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26 03:36 / 기사수정 2009.11.26 03:36
"야! 야! 금복아!"
11월 22일 성남과 인천의 경기를 통해 성남의 원수로 급부상한 고금복 심판. 그가 성남과 전남과의 경기를 관람하러 왔다. 마침 그곳에는 동료 심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그에게 그 동료 심판은 친절하게 고금복 심판을 불렀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은 동시에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이… 바로 그 고금복?'
"저기는 농번기인가 봐…"
머나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원정 응원에 나선 전남의 서포터스들. 특이하게 한쪽에는 언제나 사물놀이패가 자리를 잡고 있다. 경기에 상관없이 쉬지 않고 우리 전통을 지켜나가는 데 힘을 쏟는 사물놀이패, 그들을 본 한 아저씨에게는 어릴 적 농촌의 기억을 새록새록 되살리게 해주었다.
▲ 축구장에서도 전통을 지키려는 그들의 노력을 아쉽게도 올해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아이고 나 진짜 미치겠네!"
인천과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하는 바람에 전남과의 경기를 관중석에서 무전기를 통해 지휘하는 신태용 감독. 1대 0으로 앞선 상황이지만 계속해서 기회를 날리는 제자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나 보다. 게다가 관중석에서는 수많은 아저씨의 작전 지시가 난무하는 상황. 신태용 감독도 한번쯤은 아저씨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작전을 지시하지 않았을까.
"내가 채식하려고 이거 시켰냐?"
성남에는 모 피자업체가 판매하는 '성남일화 피자 세트'가 있다. 가격은 13,900원. 축구 보느라 배고픈 관중에게는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세트를 열어보면 '성남일화 샐러드 세트'가 더 어울릴 정도로 피자보다 샐러드가 훨씬 많다. 피자는 단 4조각. 크기마저도 작다. 술과 안주로 점철된 우리의 몸을 깨끗한 샐러드로 정화하라는 피자업체의 뜻깊은 배려,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야! 낮은 포복 몰라? 천천히 좀 가!"
후반전이 갈수록 전남의 공격이 점점 거세졌다. 그와 동시에 성남팬들의 가슴도 타들어가는 상황. 마침 성남 박우현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팀의 선수가 부상을 당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히려 부상은 시간을 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단 1초라도 더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성남팬. 박우현이 일어서서 경기장을 나가자 냅다 소리를 지른다. 비록 경기는 승리했지만 박우현은 숙소에서 남몰래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축구도 벤치 클리어링이 있어?"
벤치 클리어링이란 야구나 아이스하키에서 경기 도중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가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축구에는 벤치 클리어링이라는 것이 없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터진 김승현의 골이 인정받지 못하자 벤치에서 부심에게 우르르 달려간 전남 선수들은 벤치 클리어링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즌도 끝나서 할 일이 없는 야구팬들, 귤을 까먹으면서 TV를 돌리다가 우연히 이 장면을 보고 한국시리즈의 그것을 떠올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자 선생님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에요?"
열심히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기록하던 본 기자에게 한 여고생이 무슨 취재를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친절하게 현장 스케치 중이라고 대답한 내게 그 학생은 순간할 말이 없어지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고야 말았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그 학생은 미안했는지 내게 나와 같은 점퍼를 입은 학생과의 즉석 미팅을 제안하는 엄청난 무리수를 두고야 말았다. 제안은 무척 고마웠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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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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