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11 11:15 / 기사수정 2009.12.11 11:15
- 과거의 악연을 만회할 '리턴 매치'가 열린다면?
[엑스포츠뉴스=유성현 기자] 마침내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를 빛낼 '16개의 별'이 가려졌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챔스 조별리그 6라운드 경기를 마지막으로 16강 막차를 타게 된 나머지 4개 팀이 가려지며 3개월간의 32강 조별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올 시즌 챔스는 유벤투스, 리버풀 등 전통의 강호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보르도와 피오렌티나는 예상외로 조 1위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16강 진출에 성공한 팀들의 기쁨도 잠시, 이제는 각 조의 1·2위가 모두 가려졌기 때문에 각 팀들의 16강 상대에 대한 윤곽은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 이번 시즌에도 밀란, 인테르, 뮌헨 등 적지 않은 강팀들이 2위 그룹에 몰려있어, 16강 대진부터 흥미로운 매치업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태다. 자세한 올 시즌 챔스 16강 포트 배정은 다음과 같다.
포트 1 - 보르도, 맨유, 레알, 첼시, 피오렌티나, 바르샤, 세비야, 아스널
포트 2 - 뮌헨, CSKA 모스크바, 밀란, 포르투, 리옹, 인테르, 슈투트가르트, 올림피아코스
16강 대진 조건은 우선 각 조 1위 팀들로 구성된 1번 포트 팀들이 자신의 조 2위를 제외한 2번 포트 그룹을 상대하게 되며, 같은 국가 리그 팀들은 16강에서 만날 수 없다. 이와 같은 조건을 통해 추려지는 팀들 중 추첨을 거쳐 16강 매치업이 가려진다.
이어질 16강에서 어떤 상대를 만날 것인지 각 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악연을 만회할 '리턴 매치' 중심으로 16강에서 실현 가능한 흥미로운 매치업은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자.
1. 맨유 VS 바이에른 뮌헨 (1998/99시즌 결승전)
챔스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결승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경기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뮌헨에는 씻을 수 없는 악몽으로, 맨 유에게는 빛나는 영광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전반 초반 마리오 바슬러의 프리킥 골로 앞서나간 뮌헨은 정규 시간이 모두 끝날 때까지 리드를 유지하며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추가 시간에 접어들며 뮌헨의 승리가 거의 굳어지고 있을 즈음, 맨유는 코너킥 상황에서의 혼전을 틈타 테디 셰링엄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게다가 2분 뒤, 연이은 코너킥 상황에서 '슈퍼 서브' 솔샤르가 급기야 역전골까지 넣으면서 맨유는 추가시간 3분 남짓에 경기를 뒤집는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하며 사상 첫 '트레블'의 감격을 누렸다.
2. 밀란 VS 맨유 (2004/05 16강전, 2006/07 4강전)
지난 수년간 챔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맨유는 유독 밀란에 악연이 깊다. 지난 2004/05시즌 챔스 16강에서 밀란을 만난 맨유는 1·2차전 모두 크레스포에게 연달아 득점을 허용하면서 종합전적 0-2로 패배하며 8강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어진 2006/07시즌에도 맨유의 '밀란 악연'은 계속됐다. 당시 공공연히 ‘트레블’ 야망을 드러냈던 맨유는 챔스 4강에서 또다시 밀란을 만나 2차전 밀라노 원정에서 0-3의 대패를 당하며 찬란한 트레블의 꿈을 맥없이 접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번번이 맨유의 발목을 잡은 밀란에는 안첼로티 감독과 ‘에이스’ 카카가 있었지만, 지금은 두 명 모두 밀란을 떠난 상태다. 맨유로서는 이번 기회에 다시 밀란을 만나 그토록 원하던 복수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3. 포르투 VS 맨유 (2003/04 16강전, 2008/09 8강전)
2003/04시즌 포르투를 이끌었던 무리뉴 감독은 16강에서 맨유라는 '거대한 장벽'을 만났다. 1차전 홈경기에서 맥카시의 맹활약으로 2-1 승리를 따낸 포르투는, 2차전 원정에서 스콜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탈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대로 끝나는가 싶던 경기 종료 직전, 포르투는 코스티냐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맨유를 꺾고 기적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포르투는 맨유를 잡은 여세를 몰아 급기야 챔스 우승까지 거머쥐는 환상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고, 약체로 평가받던 포르투를 챔스 우승까지 올려놓은 무리뉴 감독은 단숨에 ‘스타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2008/09시즌 8강에서 또다시 만난 양 팀의 대결에서는 맨유가 웃었다. 어려운 맨유 원정에서 2-2의 값진 무승부를 일궈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포르투는, 2차전 홈경기에서 호날두의 강력한 중거리 슛에 무너지며 4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4. 아스널 vs 인테르 (2003/04 조별리그)
2003/04시즌 조별리그에서는 아스널과 인테르가 같은 B조에 속해 두 팀 모두 무난히 16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의 예상밖의 선전에 조 1·2위 자리는 안개속 형국에 놓여 있었고, 그만큼 강팀들과의 상대 전적은 매우 중요했다.
먼저, 하이버리 원정을 떠난 인테르는 무려 세 골을 득점하며 아스널 안방에서 3-0의 대승을 거둬 16강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러나 안방에서 굴욕을 당했던 아스널은 설욕을 다짐했고, 이어진 인테르 원정에서 앙리의 맹활약을 앞세워 자그마치 5골을 퍼부으며 5-1의 ‘원정 대승’으로 복수 그 이상을 달성했다.
초반 조 1위를 질주하던 인테르는 예상치 못했던 ‘안방 참패’의 여파로 골득실에서도 크게 밀리는 등 결국 아스널과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에게 조 1·2위 자리를 내주며 16강 진출에 탈락하고 마는 아픔을 겪었다.
5. 인테르 vs 맨유 (2008/09 16강전)
지난 2008/09시즌, 세리에A에서의 연이은 우승과는 달리 유독 챔스에서는 부진을 거듭했던 인테르는 '승부사' 무리뉴 감독을 데려오면서 팀의 오랜 숙원인 챔스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16강에서부터 강팀 맨유와 대결하게 된 인테르의 챔스 대진운은 썩 좋지 못했다.
과거 포르투와 첼시 감독 시절 맨유를 상대로 확실히 우위에 있었던 무리뉴의 맨유전 상대전적만큼은 충분한 기대를 걸게 했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시종일관 맨유의 리드 속에 인테르는 변변한 공격조차 쉽지 않았고, 결국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며 인테르는 0-2의 완벽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무리뉴의 인테르'가 2년차에 접어드는 이번 시즌, 인테르가 또다시 맨유를 만난다면 작년의 맥없는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뿐더러, 퍼거슨과 무리뉴의 흥미로운 입담 대결 또한 추가적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06/07시즌 8강 진출을 놓고 다퉜던 레알과 뮌헨의 대결, 지난 시즌 16강에서 만났던 바르샤와 리옹 등의 경기도 올 시즌 또다시 성사된다면 더욱 관심을 모을만한 대진이 될 전망이다. 오는 19일 스위스 니옹에서 열리게 될 챔스 16강 대진 추첨에 많은 축구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1998/99시즌 맨유의 극적인 챔스 우승이 기록되어 있는 당시 기사 ⓒ UEFA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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