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04 23:16 / 기사수정 2009.10.04 23:16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4일 저녁(한국시각),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체육관에서 벌어진 '제15회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이란에 2-3(26-24, 20-25, 28-26, 17-25, 11-15)으로 분패하고 말았다. 3세트까지 2-1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당한 역전패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러나 필리핀에 떠나기 전, 선수 구타문제로 큰 시련을 겪은 남자대표팀은 선수들이 합심해 최선을 다했다. 문성민(터키 할크방크)과 박철우(현대캐피탈) 등 주포들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한국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줬다.
1.5군의 멤버에 위급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차상현 감독 대행의 체제는 불안하기만 했다. 필리핀 현지에 도착한 이후,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았지만 한국대표팀은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빼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연승을 거두었다.
3일, 일본과의 8강 2차전까지 한국은 승승장구하며 4연승을 달렸다. 한국의 새로운 '주포'로 거듭난 김요한(LIG 손해보험)은 위력적인 공격으로 주득점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여기에 윤봉우와 이선규(현대캐피탈)의 속공이 활기를 띠면서 한국의 공격패턴은 다채롭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문성민과 박철우가 빠진 공백은 일본과의 경기부터 드러났다. 무엇보다 김요한을 받쳐줄 레프트공격수가 부재했다. 라이트 포지션에서 높은 공격성공률을 보여준 김요한에 비해 레프트 공격수들의 득점은 부진했다.
박철우가 팀에서 빠지게 되자 그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합류한 박준범(한양대)이 새롭게 가세했다. 또한, 문성민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최홍석(경기대)이 가담했다.
그러나 아직 성장 중인 두 선수는 레프트 자리에서 확실한 해결능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예선전부터 김요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날개 공격력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한 대표팀의 '약점'이었다.
박준범은 이란과의 준결승전에서 제 몫을 다해줬지만 적잖은 아쉬움도 남겼다. 이란과 일본의 레프트 공격수들의 특징은 스윙이 매우 빨랐다. 유럽과 남미는 물론, 같은 아시아 국가들도 매우 빠른 배구를 구사하고 있다. 주 공격수와 함께 공격을 책임진 레프트 공격수들은 전광석화 같은 빠른 공격으로 한국을 공략했다.
이들에 비해 몇 템포 느렸던 한국의 레프트 공격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번번이 차단됐다. 날개 공격에서 균형감각을 잃은 한국은 김요한의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란과 일본에 비해 여전히 느린 배구를 구사하고 있는 한국의 문제점은 이 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또한, 한국 공격수들 중, 가장 빠른 스텝과 스윙을 가진 문성민의 부재는 한국팀의 전력에 큰 손실로 다가왔다.
한국대표팀은 '형님' 격인 차상현 감독체제 아래서 하나로 뭉쳤다. 코칭스태프가 와해 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선수들의 곁에 머무른 차상현 감독대행의 존재는 선수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차 감독대행은 처음으로 대표팀의 수장이 되었지만 침착한 전술운용과 적절한 선수교체로 한국팀의 선전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여러 명의 전력 분석 원을 경기장 곳곳에 배치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들으며 경기를 풀어간 일본의 우에다 다쓰야 감독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이었다.
일본 남자배구를 오랜 기간 동안 이끌고 있는 우에다 감독은 자국 협회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팀의 조직력을 완성했다. 일본대표팀의 탄탄한 조직력과 빠른 세트플레이가 가능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란과 일본은 철저하게 준비되고 완성된 팀이었다. 그러나 선수 구타라는 초유의 사태로 사기가 저하된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조직력은 이들 국가를 압도할 수 없었다.
선수구성의 부재와 차상현 감독대행 홀로 급급하게 이끌고 간 대표팀은 분명 한계점이 존재했다. 팀 자체를 온전하게 만들어서 대회에 출전시키는 풍토가 마련되지 않는 한, 아시아 정상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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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남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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