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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마약왕' 우민호 감독 "욕망 쫓는 인물의 모습에 흥미 느낀다"

기사입력 2018.12.31 15:10 / 기사수정 2018.12.31 15:0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우민호 감독이 '내부자들' 이후 3년 만에 새 작품 '마약왕'을 내놓았다. '욕망을 쫓는 인물의 모습에 흥미를 느낀다'는 우민호 감독의 생각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났다.

19일 개봉한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 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영화. 30일까지 17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꾸준히 달려가고 있다.

우민호 감독은 "영화의 소재, 또 한 인물의 서사를 다룬다는 점과 착한 사람이 아닌 나쁜 사람의 연대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상업영화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높은 인기를 누린 '내부자들'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로 2015년 각각 707만 명과 208만 명의 관객을 모아 915만 명의 흥행을 일궜던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이 모두가 좋아할만한 기획의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충분히 고려하며 작품과 함께 했다.

"조금 색다른 지점이 있죠. 관객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해요"라고 말한 우민호 감독은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사건에서 너무 충격을 받았었어요. 많은 분들이 영화 속 후반 총격전은 영화적인 상상이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진짜거든요. 당시 마약왕을 잡으려고 경찰 8명이 무장도 하지 않고 수갑만 갖고 왔다가, 안에서 엽총을 쏘니 깜짝 놀란 것이죠. 지원 병력을 동원해서 특공대 35명이 와서 대치하는 상황이 있었죠"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당시 자료 사진을 확대해 현장에 들고 온 우민호 감독은 "'유신정권에서 이런 사람이 나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나' 그것이 제일 흥미로운 지점이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두 시간 안에 영화로 담아내는 게 가장 어려웠죠"라고 말한 우민호 감독은 "10년이라는 시간에 인물의 서사를 담아내는 게 어려웠어요. 어떤 지점들을 담고, 또 버려야 할지요. 또 워낙 이 인물이 소시민일때부터 마약왕이 되기까지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그런 톤들을 쫓아가는 게 쉽지는 않았죠"라고 말했다.

중심을 둔 부분은 이두삼이 파멸해가는 과정이었다. 후반부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영화를 향한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 충분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우민호 감독은 "이런 이야기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굴까 생각했을 때, 송강호 선배님 말고는 떠오르는 배우가 없었죠"라며 "이런 10년의 이야기를 얼굴로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대한민국에서 누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송강호 선배님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선배님에게 책(시나리오)을 드렸고, 선배님이 선뜻 같이 해보자고 하셨죠. '어려운 작업이 될 것 같지만 매력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하셔서, 저 역시 힘들지만 열심히 작업할 수 있던 것 같아요"라고 되새겼다.


후반부 송강호의 모습은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있어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지점이지만, 그럼에도 긴 호흡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약왕이 어떻게 자멸하고, 파멸해가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이야기가 어떤 외부적인 큰 갈등이나 대립, 대결에 의해서 인물이 파멸해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두삼을 보면 마치 헛된 욕망을 맹렬히 쫓아가다가 성에 갇혀서 점점 지쳐가는, 리어왕같은 느낌이거든요. 후반부 별장에서의 장면들은 리어왕의 연극처럼, 연극적인 느낌으로 길게 롱테이크로 찍어냈죠."

"송강호 선배님이 무척 외로우셨을 거예요"라고 말한 우민호 감독은 "마약 연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연기죠. (경험을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감독인 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무척 외로우셨을 것인데, 그런데도 이겨내시고 지금까지 볼 수 없던 그런 연기를 해내시는 것을 보면서 '이래서 송강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전했다.

우민호 감독을 얘기할 때 '내부자들'의 이야기는 늘 빠질 수가 없다. '내부자들'에 이어 '마약왕',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이병헌·이성민·곽도원 주연의 '남산의 부장들'까지, 우민호 감독은 "공통적으로 고발적인 느끼도 있지만, 제가 그런 욕망을 쫓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는 것 같아요. '남산의 부장들'까지만 하고 욕망은 그만 쫓는 걸로 해야 할까봐요"라며 웃어보였다.

"'내부자들'로 9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을 수 있던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긴 우민호 감독은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배신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죠. 전작과는 결도 다르고, '내부자들'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보신다면 당연히 실망하실 것이에요.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의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죠. 그런 (새로운) 부분이 화두가 돼서 서로 이야기하고 논의해볼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부자들'이 직선적인 영화라면, '마약왕'은 제가 곳곳에 은유와 상징들을 숨겨놓았거든요. 관객 분들께서 그것을 찾아 읽어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고,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이고요"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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