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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은반 위의 무도] 한국 피겨, 김연아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기사입력 2009.11.06 20:28 / 기사수정 2009.11.06 20:2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에서 피겨 스케이팅이 대중들의 곁에 다가간 때는 얼마 되지 않는다. 피겨 전용링크의 부재와 열악한 선수층 속에서도 김연아(19, 고려대)와 같은 최고의 스케이터가 배출됐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피겨 스케이팅 팬층은 한층 두터워졌다. 김연아는 한국 스포츠 문화의 아이콘이 됐고 그가 출연하는 아이스쇼는 매진 사태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피겨 자체는 ‘김연아’에 국한돼 있다.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속속 출연하고 있지만 김연아가 일으킨 피겨 열풍을 이어갈 인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피겨 마니아계층에서 사랑받는 선수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김연아가 세워놓은 피겨 열기를 이끌어 갈만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은 김연아와 함께 단 한 명의 여자 싱글 스케이터가 참가할 수 있다.

현재 김연아는 여자 싱글 선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점수인 210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김연아에 이어 국내 시니어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의 점수 격차는 매우 크다.

김연아가 최고기록을 연거푸 세운 올 시즌, 기대를 모았던 국내선수들은 모두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연아를 제외한 국내 스케이터들 중, 올 시즌 국제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이는 김나영(19, 인하대)이었다. 김나영은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환태평양대회에서 119.84의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주니어 쌍두마차인 곽민정(16, 군포 수리고)과 윤예지(15, 과천중)은 주니어 그랑프리 1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자신의 특기인 점프에서 급격히 흔들린 곽민정은 108점에 머물려 주니어 그랑프리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 11위를 기록했다.

한편, 국내에서 130점에 이르는 점수를 받아 관심을 모은 윤예지도 그랑프리 시리즈 터키대회에서 11위에 머물렀다. 아직 성장해 나가는 선수들이지만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펼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현재 국내는 김연아의 압도적인 기량으로 흥분에 가득 차 있다. 반면, 일본 피겨의 ‘자존심’이었던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의 추락에 충격을 받은 일본 피겨는 올림픽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처지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아사다 마오 외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선수들이 충분히 존재했던 일본은 안도 미키(22, 일본)와 스즈키 아키코의 우승으로 ‘피겨 강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일본은 남자 싱글 부분에서도 오다 노부나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싱글과 여자 싱글에 걸쳐 총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은 탄탄한 저변을 과시했다.

그러나 김연아를 제외한 한국 피겨는 세계정상권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배출했지만 그 선수와 다른 선수의 점수 차이가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국내 주니어 선수들은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다녀오면서 새 프로그램의 난이도를 조금 높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았다. 세계정상권에 가까워지려면 러츠와 플립을 트리플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와 가산점에서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내야만 한다.

현재 국내 선수들은 러츠와 플립을 구사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이번 시즌에 들어오면서 성공률이 저조해 졌다. 또한, 이번에 열리는 랭킹전을 준비하게 위해 김현정(17, 군포 수리고)과 김나영 등은 그랑프리 시리즈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국 피겨의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김연아 혼자만으로는 힘들다. 현재 한국 피겨는 올림픽 금메달에 가까워져 가는 김연아 때문에 잔뜩 기대가 부풀어있다. 그러나 넓은 피겨 저변과 뛰어난 선수 육성법으로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일본은 세계정상권에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이 날마다 늘어가고 있다.

한국 피겨는 김연아 이후의 피겨를 생각해서라도 나머지 선수들의 성장에 전념해야 한다. 최고의 선수를 배출했지만 국내 피겨의 행정력과 선수들의 관리 시스템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 피겨의 과제는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김연아 이후에 세계 피겨의 흐름을 타고 도전할 수 있는 선수들을 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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