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현 인턴기자]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가 14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주먹왕 랄프2'는 '이베이', '유튜브', '트위터' 등 디지털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어른들의 공감과 열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깬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살펴봤다.
▲ 업(2009)
우리는 서로 경쟁하며 살아간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기도 한다. 성공한 사람을 최고라고 치부하고 부러워한다. 영화 '업'은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만드는 영화다.
업은 아내 엘리가 세상을 뜨고 혼자 남은 주인공 칼이 그녀와 함께 살던 집을 파라다이스 폭포로 옮기면서 발생되는 사건을 그린다. 풍선을 이용해 집을 옮긴다는 재밌는 설정이 담겨 있다.
칼에게 꼬마 러셀과 도요새 케빈, 강아지 더그는 불청객이었다. 그는 케빈이 악당 찰스에게 잡혀갔을 때도 "난 상관 없다"며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했다. 이후 그는 파라다이스 폭포에 집을 무사히 안착시켰지만 처진 입꼬리는 올라갈 줄 몰랐다. 케빈과 케빈을 찾으러 떠난 러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을까. 칼은 케빈과 러셀을 구하러 갈 때야 비로소 미소를 짓는다. 이는 악당 찰스와 대비된다.
악당 찰스는 도요새를 잡아야만 했다. 사람들이 자신이 도요새를 봤다는 것을 믿어주지 않고 사기꾼 취급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했고 평생을 도요새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그 세월 속에 사람까지 해치는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인물로 변했다.
칼과 찰스 모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뚜렷했다. 칼은 집을 파라다이스 폭포로 옮기기를, 찰스는 도요새를 잡기를 희망했다. 칼은 자신의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을 과감히 버렸다. 하지만 찰스 는 도요새를 잡기 위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살인까지 감행했다. 결국 그는 아집에 가득 차 죽음을 맞이했다.
이처럼 영화는 목표와 꿈보다는 인류애에 대한 가치를 강조했다. 서로를 이기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 인사이드아웃(2015)
우리 사회는 기쁘고 긍정적인 감정만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 짜증, 슬픔 등의 감정들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그런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인사이드 아웃'에는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해주는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가 등장한다. 이들은 라일리의 감정을 컨트롤한다. 기쁨이는 라일리가 항상 행복할 수 있게 노력한다. 그래서 슬픔이가 라일리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게 제지한다. 하지만 결국 기쁨이는 슬픔이 없이 혼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슬픔이의 중요성은 빙봉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빙봉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로켓을 잃어버렸을 때, 기쁨이는 슬퍼도 기쁜 것을 생각하자고 한다. 하지만 빙봉은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답한다. 슬픔이는 빙봉을 껴안아 그를 슬프게 했다. 빙봉은 눈물을 흘리며 충분히 슬퍼했고 "이젠 괜찮다"고 했다. 이렇듯 긍정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우리는 슬플 때 마음껏 슬퍼해야 했던 것이다.
감독은 우리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긍정적인 것이 최고'라는 믿음을 기쁨이를 통해 드러냈다. 그리고 그 기쁨이를 통해 우리의 믿음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결국 감정은 우리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과의 끊임 없는 상호작용이었다.
그렇게 성장한 라일리의 기억은 이제 한 가지 감정이 아니라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이게 됐다. 원래 우리의 감정은 한 가지로 단순화시키거나 통제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사이드 아웃'은 긍정만이 최고로 치부되는 우리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다. 누군가가 긍정적이어야 할 것을 강요하거나 속상해서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면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힘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 주토피아(2016)
우리는 다양한 모습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 다양성 만큼이나 많은 갈등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자신과 생각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과 편견의 눈으로 바라본다. 영화 '주토피아'는 그런 우리들에게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영화다.
주토피아는 '아이들은 자고 어른들은 만족스러워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무겁고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다. 마약, 정치, 사회 풍자 등이 등장하고 패러디도 많다. 영화 대부를 패러디한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미국의 교통관리 사무국을 나무늘보로 등장시켜 풍자하기도 하는 '어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인 주토피아는 동물원과 유토피아의 합성어다. 주토피아는 유토피아처럼 모든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이상적인 곳이다. 하지만 실상은 차별이 만연한 도시다. 주토피아의 시장은 보기 싫은 것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겼다. 즉 갈등을 제거하기 위해 소수자들을 탄압했한 것이다. 하지만 갈등은 제거되지 않았다.
갈등은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주디와 닉이 그랬듯 말이다. 주디는 여우에 대한 트라우마로 닉을 오해했다. 하지만 이후 편견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둘은 서로 이해하고 화합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완벽한 세상 주토피아는 한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벌이는 잘못들을 하나씩 바꿔가면서 서서히 만드는 것이다. 주디처럼 상대를 오해할 수도 있지만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주토피아는 실존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주디가 "현실은 언제나 엉망이고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말한 것처럼 '주토피아'는 현실은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현실이 엉망이라도 서로 화합하면 이상적인 사회가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나와 가치관이나 모습이 다르다고 배척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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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kimjh934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