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선우 기자] 배우 천우희가 '우상'으로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최근 개봉한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에서 천우희는 사고 이후 비밀을 지닌채 사라진 여자 최련화로 열연했다.
천우희는 외형 뿐 아니라 말투에 분위기까지 모두 바꾸고 최련화로 분했다. 인터뷰에서 만난 천우희는 "유난히 나한테 어려운 영화를 많이 주신다. 나도 이 작품을 보면서 욕심이 났지만 선뜻 용기는 나지 않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서 "그러면서도 감독님한테 '이거 어느 여배우가 하겠냐'라는 말도 나왔다. 그만큼 쉽지 않은 역할인데 해보고 싶은 마음은 컸다. 일단 한석규, 설경구 선배와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더 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전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천우희는 련화를 위해 실제 눈썹까지 밀었다. 이를 본 한석규는 "우희야 이렇게까지 해야겠니"라고 말했을 정도. 천우희는 "한석규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줬다.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그러다 제 풀에 지칠까봐 그걸 가장 경계하라고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늘 밝았던 천우희에게도 '우상'은 연기 인생 최대 고민을 안긴 작품이다. 그는 "눈썹은 나도 좀 두려웠다. 그랬더니 감독님도 같이 밀어주셨다. 막상 밀고나니 더 놀라긴 했지만 화면 속에서 제대로 담긴거 같아 만족한다"라며 "다만 이 작품은 내 스스로 연기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시기적으로도 가장 힘들 때였다. 故 김주혁 선배가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모든게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다 허탈했다.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후 일년은 작품도 못했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서 "내 스스로 내가 너무 별로라고 느껴졌다. 이런적은 처음이다. 사실 아직도 극복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우상'을 마치고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다. 소속사에서도 나를 많이 걱정했다. 환기하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상황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우상'이지만 천우희는 이번 역시 꿋꿋하게 배우 천우희의 몫을 해냈다. '써니' '곡성' 이상의 존재감과 여운을 남기는 인물이다. 스스로는 '별로였다'라고 혹평을 쏟았지만 어느덧 천우희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그런 천우희를 보고 대선배인 한석규와 설경구도 입을 모아 "많이 배웠다"라고 칭찬했다. 천우희는 한석규와 함께 하던 장면에서 소품이던 주사기가 가짜가 아닌 진짜 바늘이 발톱 안에 꽂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그는 장면에 몰입중인 한석규를 위해 참아냈다.
"물론 다시는 일어나선 안되는 사고다. 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치료는 잘 받았다. 나보다 한석규 선배가 더 속상해해서 죄송했다. 촬영 중에 바로 말했어야 됐나 싶지만 다들 5일 이상 한 장면으로 고생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나만 참으면 끝날 수 있었기에 그땐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한편 천우희는 '우상' 속 조선족 사투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극화된 것이 아닌 실제 조선족 사투리를 담아냈지만 관객에겐 생소할 수 있는 부분, 천우희는 "속상하다. 현장에선 칭찬 받았는데 화면에서는 잘 안들리더라. 그러나 뉘앙스가 중요한 부분 같다. 련화 말에는 모든 단서가 있을거야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흘러가는대로 보시면 좋을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천우희는 "왜 항상 나는 괴롭고 처절하고 이런 역할을 하나 생각해 봤는데 내 취향도 없지 않아 담긴거 같다. 나의 반대되는 모습들에 더 끌렸던거 같다. 관객들 역시 내게 이런 장르,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거 같다. 해낼수 있다고 믿어주시는 것이기에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지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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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기자 sunwoo61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