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11 09:48 / 기사수정 2009.12.11 09:48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오는14일 새벽 1시(한국시각) 리버풀의 홈 구장인 앤필드에서 리버풀과 아스널, 'EPL 빅4'의 싸움이 벌어진다. 흥미롭게도 두 팀 모두 최근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이 아닌데, 리버풀은 올 시즌 사비 알론소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킨 이후 중원에서 공격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의 부재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고, 리그 초반 화끈한 공격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아 기대감에 휩싸이게 했던 아스널은 이번 시즌도 여지없이 부상병동에 시달리며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좀더 절박한 쪽은 역시 리버풀이다. 이번 시즌 리버풀은 강팀답지 않게 패배했던 때를 기억하는 것 보다 승리했던 때를 기억하는 편이 좀더 빠르다. 리그에서도 11R 풀럼전 3-1 충격패 이후 2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다 머지사이드 더비전인 에버튼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나 싶더니 지난 주말 블랙번 원정에서는 무기력한 무승부를 거두고, 명분이라도 얻어야 했을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최종전 피오렌티나전에서는 질라르디노의 결승골 때문에 홈 구장인 앤필드에서조차 패배하며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어버렸다.
최근 리버풀의 문제는 역시 팀 밸런스 붕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좀더 정확하게는 중원의 몰락으로 봐야 하겠다. 지난 5년동안 베니테즈 감독이 부임한 이래 리버풀의 중원은 전 유럽에서도 가장 탄탄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지만, 올 시즌은 중원에서부터 밀리며 덩달아 수비진까지 붕괴되어 벌써 리그에서 실점이 20실점을 기록 중이다. 지긋지긋한 이야기지만 역시 사비 알론소의 부재는 뼈아프다.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공격의 빌드 업을 책임질 선수가 없다보니 리버풀은 과거의 투박한 축구로 돌아가 패스 플레이가 아닌 우직한 피지컬 축구를 하던 그때로 돌아가버린 듯 하다. 실상 에버튼전에서의 승리도 경기 내용은 매우 좋지 못했는데 에버튼 공격의 핵인 미켈 아르테타가 빠진 중원을 상대로마저 맥빠진 경기를 펼쳤으니 현재 리버풀의 중원 상태가 얼마나 허약해진 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리버풀의 호재는 피오렌티나전을 통해 그토록 염원해 마지않던 이름인 알베르토 아퀼라니의 본모습을 이제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이럴 바에야 차라리 겨울 이적시장에 영입하는 편이 나을 뻔 했다는 소리도 나올 정도로 리버풀 입단 후에도 발목 부상이 쉽게 완치되지 않았던 아퀼라니는 날카로운 패스를 선보이며 베니테즈가 만들 새로운 리버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또한 피오렌티나전에서 후반에 투입되어 경기 감각을 되살린 리버풀의 자랑 '엘 니뇨' 페르난도 토레스의 복귀도 리버풀로서는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올 시즌 잔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리그 10골을 득점하고 있는 그의 고감도 득점포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격침시킬 때처럼 아스널을 상대로도 작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아스널의 현 상황도 결코 좋지만은 않은데, 올 시즌도 지긋지긋한 부상병동의 악령이 그들을 떠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팀의 주포였던 엠마뉴엘 아데바요르를 이적시킨 이후 반 페르시, 에두아르두 다 실바, 니클라스 벤트너와 테오 월콧으로 공격진을 꾸렸던 아스널은 반 페르시의 엄청난 활약에 힘입어 포병부대의 이름답게 화끈한 득점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서 파브레가스의 원숙해진 플레이는 아스널의 아름다운 패스 플레이에 화룡점정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아스널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부상선수들이 너무 많다. 토마시 로시츠키는 말할 나위도 없이 또 병원 신세를 지고 있고 골 결정력은 부족하지만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최전방을 휘저어줄 수 있는 벤트너도 부상, 갈라스, 클리쉬, 에두아르두도 부상,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주포였던 로빈 반 페르시마저 장기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나마 아스널에 희망을 주고 있는 남자는 유로 2008에서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오른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존재다. 슬로베니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러시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되자 아르샤빈은 "당분간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는 충격적 발언을 해 벵거 감독의 근심을 키우기도 했지만, 지난 주말 스토크 시티와의 EPL 15R전에서 선제골을 쏘아올리며 반 페르시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잊게 해 주었다. 결정적으로 아르샤빈은 리버풀전에서 홀로 4골을 쏘아올리며 리버풀 팬들을 침묵의 충격에 빠뜨린 적이 있는 존재다.
챔피언스리그 최종전 결과는 두 팀 모두 패배였지만 리버풀은 피오렌티나전에서 주전 선수들과 후보 선수들을 섞은 1.5군을 내보내며 주전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유지시킨 반면, 아스널은 올림피아코스 원정에 유망주들을 대거 투입하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그러나 아스널이 부상으로 인해 주전 선수들이 이탈한 데 비해 리버풀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1군을 내보내며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상황은 조금 다르고 리버풀 쪽이 좀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긴 하지만 두 팀 모두 분위기 반전을 위한 명분은 충분하다. 리버풀이 아스널을 상대로 '어게인 맨유전'에 성공할 지, 아니면 아스널이 리버풀 원정 5연속 무승의 결과를 씻어내릴 지, 양 팀의 멋진 경기를 기대한다.
[사진 = '그가 돌아왔다'리버풀의 주장 제라드는 아스널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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