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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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2차전]승부처 다시보기

기사입력 2005.10.17 05:48 / 기사수정 2005.10.17 05:48

손병하 기자

포스트시즌, 특히 한국시리즈와 같은 중요한 단기전에서는 소위 '미치는 선수'가 나오는 팀이 승리한다는 야구계 속설이 있다. 그런 '미치는 선수'가 삼성에서는 나왔고, 두산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그러한 차이가 한국시리즈 초반 2연전의 향방을 갈랐다.

16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두산의 '2005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김재걸의 2루타와 김종훈이 끝내기 안타를 쳐낸 삼성이 두산을 3-2로 힘겹게 물리치고 시리즈 2연승을 내달렸다.

양 팀을 통틀어 5점밖에 나지 않은 점수를 보면 투수전을 예상케 하는 점수지만, 두 팀이 쳐낸 안타 수(두산 10개, 삼성 11개)와 볼넷(두산 5개, 삼성 4개)을 놓고 보면 투수들이 잘 던졌다기보다는 찬스에서 타자들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경기였다. 실제로 양 팀은, 무수한 득점 기회를 날리며 투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한 점차, 그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던 한국시리즈 2차전의 승부처를 짚어본다.

◆승부처 #.1 <두산의 3회 초, 삼성의 5회 말>

2회 안경현의 1타점 2루타로 선취점에 성공한 두산은 무엇보다 빠른 추가점이 필요했다. 전날, 선취점을 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추가점을 뽑지 못해 역전패한 아픈 기억을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추가점이 시급했다.

두산의 선발 랜들은 과감한 승부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고, 삼성의 배영수는 상대적으로 많이 흔들려 두산이 경기를 쉽게 가져가는듯 했다. 그리고 기회는 3회, 두산에게 빨리 찾아왔다.

두산은 3회 초, 선두타자인 장원진의 안타와 이어나온 임재철이 배영수의 수비 실책으로 진루하면서 무사 1-2루의 황금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믿었던 팀의 클린업 트리오인 3(문희성)-4(김동주)-5(홍성흔)번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면서 결국 추가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두산의 거센 공세를 잘 막아낸 삼성도 5회 말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삼성은 4회까지 랜들의 공격적인 투구 패턴에 말렸는 데, 5회 공격부터 적극적으로 초구를 노린 승부를 가져갔고 그것이 주효해 김한수와 양준혁이 연속 안타를 만들어내며 무사 1-2루의 좋은 기회를 가져갔다.

삼성도 두산과 같이 번트 작전을 펼쳤지만, 박진만이 번트를 실패하며 선행 주자가 잡혔고 이후 2사 만루에서도 조동찬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동점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3회와 5회, 각각 찾아왔던 기회를 만약 잡았더라면 그 팀에게 경기가 많이 기울 수 있었던 상황이기에 더 아쉬운 순간 이였다.

◆승부처 #.2 <박진만의 본헤드플레이, 김동주 안경현을 뺀 두산의 자충수>

7회 0-1로 끌려가던 삼성은 다시 한번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선두타자 양준혁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이어나온 박진만이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치며 무사 2-3루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진갑용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치며 1-1 동점에 성공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쾌조의 타격 감각을 자랑하는 김재걸이 또다시 안타를 때려내 역전 분위기로 갔다. 하지만, 2루 주자인 박진만이 김재걸의 짧은 안타 때 3루 주루코치인 류중일 코치의 스톱 싸인에도 불구하고 홈으로 파고들다 홈에서 태그 아웃되면서 역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상위 타순으로 연결되는 시점이어서 대량 득점으로까지 갈 수도 있었는 데 이 주루플레이 하나로 삼성은 힘든 경기를 치러야했다. 결국, 1점을 뽑는 데 그친 삼성은 곧 이은 두산의 8회 초 공격에서 김동주와 안경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2-1로 리드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두산은 안타를 쳐낸 김동주와 안경현 대신 윤승균과 정원석을 투입, 승부수를 띄웠었는 데, 윤승균은 득점 주자가 되면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2-1로 끝날 것 같던 경기가 9회 말 대타로 나온 삼성 김대익이 동점 솔로 홈런을 치면서 연장으로 넘어가게 되어 결과적으로 자충수를 둔 꼴이 되고 말았다.

득점 찬스에서 김동주와 안경현이 빠진 두산이 삼성 투수진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장 10회 초에는 윤승균과 홍성흔이 연속 안타를 쳐내며 다시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안경현을 대신한 정원석이 쓰리 번트 아웃이 되면서 점수를 뽑지 못했고, 11회 초에도 2사 1-2루의 득점 찬스에서 김동주를 대신한 윤승균이 삼진 아웃을 물러나 아쉬움이 남았다.

◆승부처 #.3 <두산 이재영, 김재걸과 너무 정직한 승부>

연장 12회 초,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한 두산은 12회 말 삼성의 공격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선두타자가 바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경계 1순위로 떠오른 김재걸이었기 때문이다.

김재걸은 전날 3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데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2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100% 출루. 한국시리즈 7타석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김재걸에게 좋은 공으로 승부를 걸었던 이재영은 결국 2루타를 허용했고, 조동찬의 보내기에 이은 김종훈의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안고 말았다. 물론 김재걸의 다음 타순이 1번부터 시작되는 상위타선이고 선두타자였던 만큼 살려 보내선 안되었지만, 쉬운 정면승부를 가져갔다는 아쉬움은 있었다.

김재걸의 2루타가 터지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그렇게 성공하기 힘들던 보내기 번트를 종동찬이 성공시키면서 이미 승부는 삼성 쪽으로 기울졌었다.

이로써 삼성은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두 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위해 한발 더 다가서게 되었고, 두산으로서는 18일부터 열리는 잠실 3연전에 '올인'하게 되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장시간 경기인 4시간 45분(종전:2001년 한국시리즈 삼성-두산전 4시간 36분)의 혈투를 펼친 두 팀의 2차전은 역시 선발보다는 중간 이후의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고 말았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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