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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불편함 털어버리고 비상 준비

기사입력 2009.12.04 14:14 / 기사수정 2009.12.04 14:1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틀만 쉬어도 점프의 감각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제아무리 훌륭한 점프를 뛰어도 특정한 요소에서 불편함이 오면 흐트러지죠. 피겨 스케이팅은 그만큼 어렵고 민감한 종목입니다"

김연아(19)의 어린 시절, '정석 점프'의 기초를 완성한 오지연 코치의 증언이다. 그는 "피겨는 원체 어려운 종목이며 알만 열수록 더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인 김연아도 지난달 중순에 벌어진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서 세 차례에 걸친 실수를 범했다.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대기실에 있던 김연아는 부츠를 벗고 다시 신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소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스케이터는 매우 예민해진다. 이러한 사례는 모든 스케이터들에 적용되며 최고의 선수인 김연아도 예외일 수는 없다.

4일 저녁,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 제1체육관에서 벌어질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김연아는 자신의 왼쪽 부츠를 새것으로 바꿨다.

피겨 스케이터에 있어 부츠는 '생명'과도 같다. 부츠에 사소한 문제가 생기면 점프의 감각을 잃어버리고 전체적인 리듬감도 상실하고 만다. 지난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김연아가 신던 왼쪽 부츠는 김연아의 발보다 조금 컸었다. 발에 꼭 맞지 않는 부츠는 스케이터에게 굉장히 민감하게 작용하며 최상의 연기를 펼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김연아는 왼쪽 부츠를 교체했다. 일본 현지에 있는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 스포츠는 "(김)연아가 새 부츠를 편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연아 자신도 새 부츠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연아는 가장 정확한 에지로 점프를 구사하는 스케이터다. 아웃 에지로 도약하는 러츠와 얕은 인 에지로 뛰는 플립을 구사하기 위해 왼쪽 발에 가는 힘은 상당히 소요된다. 또한, 다리의 힘이 매우 필요한 '더블 악셀'도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3번(더블 악셀 + 더블 토룹 + 더블 룹,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포함)을 구사한다.

김연아가 구사하는 점프는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점프다. 이 점프를 구사하기 위해 김연아가 소모하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오지연 코치는 "연아는 어릴 때부터 점프에 필요한 힘이 대단했다. 링크 안에서 하는 훈련도 좋았지만 링크 밖에서 철저하게 완성한 지상훈련의 성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지난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김연아는 자신의 힘을 충분히 실어줄 부츠를 신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며 좋은 점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피겨 스케이팅은 '도전'의 종목이기도 하지만 '유지'의 종목이기도 하다. 특정한 트리플 점프를 완성해도 이 점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힘들다. 특정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면 그 다음 과제는 고지에 꽂힌 깃발을 지속적으로 지키는 것이다.



김연아의 뛰어남은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 일부 스케이터들은 특정한 기술을 '예전'에 완성했지만 현재는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의 안도 미키(21)의 '쿼드러플 살코'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예전에 한번 뛴 점프는 말 그대로 '과거의 것'일 뿐이다.

연습 때, 성공률이 높은 점프가 있어도 그 기술을 실전 경기에서 성공시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연아와 다른 스케이터들의 차이점에서 여기서도 나타난다. 가장 어려운 기술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에 성공한 김연아는 이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자했다.

김연아는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완성한 상태에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제자가 됐다. 오서는 김연아에게 새로운 점프 기술을 지도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기술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미스터 트리플 악셀'로 불렸던 오서는 트리플 악셀을 비롯한 모든 점프에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김연아가 구사한 교과서적인 점프에 익숙해 있던 오서는 이 점프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러한 지도력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현재의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로 완성됐다.

언제나 말을 아끼는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츠 문제와 '트리플 플립' 궤적 방향을 바꾼 김연아는 불편한 요소를 털어버리고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가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얻은 경험은 좋은 전략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늘 프로그램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태도도 김연아의 상승세에 큰 작용을 했다.

김연아는 이미 세계신기록을 두 번이나 경신한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연기한다. 또한, 자신의 새로운 목표가 된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의 완성도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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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김혜미 기자,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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