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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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쉰피협과 잘 싸워낸 김연아

기사입력 2009.12.07 15:01 / 기사수정 2009.12.07 15:01

김홍배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홍배 기자] 일본에서 열린 2009'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김연아(19,고려대)는 188.86의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낸 뜻깊은 우승이었습니다. 자칫 프리 경기에서 넘어지기라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정도로 숨막히는 긴장감에서 시작된 프리 경기에서 김연아는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노련미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장식하면서 전체적인 완성도의 상당부분을 좌우하는 '콤비내이션'점프에서 '트리플 러츠'의 축이 기울어지면서 자칫 위기를 맞을 뻔하였습니다만, 그 짧은 찰나의 시간에 연결'토룹'점프를 트리플(3회전)에서 더블(2회전)로 바꿉니다.

결과적으로 이 순간의 선택이 파이널 3회 우승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무리하게 3회전으로 시도하였다면,쇼트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었고, 넘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었습니다.김연아의 순간대처 능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산점을 얻지 못할 정도로 잘못된 점프는 아니었지만, 예상대로 가산점은 0입니다. 도입, 자세, 회전수 등 나무랄 데 없었고, 단지 공중에서의 축이 약간 더 앞으로 쏠리면서 랜딩(착지)자세가 연결 3회전을 붙이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을 뿐이었는데도 이미, 작정한 심판들에게서 기댈 것은 없습니다.

큰 실수 하나면 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 속에서 성공시킨 오프닝 점프였습니다. 3-3을 뛰겠다고 하던 안도 미키(일본)가 실제로는 3-2의 구성으로 '겉보기 클린'을 시도했던 것을 보면 첫 번째 점프에서 자칫 실수가 나왔더라면 파이널 우승은 없었습니다.

안도 미키가 자신의 장기인 '살코'점프에서 손을 짚는 실수를 하는 순간에 승부는 갈라졌습니다. 점프 전후의 흐름을 평가하면 김연아와 안도 미키는 동급이 될 수 없습니다만,이미 분위기는 안도 미키가 겉보기 클린에 성공하면 우승을 쥐여줄 기세였다고 봅니다.

쇼트에서 무리한 방법로 김연아를 밀어낼 때부터 정해진 순서였다고 분석됩니다. 그 분위기속에서 상황 전개상 3-3을 3-2로 바꾼 선택은 현명한 선택이었고, 노련미가 힘을 발휘했던 승부처라고 하겠습니다.

플립의 난을 잠재우다

일본 언론에서 김연아 흔들기로 활용되었던 점프가 '플립'점프였습니다. 러츠와 더불어서 김연아의 대표적인 점프입니다만, 지난 1차 프랑스에서 스케이트 날에 이물질이 끼면서 수행치 못한 이래로 무언가 찜찜하게 끌고온 점프였습니다.

집요하게 계속되는 플립에 대한 질문공세는 자칫 또 다른 징크스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쇼트 경기에서는 싱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만, 프리에서 멋지게 성공시키면서 모든 우려를 한번에 날렸습니다. 일종의 '터닝 포인트'역할을 하게 되는 중요한 점프성공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는 웬만해서는 플립점프로 아쉬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입니다.

아름다운 퍼포먼스

손끝 하나까지도 살아서, 빙면에서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김연아의 몸놀림은 이미 타 선수들과는 확연하게 레벨을 달리합니다. 예술적인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예술가로써의 김연아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점프와 스핀,스파이럴등의 기술요소를 예술적인 감성으로 입히면서 고난도로 수행해내는 유려한 흐름을 보면 긴장감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승부를 가리는 것인지조차도 잊게 됩니다. 이미, 이번 파이널에서는 심판들에게서 좋은 점수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가산점은 고사하고 멀쩡한 수행에 흠집이나 남기지 않으면 다행이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관객에게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려는 최선의 몸짓만이 빙판에 궤적을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교과서 러츠의 희망

트리플(3회전)점프 중에서 가장 배점이 높으며, 고 난이도의 점프가 '러츠'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선수들중에서도 러츠 점프를 제대로 수행해 내는 선수가 드물 정도로 어려운 점프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른발 토(스케이트 앞부분)를 이용해서 빙판을 찍으면서

동시에 왼발목을 바깥으로 꺾어서 도약을 해야 하는 어려운 도입으로 인해서 대부분의 선수가 어려워하는 점프입니다. 과거의 선수들만이 아니고, 현재 선수로 활동하는 선수들 중에서도 제대로 수행해내는 선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유망주인

주니어들 중에서도 제대로 배운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몇 명이 안됩니다. 해서, 탑 스케이터의 조건에 러츠 점프의 구사여부도 큰 요소로 거론됩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실력 외적인 도움을 받는 복 많은 선수일 경우입니다.

김연아의 러츠는 교과서이며,'태평양 러츠'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스케일이 크고 웅장합니다. 남자 선수와 비견되는 대표적인 점프이며,'딜레이드 점프'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이번,파이널 프리에서는 비장의 각오로 성공시켰다고 느껴졌습니다. 뒤를 돌아보면서 랜딩점(착지점)을 살피는 모습에서 '반드시'라는 각오를 읽었습니다.

결과는 최상의 점프로 수행이 되었습니다만, 이미 예상했던 대로 가산점은 1점에 불과합니다. 어찌 보면 당시의 상황에서는 1점도 많이 준 점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소금밭 가산점에서 1점은 큰 숫자이기는 했습니다. 그만큼, 대단히 좋았던 점프였다는 반증도 됩니다.

스핀, 스핀…그리고

앞서도 언급했지만, 가산점은 고사하고 멀쩡한 수행에 흠집이나 남기지 않으면 다행이었습니다. 프로스램의 마지막에 수행된 두 개의 스핀에서 무슨 이유로 레벨이 4가 아닌 3인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이유를 알고 있는 의문입니다만.'플라잉 싯스핀'에서 도입자세도 견고했고, 수행자세도 최고였고, 회전수에도 문제는 안 보입니다만, 심판의 눈에만 보이는 결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콤비내이션 스핀'도 마찬가지입니다. 2위를 차지한 안도 미키와의 스핀을 비교해보면 금세 그 레벨의 차이를 알 수가 있습니다만 김연아는 3을 미키는 4를 주는 방식으로 무엇을 원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가 대단한 선수일 뿐입니다.

시니어에 데뷔한지 어언 4년차의 선수로써 지난 4년간에 겪었던 모든 희로애락을 단 이틀 동안에 압축해서 다시금 리플레이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참으로 잘 싸워낸 그랑프리 파이널이었습니다.

경기장에는 선수가 아닌 전사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김홍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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