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톤의 마무리 브래드 릿지(28세), NLCS 세인트루이스와의 5차전에서 끝내기 3점 홈런을 허용하더니 6일만에 등판한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도 끝내기 한방에 무너지며 불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지난 시즌 휴스톤의 마무리로 완벽하게 자리잡으며 철통 같은 뒷문을 지키고 있는 릿지.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에 이어 강력한 슬라이더를 장착한 그는 작년 시즌에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맞붙은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서 8이닝 단 1피안타 무실점 14탈삼진등 완벽투를 보이며 최고의 소방수로 자리매김 했다.
올 시즌도 4승4패 방어율2.29, 42세이브로 NL리그 3위를 기록했고, 시즌 70.2이닝 103개의 탈 삼진으로 이닝 당 탈삼진 비율은 비교가 안될 만큼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기에 이번 부진은 더욱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차전 끝내기 홈런을 맞은 브래드 릿지의 모습은 2001년 마무리 김병현을 떠오르게 한다.
아찔했던 2001년 월드시리즈
2001년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의 금자탑을 쌓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뉴욕 양키스와 우승 반지를 놓고 격돌을 벌였다. 커트실링과 랜디 존슨이라는 당대 최고의 원투 펀치를 보유한 애리조나는 원정 1차전에서 커트실링의 호투로 9-1로 대승을 거두었고, 2차전마저 존슨의 4-0 완봉승으로 2연승을 가져갔다.
3차전에서는 양키스가 로저 클레멘스와 마리아노 리베라의 환상적인 활약으로 2-1 승리를 거두었다. 김병현은 4차전에서야 비로소 마운드에 올라오는 기회를 가졌다. 실링이 4일만에 등판하는 모험수를 강행했고, 7회까지 3-1로 애리조나가 앞서 있었다.
8회말에 등판한 김병현은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9회에도 2사까지 잘 처리했지만 2사1루에서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동점 홈런에 이어 10회 연장전에서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당시 22살의 어린나이에 감당 못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5차전, 2-0으로 앞선 9회말에 스콧 브로셔스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평생 지울 수 없는 역사를 쓰고 말았다. 결국 양키스는 12회 연장끝에 소리아노의 결승타로 승리하며 3승2패로 앞서나갔지만 다행히 6차전은 랜디 존슨, 그리고 7차전은 커트실링의 위력 투로 4승3패로 승리한 애리조나가 가을 축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자칫 2001년 월드시리즈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우승으로 인해 김병현은 쉽게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다음 시즌인 2002년에는 8승3패 36세이브, 방어율2.04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1이닝 2실점, 보스톤으로 간 2003년 포스트시즌 성적 역시 0.2이닝 1실점으로 시즌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한 점은 큰 경기에서의 심리적인 압박이 남아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릿지 앞으로 등판이 가능할까
믿었던 불펜진들이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1,2차전으로 인해 휴스톤의 투수 운용에 먹구름의 생겼다. 추격전의 시작을 위해서는 릿지를 비롯해 계투라인의 활약이 절실한 입장이다.
심리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마무리의 직분. 믿기지 않는 끝내기 홈런포에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진 릿지에게는 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길이 시급하다. 하지만 28세의 적지않은 나이에 온 경험이기에 좀 더 여유롭게 헤쳐나갈 수 있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과연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 윽박지르는 강속구와 노련함으로 상대 타자들을 봉쇄했던 그의 쾌투를 보여줄 수 있을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휴스톤의 운명과 함께 그의 운명도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박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