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 ‘라이온 킹’은 화려한 무대 예술의 집약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아프리카의 거대한 사바나 초원을 생동감 있게 옮겨온 무대, 음악,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조명, 그리고 퍼펫(puppet, 무대 위에 등장하는 동물을 표현한 가면이나 인형)을 활용한 각종 동물까지 어디 하나 모자랄 것 없이 어우러졌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관광의 필수 코스였던 뮤지컬 ‘라이온 킹’을 한국에서도 보게 됐다.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인터내셔널 투어로 한국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11월 7일부터 25일까지 계명아트센터에서 선보였고 지난 9일부터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렸다. 오리지널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를 비롯해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영화로 유명한 '라이온 킹'은 광활한 아프리카 대지를 배경으로 한다. 평화로운 왕국 프라이랜드의 왕자로 태어난 사자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를 죽인 삼촌 스카를 물리치고 왕국을 되찾는 여정을 그린다. 1997년 11월 13일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20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9천만 명이 넘는 관객과 8조원이 넘는 수익을 모았다. 각종 시상식에서도 70개의 주요상을 받는 등 흥행 뮤지컬 1위다.
남녀노소, 인종, 국가 상관없이 보는 작품이다. ‘라이온킹’ 속 동물들의 스토리는 따라가기 쉽고 예측 가능하고 재밌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스토리 그 이상의 감동이 녹아있다. 인간의 삶과 다를 바 없다. 성장, 욕망, 하쿠나마타타(근심 걱정 떨쳐내기), 생명의 순환 등 인간과 자연의 섭리를 담아냈다. 생명은 죽음에서 시작하고, 자연스러운 생명의 순환 속 저마다의 본분을 찾으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특히 강조한다. 코믹함도 살렸다. 심바, 품바, 자주 등 능청맞은 입담을 비롯해 ‘동대문 시장’, ‘대박’ 등 곳곳에서 들리는 한국어 대사 등이 웃음을 안긴다. 객석 뒤에서 등장하는 배우들도 빠질 수 없는 볼거리다.
압도적인 스케일이야말로 ‘라이온 킹’의 무기다. 매 장면 눈을 뗄 수 없다. 무파사의 아들 심바의 후계자 명명식에 산양, 기린, 얼룩말, 코끼리, 새 등 동물들이 모여 경배를 올리는 초반부터 인상적이다. 스카의 계략으로 골짜기로 내려오는 물소의 무리가 나오는 장면은 무대라는 특성에 맞게 모형을 통해 최대한 원근감을 살리며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배우는 퍼펫과 혼연일체 된다. 가면을 쓰고, 배우의 하체가 동물의 뒷다리가 된다거나 머리 부분을 실로 연결해 함께 움직이는 식이다. 사람의 모습을 가리려 애쓰기보다는 동물의 움직임을 섬세한 몸놀림으로 재현해 몰입을 높인다.
'서클 오브 라이프', '하쿠나마타타',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 등 음악도 익숙하다. 엘튼 존과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음악가 레보 엠, 영화 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한스 짐머가 애니메이션에 이어 뮤지컬 작업에 참여했다.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휩쓴 애니메이션 원곡을 뮤지컬 무대에 맞게 편곡했다. 아프리카 토속 악기를 사용한 코러스와 합쳐져 아프리카의 웅장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3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부산에서는 4월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의 개관작으로 막을 올린다. 1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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