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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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코치 발탁은 잘된 일.

기사입력 2005.09.27 09:21 / 기사수정 2005.09.27 09:21

손병하 기자
26일, 외국인 감독과 국내 선수들을 잇는 중간 가교 역할을 담당할 국내 코치로 홍명보(35)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 발탁되었다.

선수시절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리더쉽, 그리고 아드보카트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새롭게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홍명보 코치는 앞으로 선수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며 도울 대표팀의 새로운 살림꾼이 될 전망이다.

이로써 홍명보 신임 코치는 선수로 출전했던 지난 월드컵에 이어 코치로서 월드컵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개인적으로는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5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다.

▲ 홍명보 코치
ⓒ2005 남궁경상
선수로서는 '월드컵 4강'과 '국내 선수 중 A매치 최다 출전(135회)'등 모든 영광과 함께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기록들을 세우며 최고로 군림했지만, 지도자로서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직 축구협회가 인정하는 1급 자격증조차 소지하고 있지 못한 그야말로 '초보'이다. 

개인적인 능력과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이번 홍명보 코치의 인선이 일종의 '모험'이란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코치 홍명보, 잘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코치로서 경험이 전무하고 2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는 홍명보 코치는 앞으로 대표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대표팀에 일조하게 될까? 그리고 그는 선수 시절 자신이 이루었던 업적에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본래 코치라는 자리가 감독을 보좌하고 협력해 선수단의 기술적, 정신적인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그 소임이 있지만, 이번 대표팀 코칭스태프에서 홍명보 신임 코치가 맡아야 할 역할은 그러한 부분들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박항서 코치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이해관계, 그리고 국내 축구 환경과 사정을 감독에게 전달하는 '중간자'로서의 역할이 가장 크다. 그리고 이 부분이 이번 홍명보 코치의 인선에 가장 핵심적인 이유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팬이 지적하듯이 홍명보 코치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경험'이다. 선수와 코치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보니 경험이 없는 초보가 잘할 수 있겠느냐는 것. 하지만, 이 문제는 홍명보가 맡을 역할론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큰 문제가 아님을 금방 알게 된다.

앞으로 대표팀은 '아드보카트 식' 이라는 새로운 축구 환경으로의 접목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세계 어느 감독보다 강한 카리스마와 자신의 축구 철학에 대한 고집이 강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핌 베어백 코치와 함께 한국 대표팀의 기술적, 전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할 것이다. 여기에 압신 고트비라는 최고 수준의 비디오 분석관까지 함께 동행하게 되어있어, 경기력과 전술적인 부분에서 홍명보 코치가 해야 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되려, 홍명보 신임 코치가 지도자로서의 첫 발을 코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자리가 아닌, 맏형으로서 혹은 조력자로서의 역할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러한 경험을 월드컵을 위한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하게 된다면 말이다.

협회와 아드보카트 감독이 홍명보 코치를 인선한 가장 주된 이유는 '선수로서 풍부한 국제 경험과 월드컵 경력','국내 선수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리더쉽',마지막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선수들의 정신적인 전열을 재정비할 능력'에 있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임무가 결코 만만하지는 않지만, 홍명보 코치라면 대표팀이 떠안고 있는 이러한 경기력 외적인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 이후 코엘류, 본프레레 감독을 거쳐오면서 부각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감독의 능력과 전술 선수들의 경기력이란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크게 나타났다. 이는 대표팀의 구심점이 되어줄 리더의 부재이기도 했고, '월드컵 4강'에 젖어 있는 선수들의 자만심의 문제이기도 했다.

홍명보 코치의 선임으로 이러한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대표팀에게 많은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현역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홍명보만의 리더쉽과 카리스마가 그동안 느슨해지고 구심점을 찾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중심축'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표팀의 경기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이였기에, 그러한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질타와 함께 가장 가까이서 선수들의 맏형이 되어 흩어져 있는 정신력을 재무장할 적임자 중에 한 명이 바로 홍명보 신임 코치이다.

또, 축구 선수로서의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한 선수였던 만큼 그러한 부분들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게 된다면, 신임 감독이 쌓아가게 될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선수로서의 풍부한 실전 경험이 전해지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홍명보 코치의 대표팀 합류가 고무적인 것은 당장 내년 월드컵이 아닌, 더 멀리 있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봐서도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명장과 함께 월드컵이란 큰 대회를 함께 준비하고 배우고 경험하고 나면, 그런 부분들이 훗날 홍명보 코치 자신과 한국 축구에 큰 보탬이 될 경험과 자산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분명 축구에 관한 자기 철학과 소신이 있고 앞으로 훌륭한 지도자, 혹은 세계적인 축구 행정가가 될만한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는 홍명보 코치이기에 그에게 주어진 이런 기회는 홍명보 개인뿐 아니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홍명보 코치가 갖고 있던 강한 리더쉽과 카리스마란 고유의 색깔이 넘치듯 흘러나온다면 되려 대표팀에 역효과를 주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홍명보 코치가 스스로 다스리고 다듬어야 할 '개인의 몫'이라고 보면, 그 역시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시험해나가는 과정이라 크게 문제 삼을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 홍명보 코치. 선수 시절 그랬던 것처럼 지도자로서도 많은 팬과 선수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그런 코치로 성장해 나가길 희망해 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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