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20 08:58 / 기사수정 2009.11.20 08:58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0월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3차 시리즈 'Cup of China' 여자 싱글 부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시즌,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조애니 로셰트(23, 캐나다)가 쇼트프로그램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6위로 추락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만회한 점수로 최종 3위에 올랐지만 로셰트에게는 만족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이 대회 우승은 거식증에 시달리다가 눈물겹게 재기한 스즈키 아키코(24, 일본)에게 돌아갔다. 그랑프리 대회에서 이미 우승을 차지한 스즈키는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 매우 유력하다. 현재 그랑프리 진출이 결정된 선수는 김연아(19, 고려대)와 안도 미키(22, 일본), 그리고 알리나 레오노바(19, 러시아)와 애쉴리 와그너(17, 미국) 등이다.
총 6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티켓은 이제 2장만 남았다. 남은 2장의 티켓은 21일부터 23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 주 키치너에서 벌어지는 '2009-2010 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 '홈센스 스케이트 캐나다 인터내셔널'에서 결정된다.
가장 유력한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자는 스즈키 아키코다. 이미 한 번의 그랑프리 우승 경험이 있는 스즈키는 이번 대회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5번의 캐나다 내셔널대회 우승자이자 지난 시즌, '피겨 여왕' 김연아에 이어 '2인자'로 등극한 로셰트는 스즈키보다 위태로운 상태다.
지난, 10월 말에 벌어진 'Cup Of China'는 로셰트에게 악몽이었다. 특히,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점프가 무너지면서 52.12의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가 실패로 돌아갔고 더블 악셀마저 실수를 범했다.
점프가 흔들리면서 전체적인 균형도 무너졌다. 지난 시즌, 높은 레벨을 받은 스파이럴은 불안해 보였고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연결동작도 깔끔하지 못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위로 추락한 로셰트는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삼손과 데릴라'로 111.06을 받았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나타난 로셰트의 기량도 신통치 않았다. 점프의 실수는 많지 않았지만 깨끗하게 랜딩된 점프는 별로 없었다. 또한, 프로그램 막판에 있는 더블 악셀은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다.
로셰트는 더블 악셀에서 높은 가산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은 상실돼 있었다. 또한, 아직까지는 새 프로그램에 대한 완성도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김연아를 제외한 많은 스케이터들은 새 프로그램의 적응이 아직 덜 된 상태다. 시즌을 치러가면서 연습과 실전을 통한 지속적인 훈련이 새 프로그램의 적응도를 높여준다.
비록, 시즌 초반에 있었던 결과였지만 로셰트가 이 정도로 부진할지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로셰트는 카롤리나 코스트너(22, 이탈리아)와 함께 비교적 정확한 점프와 기술을 구사하는 스케이터다.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점프의 비거리와 질은 김연아와 비교해 많이 떨어진다. 탄력과 비거리가 좋은 점프보다는 안정적으로 랜딩할 수 있는 점프를 구사하는 로셰트는 지난 시즌, 실수가 적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새 프로그램을 연기하면서 로셰트의 점프는 매우 불안정했다. 도약할 때 치고 올라가는 힘이 떨어져 있었고 자신감도 결여돼 있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랜딩의 불안함으로 이어졌다.
기술적으로 흔들린 로셰트는 프로그램의 연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로셰트가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 연이은 은메달을 획득한 이유는 로셰트가 지니고 있는 '안정감'에 있었다.
로셰트의 점프 스케일은 김연아보다 훨씬 떨어지고 코스트너의 것과 비교해봐도 탁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정된 기술을 구사한 로셰트는 실수를 줄였고 PCS(프로그램구성요소)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로셰트는 이 대회에서 1위, 혹은 2위를 기록해야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다. 지난 16일에 막을 내린 '2009-2010 Skate America'에서 분전한 레이첼 플렛(17, 미국)과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로셰트는 만약, 이번 대회에서 2위권 밑으로 떨어질 경우,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 어려워진다.
조애니 로셰트는 김연아가 '압도적인 강자'로 부상할 때, 가장 분전했던 선수였다.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속 2위를 기록한 저력은 거저 나온 것이 아니었다.
로셰트의 장점은 '안정감'에 있다. 여기에 훌륭한 '마인드'도 그의 장점 중 하나다.
지난 8월, 아이스쇼 출연을 위해 국내에 입국한 로셰트는 "김연아는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하는 스케이터다. 그러나 누구를 의식하면서 스케이트를 타지는 않는다. 내 목표는 언제나 개인 최고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로셰트는 정통적으로 캐나다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본국에서 올림픽이 치러지는 점에 대해 로셰트는 "시차 적응에 대한 문제가 없어 캐나다와 미국에서 경기를 하면 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국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로셰트에게 가장 필요한 점은 '점프의 안정화와 높은 성공률'이다. 그리고 지난 'Cup of China'에서는 새 프로그램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점도 개선되어야만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힘을 얻게 된다.
로세트는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시즌에 맞춰서 모든 것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까지 로셰트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2인자'로 떠올랐다. 올 시즌도 로셰트의 선전이 예상됐지만 스즈키 아키코와 애쉴리 와그너, 그리고 레이첼 플렛의 부상이 로셰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량을 온전히 발휘할 경우, 로셰트는 충분히 정상권을 지킬 저력이 있다. 트리플+트리플 점프는 구사하지 않지만 다양한 점프를 구사하고 있고 PCS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점프의 안정화와 새 프로그램에 녹아드는 점이 로셰트에게 주어진 과제다.
[사진 = 조애니 로셰트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