(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를 모두 완성한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 이 점프들을 모두 배치했다.

20일 벌어진 '제11회 전국 피겨 스케이팅 꿈나무대회' 여자 싱글 7급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출전한 김해진은 스파이럴 시퀀스로 프로그램의 막을 열었다. 첫 번째로 시도한 점프는 '트리플 플립'이었다. 비록, 어텐션(!:애매모호한 점프)마크를 받기는 했지만 김해진은 무난하게 플립 점프를 구사했다.

그 다음에 시도된 점프가 '트리플 룹'이었다. 국내 여자 싱글 선수들 중, '트리플 룹'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수는 드물다. 그러나 김해진은 이 점프를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0.14의 GOE(가산점)까지 챙겼다. 그 다음에 이어진 트리플 러츠까지 인정받은 김해진은 트리플 토룹을 시도했지만 가산점을 추가하는 데는 실패했다.



더블 악셀 +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한 김해진은 프로그램 막판에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룹 + 더블 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토룹에 이은 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를 시도했다.

이 프로그램의 난이도는 만 12세의 어린 선수가 소화하기엔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김해진은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충실히 수행했다.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과 레이백 스핀에서 모두 '레벨 4'를 받은 김해진은 플라잉 체인지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에서도 '레벨 3'를 기록했다.

점프와 스핀, 그리고 스파이럴 등을 무난하게 마친 김해진은 94.07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TES(기술요소) 점수는 무려 54.07의 점수를 기록했다. 이 점수는 올 시즌, 김연아를 제외한 국내 여자 싱글 선수들이 기록한 TES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였다.

또한, 밴쿠버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한 곽민정이 랭킹전에서 기록한 총점 143.87과 거의 똑같은 143.65의 점수를 받았다. 김해진의 경기를 지켜본 피겨의 원로이자 국민생활 전국스케이팅연합회장인 이인숙 회장은 "정말 대단하다. 점프와 스핀을 비롯한 모든 것이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활달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김해진은 실전에 강하다는 평도 받고 있다. 경기를 마친 김해진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점수에 매우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에는 지난 랭킹전의 점수보다 조금이라도 높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점수가 너무 높게 나와서 매우 기쁩니다"

김해진을 지도하고 있는 한성미 코치는 지난 10월 달에 트리플 점프 5가지가 모두 완성됐다고 증언했다.

"작년에 더블 악셀을 완성한 뒤, 트리플 토룹을 뛰는 기간은 조금 길었어요. 처음으로 트리플 점프를 완성하는 기간이 6개월 걸렸죠.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점프를 익히는 기간이 단축됐습니다. 트리플 토룹을 익히고 난 뒤, 2개월 뒤에 트리플 살코를 뛰었고 2달 뒤에 트리플 플립이 떨어졌죠. 룹과 러츠는 거의 같은 시기에 완성됐는데 러츠가 마지막에 완성됐습니다"



김연아도 10대 초반에 실전 경기에서 트리플 점프 5가지를 모두 뛰고 인정을 받았다. 그 이후로 가장 어린 나이에 트리플 점프를 모두 완성한 선수가 바로 김해진이다. 그러나 10대 초반에 있는 선수들 중, 김해진과 비교해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많다고 한 코치는 강조했다.

박소연은 물론, 여자 5급에 올라있는 이호정(12, 서울 남성초)과 최휘(11, 안양부흥초), 그리고 조경아(12, 안양부흥초) 등은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유망주들이다. 또한, 이번 대회 4급 1위에 오른 최다빈(8, 방배초)도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밝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점도 김해진의 장점이다. 항상 스케이트를 즐기면서 타는 김해진은 실전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별로 긴장이 안됐지만 막상 링크에 들어가니 긴장감이 몰려왔어요.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2009 랭킹전과 꿈나무 대회를 통해 '최고의 유망주'로 우뚝 선 김해진은 내년 1월에 벌어지는 '종합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이 대회에서는 시니어 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만 12세의 어린 나이에 트리플 점프 5가지를 실전 경기에서 모두 성공시킨 점은 대단한 일이다. 한국 피겨는 김연아의 연이은 세계 대회 우승과 곽민정의 올림픽 진출에 이은 또 하나의 '경사'를 맞이했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에 캐나다 마리포사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김해진은 그 이후로는 국내에서만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도 전지훈련을 다녀오지 못하고 국내에서 훈련에 전념한 김해진은 자신의 노력으로 값진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아직도 김해진이 걸어가야 할 길은 멀다. "스케이팅과 스핀 등을 보완해 PCS 점수를 높이고 싶다"라고 밝힌 김해진은 기술적인 완성과 더불어 '예술성'도 발전시키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김해진의 눈부신 성장은 한국 피겨의 축복 중 하나다. 그러나 '제2의 김연아'란 거창한 수식어로 김해진을 평가하는 일은 아직은 이르다. 또 한 명의 재능 어린 선수가 출연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김해진의 발전의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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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해진 (C) 엑스포츠뉴스 성대우,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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