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05 23:29 / 기사수정 2009.12.05 23:29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5일 저녁,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 제1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프로그램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가 123.22의 점수를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65.64점과 합산한 188.86의 점수로 185.94를 기록한 안도 미키(21, 일본)을 제치고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임한 김연아는 정신적으로 막중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 11월 중순,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벌어진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 때, 김연아의 발보다 약간 부츠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김연아는 왼쪽 부츠를 바꾼 채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한결 편한 느낌을 찾았지만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리고 있는 일본은 김연아를 환대하지 않았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나타난 김연아의 평가는 '잔인할 정도'로 깐깐했다. '에릭 봉파르'에서 2위와 30점 이상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김연아에 맞설 상대는 보이질 않았다. 넘어서지 못할 1인자에 대한 평가는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우선 김연아의 기술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에 제동이 걸렸다. 멀쩡하게 뛴 트리플 토룹의 회전수가 부족했다는 테크니컬 패널의 판정이 내려지면서 김연아의 점수는 대폭 깎였다.
시즌 도중, 자신이 구사하는 특정 기술에 이해가 되지 않는 판정이 내려지면 모든 선수들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자신이 꾸준히 뛰어오고 인정받은 기술이 특정대회에서 다운그레이드 처리되면 선수들의 의욕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어느 선수들은 "경기를 할 의욕이 떨어진다"라고 까지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는다.
그랑프리 파이널 같이 규모가 큰 국제 대회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면 그 상처는 더더욱 크다. 김연아는 부츠 문제의 적응과 일본 취재진들의 집요한 '플립 구사' 질문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멀쩡한 트리플 토룹에 제동이 걸렸다. 어지간히 정신력이 강하지 않은 선수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담대한 성격을 지닌 김연아는 이 문제를 극복해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생기는 '참사'도 발생했다.
과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는 스케이터가 얼마나 될까. 김연아 자신이 지닌 '강심장'도 한몫을 했지만 곁에 있던 브라이언 오서가 없었더라면 김연아는 무너질 수 있었다.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도 오서 코치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제자를 위해 흥분을 감추는 노련함도 나타냈다.
오서 코치는 "잘못된 판정도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한, 김연아의 컨디션은 정상이다. 그녀에게 큰 문제는 없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선수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가 평정심을 잃게 된다면 그 밑에 있던 제자도 쉽게 무너지고 만다. 여러 가지 악조건에 있는 상황 속에서도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자신감'을 끝까지 지켜 주었다.
기술적으로 이미 완성된 김연아에겐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어울렸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 스포츠의 관계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김)연아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오서 코치의 '인간미'가 물씬 풍겨 나온다. 언제나 연아의 의견을 반영해주며 매우 인도적으로 이끌어 준다. 이러한 지도 방침에 연아도 매우 잘 따라온다"도 밝혔다.
오서는 삭막한 도쿄에서 김연아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됐다.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연아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이끌었다. 또한, "김연아의 컨디션은 매우 좋고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며 정신적인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는 김연아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었다.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파이널은 '정신력 싸움'이 승패를 좌우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오심과 플립에 대한 집요한 일본 언론들의 질문 공세, 그리고 스케이트 날의 문제 등을 모두 이길 수 있는 이유는 오서 코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훈련 방식은 '굳은 신뢰'로 이어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연아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사진 = 브라이언 오서,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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