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09 14:59 / 기사수정 2009.10.09 14:59
[엑스포츠뉴스] [풋볼코리아닷컴=최영민]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대회인 FA컵의 위상이 점점 실추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모두 참여하는 대한민국 최고, 최대의 축구대회인 FA컵 축구선수권대회. 지난 1996년 제 1회 대회가 열린 뒤 지난해 13회 대회까지 개최되면서 한국만의 FA컵 역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FA컵이 언제부턴가 축구팬들의 원성만 사는 대회로 전락해버렸다. 잦은 경기방식과 일정의 변경, 심판들의 판정에 관련한 논란 등 혹여나 영국의 FA컵 같은 대회를 한국에서 떠올리는 것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로 통한다. 매년 준결승, 결승이 열리는 곳이 바뀌고, 경기를 치르는 방식 또한 매번 바뀌니 축구팬들은 무척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축구 선진국의 사정은 어떠할까? 영국의 FA컵 결승전은 정기적으로 ‘축구성지’로 불리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가까운 나라 일본도 FA컵 형식의 ‘일왕배 축구대회 결승전’을 한해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로서 수도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도록 하고 있다. 이미 그 나라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 대회 결승전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연례행사 같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많은 문제 중 서두 부문에서 잠시 언급한 준결승, 결승 장소의 잦은 변경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면 왜 축구팬들이 FA컵이 열릴 때 마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언성을 높이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는 겨울인 12월 중순에 대회 준결승, 결승 일정이 잡힌 만큼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인 제주도로 경기 장소를 결정한다라고 밝혔고 그렇게 시행한바 있다. 하지만 이 발표가 있은 후 축구협회는 경기를 치를 팀들과 축구팬들의 따가운 질타를 한꺼번에 감당해야 했고, 그것은 곧 올해 대회의 준결승, 결승전 방식을 경기를 치를 팀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홈 경기장을 정하는 방식으로 바꾸게 만들었다. 실제로 7일(수) 대전과 성남, 수원과 전북의 4강전 경기는 각각 대전월드컵경기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게 정례화 되지 않은 결정이어서 내년 대회에서 또 다시 경기방식이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국의 경우 대회의 전통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어 영국 축구팬들은 해마다 FA컵 결승전이 열리는 5월말이 되면 티켓을 구하는데 온 열정을 쏟고 티켓을 구한 축구팬은 마치 세상은 다 얻은 것처럼 좋아한다. 자국 최대, 최고의 대회 결승전에 초대받은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FA컵은 왜 그렇게 만들지 못할까?
우리나라는 영국의 경우처럼 웸블리구장 같은 성격을 가진 경기장이 사실상 없다. 거의 모든 경기장들이 각각 홈팀을 가지고 있어 정기적으로 준결승, 결승전을 그 장소에서 치르기에는 명분적으로 모순이 따른다. 하지만,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웸블리구장 같은 성격을 가진 경기장이라면 축구팬들은 먼저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K-리그 FC서울이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대로 라면 FC서울 팬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하다. 왜 자신들의 경기장을 다른 팀들의 경기를 위해 사용하느냐 라는 이유에서 나온 원성이다. 그러면 방법이 없는가? 대안은 분명 있다.
축구팬들은 기억한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 올림픽, 그리고 90년대 한국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볼 수 있었던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의 추억을. 일본의 도쿄국립경기장처럼 올림픽을 열었던 경기장이며 우리나라의 스포츠 역사적으로도 기념비적인 경기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잠실주경기장은 거의 사용이 되지 않고 있다. 큰 공연이나 행사 때 잠시 사용되고 K3리그 서울 유나이티드가 홈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이곳에서 경기가 열리지는 않고 있다.
잠실주경기장. 우리나라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경기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축구 역사적으로 볼 때 효창운동장 등 축구팬들과 옛 축구선수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경기장이 몇 있지만 잠실주경기장 만큼의 메리트는 주지 못하고 있다. 잠실주경기장을 해마다 FA컵 준결승,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으로 사용한다면 수도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과 역사적인 경기장에서 열린다는 점이 결합되어 역사와 명분이 공존하는 FA컵으로 새롭게 탈바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본 기자의 이러한 생각은 어디까지나 축구팬의 한사람으로서 가지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우리나라 축구를 총괄하고 FA컵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조중연 회장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고심 끝에 다시 결정할 내용이지만 본 기자와 같은 일개 작은 축구팬의 생각도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며 소망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FA컵 결승전을 축제의 한마당으로 개최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최영민(ymchoi@footballcorea.com)
[사진=잠실주경기장 전경(위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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