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일본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감독 이시카와 케이)을 통해 국내 팬들과 소통한다.
17일 개봉한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기자 다나카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
2006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을 원작으로 했으며, 츠마부키 사토시와 미츠시마 히카리 등이 출연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살인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다나카 역을 맡았다.
영화 '워터보이즈'(2002),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을 비롯해 일본 드라마 '런치의 여왕'(2002) 출연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악인'(2011), '분노'(2017) 등의 작품으로 더 넓은 스펙트럼을 쌓아나갔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에서도 이런 츠마부키 사토시의 발전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소개를 위해 지난 7일 내한했던 츠마부키 사토시는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 관객과의 대화(GV) 참여 등 다양한 일정을 통해 국내 취재진들과 팬들을 만났다.
일과 관련한 일이 아닐 때도 한국을 찾았던 그였지만, 특히나 빡빡했던 이번 내한 일정에서는 별도로 한국의 곳곳을 누빌 여유가 없어 아쉽다는 생각도 전했다.
'한국에서 치즈 닭갈비를 먹고 싶다'고 했던 츠마부키 사토시는 내한 둘째 날 진행된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치즈 닭갈비는 아직 못 먹었어요. 하지만 치즈 핫도그를 먹어서 괜찮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유쾌함을 발산하기도 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순수하게 여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연기했다"며 "연기적인 기술이나 테크닉, 이런 것으로 다나카라는 인물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다나카가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깊이 파고들며 보는 이들에게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또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렇다고 너무 약하면 관객들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생각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그 상처에 대해서 잊고 있다가 피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이미지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촬영이 2년 전이었기에, 츠마부키 사토시는 영화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때로 돌아가야 한다"고 웃으며 차근차근 기억을 되짚었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을 통해 연기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악인'이라는 작품이 그 계기였다. 이전에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면 '이 캐릭터라면 이런 말투, 이런 자세로 행동할 것이다'처럼 하나하나를 구축해나간다는 방식으로 연기를 했는데, '악인'부터는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다 내려놓고 그 인물 그 자체가 되는 것을 전제로 연기했었다"고 설명했다.
"내면에서는 저를 궁지에 몰아넣는 스타일이 되기 때문에, 연기하는 작업 자체가 즐겁지만은 않게 된다"고 말을 더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우행록'에서는 아마 그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던 것이 영상에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원작이 워낙 인기 있는 작품이었기에, 이를 영화 속 캐릭터로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도 했지만 츠마부키 사토시는 "원작 팬들의 반응이 걱정되기보다도, 원작자(누쿠이 도쿠로 작가) 분이 어떻게 보셨을까가 정말 긴장됐었다"며 소리내 웃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옆에서 영화를 보시는 모습을 봤는데, 기뻐하시는 듯한 표정도 보였고 조금은 불만이 있으신가 하는 표정도 보였다. 원래 그 분 표정 자체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라고 미소를 보이며 "어느 정도는 만족하신 것 같은 뉘앙스로 얘기해주셔서 안심됐다"고 말을 이었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츠마부키 사토시 자신에게도 본인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던 기회이기도 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특히 이런 장르의 영화를 하고 나면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악인' 때가 좀 심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내 스스로 잘 다스려야지' 하는 마음을 더 먹었고, 잘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셨었다"고 능청을 떨어 웃음을 안겼다.
츠마부키 사토시의 내한은 지난 2009년 '보트' 이후 근 10여 년 만이다. 당시 한국의 대표 배우 하정우와의 협업으로도 주목받았고, 하정우와는 현재까지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일본에 하정우 형이 오시면 제가 그 분을 만나러 가고, 제가 한국에 오면 하정우 형이 저를 만나러 오시는 그런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번 하정우 형이 일본에서 '아가씨' 촬영을 할 때는 저도 박찬욱 감독님의 현장을 보고 싶었고, 하정우 형도 보고 싶은 마음에 촬영장을 찾은 적도 있다. 하정우 형은 여전히 술이 셌다. 잘 마시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또 '보트'에 이어 두 번째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분께서 정말 열심히 취재해서 기사를 써주신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변함없는 동안 외모와 진중한 태도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츠마부키 사토시는 본인의 인기요인을 묻는 말에 "저의 어떤 부분을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어떤 것이 저의 매력인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이어 "저는 잘 모르겠지만, 저의 사적인 부분과 일하는 부분에서의 큰 차이가 없다고 주변에서 얘기를 해주시더라.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인간 츠마부키 사토시가 다르지 않은 점에서 친근함을 많이 느끼신다고 들었다. (한국 팬들도)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끼시는 게 아닐까 싶다"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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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