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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역도 여제'

기사입력 2009.11.28 21:43 / 기사수정 2009.11.28 21:4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고양 킨텍스, 조영준 기자] 28일 저녁, 2,000여 좌석이 설치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5번 전시홀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역도 선수'인 장미란(26, 고양시청)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이번 대회는 '역도의 대중화'를 위해 관중을 무료로 입장시키도록 했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가 있을 때, 많은 이들이 킨텍스를 찾았지만 장미란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은 전시홀을 가득 채웠다.

또한, 입장하지 못하고 돌아간 이들도 많았다. 무료입장이다 보니 항의의 목소리도 컸고 장내에 출입하기 위해 진행요원과 다투는 이들도 많았다. 여자 75KG 이상 체급에서 장미란은 3번의 세계선수권 우승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인상과 용상에서 모두 세계신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장미란은 그야말로 한국 역도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세계를 누비며 모든 대회를 석권한 장미란은 국내 무대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게 됐다. 국내에서 최고 규모의 역도대회가 열린다는 점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국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한국이 아닌,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도 2008년 12월에 고양시 어울림 누리 얼음마루에서 벌어진 '2008-2009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시니어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단순히 기량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강심장'이던 김연아도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이러한 경우는 장미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용상에서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위에 있는 장미란은 용상 첫 시기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바벨을 들어올릴 때, 관중의 지나친 환호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용상 1차 시기 이후, 관중의 자제를 부탁했다. 용상 1차 시기에서 175kg에 실패한 장미란은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만약 2차 시기에서도 이 바벨을 들어올리지 못하면 용상 우승은 물론, 종합 우승도 무산되기 때문이다.

바벨을 잡은 뒤 긴 호흡을 하고 일어설 때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는 선수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함성을 자제하는 점이 필요하다. 장내 아나운서의 당부가 나간 뒤, 분위기는 자제되었다.

2차 시기에서 바벨 무게를 174kg으로 낮춘 장미란은 가뿐하게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용상 1위는 물론, 종합 금메달까지 확정 지은 장미란은 자신이 세운 종전 최고 기록은 186kg을 넘어서는 187kg에 도전했다.

장미란은 인상과 용상 1차 시기에서 모두 실패했다. 1차 시기가 시작될 무렵, 관중의 함성과 소란스런 분위기는 장미란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장미란은 슬기롭게 대처했다. 2차 시기에서 무게를 낮추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 장미란은 우승부터 확정지었다.

세계선수권 4연패에 성공한 장미란은 올림픽 우승을 합해 현존하는 최고의 역도 선수임을 증명했다.

마음의 부담이 조금 덜해진 가운데 장미란은 최고 기록에 도전했다. 한층 냉정해진 표정으로 바벨 앞에 다가선 장미란은 187kg의 무게를 머리 위까지 들어올렸다. 또 하나의 세계 신기록을 세운 장미란은 관중의 갈채에 화답했다. 위기의 상황을 냉철하게 모면한 장미란은 역시 '역도 여제'였다. 인상 우승과 주니어 신기록을 깨며 '다크 호스'로 부상한 타티아나 카쉬리나(러시아)도 아직은 장미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 유명세로 큰 곤혹을 치렀지만 장미란은 자신의 위치를 굳건하게 지켜냈다.



[사진 = 장미란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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