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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판정 극복하고 '거쉰의 부활'에 도전

기사입력 2009.12.05 13:57 / 기사수정 2009.12.05 13:5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세계 챔피언의 실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그러나 김연아라고 해서 모든 점프를 가뿐히 뛰기를 바라는 기대는 김연아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4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아(19)가 TES(기술요소) 33.80, PCS(프로그램 구성요소) 31.84점을 합산한 총점 65.64로 2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좀처럼 1위를 놓치지 않던 김연아가 2위에 머무른 것은 지난 2008-2009 시즌과 올 시즌을 합쳐서 처음이다. 궤적을 바꾼 트리플 플립을 싱글로 처리하고만 김연아는 기본점수 5.5점을 잃었다.

트리플 플립 부분에서 큰 실수를 했지만 문제는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 있었다. 김연아가 구사한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점프 중, 두 번째 점프인 토룹이 회전수가 2회전으로 처리되면서 다운그레이드를 받고 말았다.

이러한 판정이 내려지면서 김연아는 너무나 많은 점수를 잃었다. 이번 경기를 지켜본 대다수의 피겨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트리플 플립에서 큰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토룹의 회전 수는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판정"이라고 공통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66.20의 점수를 기록한 안도 미키(21, 일본)는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라섰다. 김연아와의 점수 차이는 겨우 0.56점이다. 김연아는 지난 시즌 4대륙 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는 15점 차이가 넘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올 시즌 첫 그랑프리 대회인 '에릭 봉파르'대회에서는 무려 30점이 훨씬 넘는 점수 차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김연아는 지난 '스케이트 아메리카' 프리스케이팅에서 3번의 점프 실수를 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도 트리플 플립을 뛰지 못했다. '플립 구사에 대한 여론이 확정되면서 본인 스스로 겪어야만 될 심적인 부담감은 얼마나 컸을까. 현지 일본 언론들은 '트리플 플립' 구사 여부에 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 김연아는 자신이 감당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 챔피언의 실수를 바라보는 시선

피겨 스케이팅은 매우 어렵고 예민한 종목이다. 이틀만 스케이트를 안 신어도 점프의 감각이 흐트러지게 된다. 또한, 시즌 중반으로 넘어오면 모든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김연아도 이러한 사항을 피해가기 어렵다. 제아무리 뛰어난 스케이터라 해도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다.

체력적인 부담이 없었던 '에릭 봉파르' 때, 김연아는 최상의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시즌이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재점검할 시기가 왔다. 또한, 컨디션을 내년 2월에 모든 포커스로 맞춘 상태라 이 부분에 대한 조절도 필요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심판 이사이자 국제심판인 고성희(36) 이사는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스케이터들의 점프 감각이 흐트러지는 시기가 온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이 부분을 점검할 수 있지만 연속된 경기를 치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흐트러진 감각을 안고 시합에 임하게 된다. 이 문제는 뛰어난 스케이터들도 겪는 문제이며 김연아라고 예외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대중들의 시선은 '실수를 안 하는 김연아'에 익숙해 있다. 사소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점프의 감각이 흐트러지고 민감해지는 것이 피겨 스케이팅이다. 또한, 김연아의 실수가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큰 화제로 급부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경기를 치러야하는 본인은 얼마나 큰 부담감을 느낄까.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그동안 실수에 대해 겸허한 입장을 내비쳤다. 아쉽지만 다음에는 잘하겠다는 일관된 말은 한 번의 실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번 저지른 '실수'를 계속 머릿속에 간직해 두면 무의식적으로 그 점프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된다.



김연아에게 점프의 기초를 가르친 오지연 코치는 "보통 아이들은 코치에게 야단을 맞게 되면 울거나 기가 죽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그렇지 않았다. 아주 어린 시절에도 위축되거나 눈물을 보이는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독하게 연습에 임했다"고 회고했다.

김연아의 강한 정신력은 어릴 때부터 타고난 것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극복해내는 점도 김연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림픽을 앞둔 상황 속에서 오는 엄청난 시선의 중압감도 김연아는 잘 버텨내고 있다. 그러나 실수 하나하나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태도는 김연아의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자 싱글 피겨 역사상 최고 난이도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에 도전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기술과 안무의 조화, 여기에 세련미까지 갖춘 이 프로그램은 김연아가 정복할 또 하나의 과제다. 이번 시즌에 들어서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을 아직까지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연아의 기준이 아닌, 다른 스케이터들을 보면 한 시즌 동안 자신의 프로그램을 60% 이상도 수행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도 많다.

프로그램의 기술요소와 안무를 완벽하게 수행한다는 것은 골프에서 '홀 인원'을 하는 것처럼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올 시즌, 여자 싱글 스케이터들 중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깔끔하게 연기한 선수는 거의 없다. 이 상황에서도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2번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했고 프리스케이팅 최고 기록도 경신했다.

그러나 늘 완벽함에 도전해온 김연아는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자신의 롱프로그램에 도전한다. 올림픽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점수에 연연하는 것보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실전무대에서 깨끗하게 연기하는 '경험'이 김연아에겐 더욱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의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에 다운그레이드가 붙은 점은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 점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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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C) IB 스포츠 제공,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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