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s 현장] 송재정 작가가 밝힌 '알함브라' A to Z…#기획의도 #관전포인트(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이송희 기자] 송재정 작가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송재정 작가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에는 송재정 작가가 참석했다.

투자회사 대표인 남자주인공이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여주인공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이야기.

현재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두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제작 당시 AR과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접목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송재정 작가는 "소재 질문을 많이 들은 것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W' 끝난 후 타임 슬립을 기획하고 있었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이후 3부작을 그려내고 싶었다. 그게 주인공 유진우(현빈 분)이었다. 스토리 라인은 정해져있었다. 그런데 타임 슬립은 제가 이미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소재 때문에 방황하던 중 '포켓몬GO' 열풍이 있었고, 그걸 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재정 작가는 "그때 게임을 하면서 '이게 엄청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생각을 아예 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게임처럼 '아이템만 CG로 처리하면 어떨까'라는 생각과 가능성을 보게 됐다. 제작사를 설득하면 도전할만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진우 인물은 그대로 두고 증강현실을 가지고 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겟을 게임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래서 설명을 많이 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회 때 게임장면이 나올 때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저는 사실 게임 부분이 정말 재미있었다. 저는 1회에서 현빈씨가 광장에서 게임을 하는 장면을 제일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신이었고, 다들 그 부분에 꽂혀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시청률 지표를 보니 오히려 게임을 할 때 시청률이 떨어졌더라. 시청층의 이동과정을 거쳤던 것 같다. 7-8회쯤 되어서야 적응하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게임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끝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만 설정을 했다. 모든 게임의 기본 틀을 넘지 않으려고 애썼다. 더 복잡하게 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송재정 작가는 '알함브라'의 변천에 대해 "타임슬립에서 AR로 소재를 변한 판타지다. AR이 좀더 과학적이 소재다보니 SF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이건 과학적인 소재를 한 판타지물이었다. 렌즈, 버그로 시작된 게임의 오류를 해소하려는 노력하려는 진우의 이야기다. 애초부터 생각은 게임 속에서 판타지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SF라는 장르가 생소한 장르에서, 판타지가 더해지니 좀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송재정 작가는 유진우(현빈 분)과 정희주(박신혜) 사이 러브라인과 케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유진우의 2번의 이혼 경력에 대해 "업보처럼 쌓여서 이걸 어떻게 해결하고 모든 과거를 지우고 희주(박신혜)에게 다가가는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유진우와 정희주의 멜로 라인에 대해 "사실 첫 기획에서 유진우는 더 피폐한 남자였다. 정희주는 이 남자가 모든 걸 다 잃은 상황에서 만난 구원자 같은 존재였다.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캐스팅 후 두 분의 미모를 보고 너무 아깝더라. 그래서 스토리 구조를 망가트리지 않는 부분에서 멜로를 넣으려고 했다. 두 분의 케미를 제가 활용하고픈 욕심 때문에 멜로를 넣었는데 힘들었다. 사실 시청자들의 불만도 이해한다. 하지만 애초에 멜로라인이 없고, 제 나름대로는 노력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자주인공을 굴린다는 지적에 대해 "맞는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하드한 장르에서 멜로까지 표현하기가 힘들다. 제가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더라. 제가 시트콤 할 때부터 습관인데 멜로와 코미디를 연결시키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장르물을 하면서도 멜로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사실 게임 이야기만 하는게 더 쉽다. 왜 두개 다 잡아서 고생할까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둘 다 욕심이 난다"고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그는 "사실 진우는 재벌인 것 빼고 너무 문제가 많다. 본인이 희주에게 가려면 많은 걸 끊어내야하지 않겠나. 사실 제가 봐도 희주가 너무 아깝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송재정 작가는 AR(증강현실)의 공포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그는 "제가 '포켓몬GO'를 보고 정말 놀랐던 게 '고차원적인 CG를 보면 어떻게 될까?'였다. 저렇게 완벽한 CG와 NPC가 다가온다면 친구도 필요없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위압감을 느꼈다. 분노와 살의가 직접 표출 됐을 때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판타지에서 죽음이 일어나는 과정을 그리면서 공포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나의 세계관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W' 때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라며 주변에 많이 물어보고 자문을 구했다. 그래서 친절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제 머릿속에는 이 플롯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그려냈는데,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플롯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는 배경설정에 대해 "사실 여행을 가서 기획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음악을 매개로 한 타임슬립을 구성했다. 그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시작이었다. 음악을 선택하다보니 스페인 그라나다가 배경이 됐던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드라마와 차별적인 틀에 대해 "젊은 시절에 시트콤을 많이 하다보니, 정통 드라마와 거리가 먼 시간을 보냈다. 저는 드라마보다는 영화와 책을 더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정통 드라마에 벗어난 낯선 혼종의 이야기를 짜는 것 같다. 제가 드라마를 따로 공부하거나, 연습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단막의 이야기, 영화나 책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 혼재되어 플롯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에 들어와서 16부작으로 나누다보니 좀 이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저는 사실 16부작이면, 엔딩을 미리 정해둔다. 한 회 한 회 단막이나 영화를 쓴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는 파격적인 전개법을 설명했다. 송재정 작가는 "그런 작법으로 하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조금 당황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습관화가 되어서 노력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다. 영상을 보면서 깨달은 건 10부 이내의 짧은 시즌제가 더 나았겠다고 생각이 든다. 저는 정통적인 기승전결 16부작 미니시리즈보다는 이런 시즌제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독특한 전개와 스토리로 탄탄한 마니아 층을 가지고 있는 송재정 작가는 "책은 오히려 스토리텔링이 있는 작품은 보지 않는다. 이번에도 유진우 같은 인물은 자서전을 보다가 흥미가 당겼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서 시작했다. 저는 인물 평전, 전기, 인문서적, 잡지를 많이 본다. 잡학으로 이것저것 많이 본다. 독창성은 기존의 이야기에서 안 뽑아오고, 소재도 외국의 특이한 인물에서 많이 찾는 것 같다"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송재정 작가는 "신인 작가일 때 '판타지 기본 구조를 무시한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같은 경우에도,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스태프들을 만나는 게 관건이었다. 하지만 안길호 감독님을 만나고 나와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고, 더 고퀄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나' 감탄했다. 이번에 가장 지원을 많이 받고, 제작사와 방송국 지원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가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송재정 작가는 "열띤 반응에 비해 시청률은 잘 나오는 것 같지 않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지만 "10대에서 40대까지 다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다. 늘 '소재가 먹힐까?'라는 의문에 대해 시작을 하는데, 즐거워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구멍 없는 연기력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지만, 그 사이에서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PPL과 반복되는 회상이었다. 송재정 작가는 PPL에 대해 "12회 때인가 그때 PPL 홍수가 났다"고 말해 폭소를 안겼다.

송재정 작가는 "저도 대사에 녹이는 게 힘들어서 오히려 게임 아이템으로 활용해보자고 해서 신박하게 도전해봤다. 저는 새로운 방향의 PPL을 개척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방송으로 보니 좀 튀긴 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광고 회사에서 성공적인 PPL 사례라고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이어 중반 이후부터 느린 전개나 회상신이 계속된다는 지적에 대해 "제 입장에서는 후반부에서 더 달린다고 생각하고 썼다. 10회 이후에는 캐릭터 플레이로 가려고 했다. 유진우의 감정에 집중하며, 계속해서 패배하지만 고뇌와 사랑을 통해 극복하는 걸 그려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까지 미션에 집중했던 분들은 지루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엔딩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송재정 작가는 남은 2회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세주(찬열)가 돌아왔고, 엠마의 중요한 기능이 남아있다. 엠마는 그냥 천국의 열쇠를 받고 끝나는 게 아니고 왜 엠마여야하고, 왜 박신혜 씨가 엠마여야했는지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 상상하고 중점을 두고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진우의 지긋지긋한 과거 관계,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는 차형석(박훈), 전처들과의 관계 등도 다 풀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더딘 멜로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없고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멜로가 늦어지는 것 같다. 저는 감정의 리얼리티가 중요하다. 유진우가 계속 되는 몰락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쉽게 털고 일어난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나. 개연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해도, 제 나름대로의 규칙을 잘 지킨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재정 작가는 두 주연배우 현빈과 박신혜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현빈 씨는 너무 완벽하게 이를 구현해내고 있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멜로와 액션도 잘 소화해야하고 재벌 연기도 하고 신체조건도 정말 특출나야한다. 그런데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빈 밖에 없다고 느꼈다. 첫방송을 보면서 완벽하게 유진우를 그려내주셔서 저는 같이 작업해주셔서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열연하고 있는 박신혜에 대해서 "사실 전체구성이 히어로물이다. 히어로물에서는 여성캐릭터는 수동적이고 기댈 수 밖에 없다. 늘 노력을 해도 비중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신혜 씨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대신 엠마가 등장하면서 관심을 많이 가질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남은 방송에서 여러분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신혜 씨의 깊은 멜로에 대해 너무 놀랐다. 제가 본 적이 없는 박신혜 씨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저 역시도 아쉬움이 남지만 액션과 엠마 역할과는 포인트가 좀 다르다. 기대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송재정 작가는 "좀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하지만 할때마다 '늘 어렵다'고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제가 좀 나아졌나?' 라는 생각이 들면 기쁘다. 그런가하면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winter@xportsnews.com / 사진 = tvN

이송희 기자 wi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