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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예고됐던 김연아의 비상, 아사다의 추락

기사입력 2009.10.24 14:14 / 기사수정 2009.10.24 14:1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가 24일 새벽(한국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2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위에 머물고 말았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 시즌에서 아사다는 부진한 모습을 계속 노출하고 있다. 자신의 새 롱 프로그램인 '종'을 '2009 재팬컵'에서 처음 선보일 때도 잦은 점프 실수를 범한 아사다는 102.94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일본 피겨의 지존'이자 '자존심'으로 불렸던 아사다의 추락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점프에 대한 부담감 떨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

"(김)연아가 한창 떠오르던 주니어 시절 때, 어느 국제대회에 만난 일본 피겨 관계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한국에는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훌륭하게 뛰는 '천재'가 있다"고요. 그랬더니 그분은 "우리는 10대 초반에 트리플 악셀을 뛴 천재가 있다"라고 맞대응을 했어요. 바로 그 선수가 아사다 마오였죠"

피겨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성희 씨의 증언이다. 아사다 마오를 떠올릴 때, 항상 따라다니는 기술은 '트리플 악셀'이다. 스승인 타티아나 타라소바와 아사다 자신도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트리플 악셀을 반드시 뛰어야 된다고 강조해 왔다.

아사다는 현역 선수들 중, 유일하게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 번 시도하는 선수다. 그러나 '시도' 자체는 무의미하다. 점프의 완성도는 실전 무대에서 깨끗하게 랜딩을 한 뒤, 기초점수와 가산점을 받아야만 비로소 뛸 수 있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타라소바는 점프의 중요성을 강하면서 '점프 특훈'을 강조했다.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을 높이는데 주력을 했지만 성공률은 신통치 못했다. 무엇보다 트리플 악셀 이외에 다른 기술에서 발전이 없었던 점이 아사다의 발목을 잡았다.



24일 벌어진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에서도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의 실수 인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잃었다. 아사다의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기술이 실패하면 아사다의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첫 번째 트리플 악셀이 더블로 처리되자 후반에 뛰었던 더블 악셀이 인정받지 못했다. 토 점프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아사다는 오로지 악셀 점프에 의존했고 결국엔 더블 악셀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트리플 악셀 + 더블 토룹 점프 중, 트리플 악셀이 더블 악셀로 처리돼 뒤에 뛴 더블 악셀은 인정받지 못했다 : 프로그램 중 똑같은 기술을 반복하지 못함)이 나타났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구성한 타라소바의 실책도 이번 쇼트프로그램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또한, 토 점프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아사다의 약점도 점프의 구성에 혼란을 주고 있다.

아사다가 짊어지고 있는 심적인 부담감도 크다. 아사다는 PCS(프로그램 구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과 비교해 아사다의 추락은 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표현력과 안무 소화도 기술과 함께 하락했다. 연기 내내 기술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한 아사다는 상대방을 의식하며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다른 선수의 플레이는 상관 안 하고 오로지 자신의 프로그램에만 집중하는 김연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춤하고 있는 아사다에게 공정한 평가와 예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위로와 동정은 불필요하다.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의 현명한 안내가 김연아를 완성해냈다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특별한 요소를 강조하지 않았다.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가 중요하다고 밝힌 오서는 김연아의 스핀과 스파이럴을 다듬었다. 또한,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활주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도 불어넣었다.

자신이 표현력에 재능이 있다는 것에 눈을 뜬 김연아는 윌슨의 영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다소 딱딱해 보이는 김연아의 표정을 다양하게 만들고 음악과 혼연일치가 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동작도 만들어냈다.

프로그램마다 한편의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완성한 윌슨은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되라고 김연아에게 주문했다. 이러한 창의적인 지도방침이 있었기 때문에 김연아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다양한 연기력을 지니게 됐다.

그랑프리 1차 대회인 '에릭 봉파르'에서 김연아는 이미 완성된 작품을 선보였다.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작품 자체가 그 정도로 완성됐다는 점은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그러나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아직도 발전의 공백을 남겨둔 작품이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매우 이상적인 기술 구성과 안무로 구성돼 있다. 초반에 불어닥치는 '폭풍 점프'와 작품의 여백을 채우는 안무와 스텝은 현존하는 남녀 선수의 프로그램을 통틀어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열악한 국내 피겨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피겨 월드 챔피언'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물이 오른 김연아가 여전히 순탄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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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김연아, 아사다 마오 (C) 한만성 기자, 김연아, 브라이언 오서, 데이비드 윌슨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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