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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은반 위의 무도] '은반 위의 로맨티스트' 랑비엘의 화려한 복귀

기사입력 2009.10.01 17:24 / 기사수정 2009.10.01 17:24

조영준 기자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랑비엘의 쇼트프로그램을 옆에서 지켜봤어요. 비록 쿼드 토룹 시도가 실패했지만 점프가 모두 좋았고 스핀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어요. 저런 기량을 가진 선수가 왜 은퇴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 김민석(피겨 남자 싱글 국가대표)

지난달 25일(한국시각),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09 네벨혼 트로피 피겨 스케이팅 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테판 랑비엘(24, 스위스)의 연기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2008년 10월, 완쾌되지 못한 부상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랑비엘은 1년 동안 아이스 쇼에 전념해왔다. 갈라쇼에서 선보인 그의 연기를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현역에 복귀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랑비엘은 올 여름, 마침내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랑비엘은 올림픽 도전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된 랑비엘의 갑작스러운 은퇴에 많은 피겨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랑비엘은 국내 피겨 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스케이터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달에 벌어진 '2009 페스타 온 아이스' 공연과 8월에 있었던 '아이스 올스타즈' 등에 연속 출전하면서 친숙한 선수로 자리 잡았다.

짧은 기간 동안 현역 무대를 떠나 있었던 랑비엘은 '2009 네벨혼 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윌리엄 텔의 서곡'은 화려한 직선 스텝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더블 악셀로 포문을 여는 이 프로그램은 쿼드토룹 점프와 트리플 플립 등으로 구성되었다. 랑비엘은 쿼드 토룹 점프를 구사하다가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나머지 연기는 깨끗했고 그의 장기인 '명품 스핀'은 모두 레벨 4를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과제인 더블 악셀은 물론, 쿼드 토룹 + 더블 토룹 +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켰다. 트리플 룹과 플립, 그리고 살코 등도 깨끗하게 랜딩했지만 트리플 러츠를 싱글로 처리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1년 만에 현역 무대로 돌아왔지만 랑비엘의 점프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은퇴 이후, 철저한 자기관리로 다져진 기량은 이번 무대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다. 랑비엘은 총점 232.36의 점수로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 대회에서 1위에 오른 랑비엘은 우승 트로피와 함께 올림픽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쿼드 토룹 점프와 트리플 5종 점프가 모두 들어가는 그의 프로그램은 상당한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

1년의 공백이 우려됐지만 그의 실력은 전혀 후퇴하지 않았다. '트리플 악셀'을 제외한 모든 점프를 프로그램에서 구사하는 랑비엘은 스텝과 스핀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회오리바람처럼 순식간에 돌아가는 랑비엘의 스핀은 '현역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랑비엘의 스핀은 쇼트프로그램에서 모두 레벨 4를 받는 데 성공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과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레벨 4를 기록했다. 플라잉 싯 스핀은 레벨 3을 받았지만 랑비엘이 구사한 모든 스핀은 두둑한 GOE(가산점)도 챙겼다.

이번 대회에서 랑비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넘어졌던 쿼드 토룹과 프리스케이팅의 트리플 살코를 제외하면 모든 기술요소에서 가산점을 얻는 데 성공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스케이터들이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다시 복귀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랑비엘을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한 예브게니 플루센코(26, 러시아)도 밴쿠버 올림픽 도전을 발표한 상태다.

지난 2008-2009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에반 라이사첵(24, 미국)과 2009 4대륙 우승자인 패트릭 챈(19, 캐나다), 그리고 브라이언 쥬베르(25, 프랑스)와 토마스 베르너(23, 체코) 등 이 정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네벨혼 대회를 통해 랑비엘은 이들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오히려 점프에서 실수를 하지 않고 완벽한 연기를 펼치면 정상에 등극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뛰어난 기술은 물론, 현란한 스핀과 우아한 퍼포먼스까지 갖춘 랑비엘의 복귀는 흥미진진한 사건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랑비엘은 시상식대에 올라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당대의 스케이터'였던 플루센코 다음으로 높은 단상에 오른 감격도 있었지만 아쉬운 심정도 묻어있는 눈물이었다.

랑비엘이 2006년에 이어 2010년 동계올림픽의 시상대에 오르려면 '쿼드 토룹'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우선과제다. 남자 싱글 정상권을 다투는 선수들은 모두 대등한 기량을 지니고 있다. 실수가 없는 상태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성공시킨 선수가 우승할 확률은 높아진다.

스핀과 스텝에서 고른 기량을 지니고 있는 랑비엘이 밴쿠버 시상대에도 오를 수 있을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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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스테판 랑비엘 (C) 엑스포츠뉴스 김세훈 기자,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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