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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신치용 감독, "삼성화재, 올 시즌 PO만 진출해도 대성공"

기사입력 2009.10.31 14:16 / 기사수정 2009.10.31 14:1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제가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겸손'입니다. 겸손 안에 모든 답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또한, 스스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권유합니다. 그곳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화재가 지난 2시즌 동안 우승을 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꾸준함'이 있었을 뿐입니다"

2007-2008 시즌과 2008-2009 시즌, 삼성화재의 전력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었다.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을 받았지만 그러한 예상을 뒤엎고 2시즌 연속 V-리그의 정상을 밞았다.

그 중심에는 '승부사' 신치용(54) 감독이 있었다. 높이가 떨어지고 나이가 많은 선수 위주로 팀이 구성됐지만 신 감독은 이러한 여건을 극복하고 정상에 등극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 대해 신 감독은 낙관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보다 더욱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고 신 감독은 전망했다.

"현재 우리 팀에서 당장 뛸 수 있는 선수는 9-10명에 불과합니다. 현재 팀 인원은 총 12명인데 그 중에서 신선호(33, 센터)와 유광우(24, 세터)는 부상으로 현재 코트에서 뛸 수 없는 상태죠.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은 겨우 9명에서 10명에 불과합니다. 장기 레이스를 펼쳐가기엔 선수들이 턱없이 부족한데 하루빨리 드래프트가 시행돼서 선수를 수급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삼성화재는 드래프트에서 9번과 10번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다. 비록,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지목할 수는 없지만 주전 선수들을 대체할 벤치 멤버들이 필요하다고 신 감독은 강조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삼성화재는 선수 구성에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과 비교해 객관적으로 떨어진다. 주전 선수들의 높이가 낮고 노장 위주로 선수들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장기 레이스를 펼쳐가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의 나이가 많다 보니 체력적인 문제도 신경이 쓰이고 무리를 하면 몸에 신호가 와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선수들을 받쳐줄 벤치 멤버들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인하대 졸업 이후, 삼성화재에 입단한 촉망받던 세터인 유광우(24, 세터)와 주전 센터인 신선호(31, 센터)는 부상으로 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지 못하다. 10명에 이르는 적은 팀 인원 때문에 삼성화재는 팀 자체 연습경기마저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성화재는 여전히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이 어렵다는 전망 속에서도 삼성화재는 예상을 뒤엎고 정상에 올랐다. 석진욱(33, 레프트)과 손재홍(33, 레프트)그리고 '월드 리베로'인 여오현(31, 리베로)등의 탄탄한 수비에 이은 안젤코(전 삼성화재)의 결정타로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의 공격력을 책임진 안젤코는 없다. 또한, 올 여름에 벌어진 2009 IBK KOVO컵 대회에서 MVP를 수상한 장병철(33, 전 삼성화재)도 은퇴를 선언하고 정든 코트를 떠났다. 이들을 대신해 들어온 선수는 캐나다 출신의 가빈 슈미트(23, 라이트)이다.

삼성화재는 무명이었던 안젤코를 조련해 V-리그 최고 공격수로 완성했다. 이번에 새롭게 영입한 가빈 슈미트 역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선수는 아니다. 현재 부족한 점은 많지만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신 감독은 평가했다.

"가빈은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경험도 부족하죠. 또한, 키가 크다 보니 몸이 느린 점도 약점입니다. 수비와 유연성도 떨어지는 편이죠. 이런 점을 앞으로 차츰 보완해 나갈 예정입니다. 현재의 국내리그에는 세계 정상급의 선수가 오기는 힘듭니다. 국내리그에서 성공하려면 국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 감독은 가빈에 대해 '아직은 미완성인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안젤코가 국내에 처음 들어와서 팀에 적응하는 것과 비교할 때,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삼성화재는 가빈 슈미트의 영입 외에 별다른 전력 충원이 없었다. 그러나 신생팀인 우리캐피탈과 KEPCO45의 전력은 만만치 않게 구축됐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었던 KEPCO45도 접전을 펼쳐야 할 만큼 전력이 급상승했다.



올 시즌은 다른 팀들의 전력이 모두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포스트시즌만 진출해도 '대성공'이라고 신감독은 평가했다.

"올 시즌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은 단 한 팀도 없습니다. 승수를 따내려면 매 게임 전력을 다해야만 가능합니다. 저는 올 시즌 다크호스로 우리캐피탈을 손꼽고 싶습니다. 비록 신생팀이지만 선수들의 전력이 매우 고르게 균형감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치용 감독은 전통적으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 배구'를 추구해 왔다. 삼성화재가 구사 수비 배구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과 비판적인 의견이 다양하게 공존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리그에서 삼성화재의 '조직력 배구'를 넘어선 팀은 없었다. 높이의 열세와 노장들로 구성된 팀의 단점을 '탄탄한 조직력'으로 삼성화재는 매 시즌 극복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기본기가 탄탄한 팀이라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삼성화재는 '탄탄한 기본기와 조직력에 가치를 둔 팀'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제 배구 철학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배구에 있습니다. 우리가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팀의 컬러가 결정되죠. 삼성화재는 조직력에 가치를 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화재의 훈련은 모든 구단을 통틀어 가장 힘들다는 소문이 있다. 몸을 내던지며 하는 수비 훈련은 공격보다 많은 땀을 필요로 한다. 신치용 감독은 조직력에 분명히 가치를 두고 있지만 나머지 요소도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비로소 감탄사가 나올만한 플레이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배구의 시작인 서브와 서브 리시브는 배구의 시작이자 기본기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블로킹과 공격 없이 좋은 배구를 할 수 없죠. 이렇듯 배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력과 함께 삼성화재가 지니는 특징은 끈질긴 승부근성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도 승리를 향한 열망과 지독한 근성이 상대팀보다 컸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연습경기를 한 도레이 팀의 감독이 삼성화재 선수들의 투지가 대단하다는 말을 했어요. 적어도 프로라고 불리려면 설렁설렁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코트에 들어가면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신치용 감독은 가장 힘든 시즌이 될 2009-2010 V-리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통의 라이벌인 현대캐피탈과의 개막전에서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덧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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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치용, 삼성화재 블루팡스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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