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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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어버린 최효진의 공격가담

기사입력 2009.09.24 14:38 / 기사수정 2009.09.24 14:38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뛰어난 능력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걸까.

'강철군단' 포항 스틸러스가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에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의 홈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1-3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덩달아 K-리그 오른쪽 수비수 중 최고를 자랑하는 최효진의 공격가담 능력은 오히려 분요드코르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포항은 전반 이른 시간에 최근 물오른 득점 감각을 뽐내고 있는 노병준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분요드코르가 공격수들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며 중원을 장악하면서 포항은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홈 관중의 레이저 빔 공격이 난무하는 등 심각한 중동 텃세 속에서 포항은 선제골을 넣은 뒤 오히려 최근 K-리그에서 보여줬던 막강한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애매한 심판 판정으로 수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김형일이 퇴장당하면서 포항은 수적 열세에까지 몰리게 된다. 이에 불가피하게 데닐손을 수비수로 교체했는데, 전방에서 측면으로 자주 벌려주며 공격루트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데닐손이 빠지게 되자 수비뿐 아니라 공격력에까지 문제가 생겼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포항은 원정에서의 무승부를 노리고 수비적인 전술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파리아스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최효진이 전반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경기에 임하는 것이었다.

넓은 활동량과 스피드를 겸비하고 대학시절까지 공격수로 뛰었으며, 얼마 전 ACL 32강 조별리그에선 뉴캐슬 제츠(호주)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평소에도 수비보다 공격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던 최효진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었다.

특히 선수들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포항이기에 최효진이 공격으로 올라가더라도 김태수나 신형민이 1차 커버를 담당하고 황재원 등 중앙 수비진이 그 뒤를 받쳐줌으로써 수비의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분요드코르는 포항의 생각과는 달리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적절하게 체력을 안배하면서도 몰아치는 압박으로 포항을 괴롭혔고, 최효진이 중앙선을 넘어서 공을 두 번 이상 건드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동시에 분요드코르는 김정겸이 오버래핑을 자제한 왼쪽보다 최효진이 올라가고 비어있는 왼쪽 측면을 풀백 하이룰라 카리모프와 왼쪽 미드필더 자수르 하사노프를 앞세워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들의 빠른 발을 오른쪽 측면을 커버하기 위해 내려온 김태수나 신형민은 제대로 막지 못했고, 아무리 빠르고 활동량이 좋은 최효진이라도 이들의 역습을 따라잡긴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히바우두가 2선에서 측면 뒷공간으로 공급해주는 킬 패스에 포항은 중앙 수비가 측면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중앙에서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에게 무인지경의 상황을 허락하고 말았다. 결과론적으로 최효진의 공격가담은 돌이킬 수 없는 독이 되어 돌아오고 만 것이다.

후반 내내 왼쪽 측면의 하사노프와 맞닥뜨린 것이 포항의 오른쪽 수비수 최효진이 아닌 중앙 수비수인 김형일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신형민이었다는 점은 최효진이 오버래핑한 틈을 분요드코르가 얼마나 잘 공략했는지를 보여준다.

두 번째 실점 상황 역시 최효진이 중앙선 부근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벌어졌다. 최효진이 중앙선 부근에서 빼앗긴 볼이 히바우두에 의해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하사노프에게 연결되었고, 하사노프가 차분하게 올린 크로스를 제파로프가 밀어넣으며 분요드코르의 역전골이 터지고 말았다. 이후 분요드코르의 결정적인 상황은 모두 최효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졌다.

후반 35분에는 포항의 코너킥을 걷어낸 것을 최효진이 잡고 공격을 시도하다 빼앗기며 히바우두에게 위험천만한 상황을 내주었고, 이후 여러 차례 왼쪽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가져가던 분요드코르는 결국 승부에 쐐기를 박는 세 번째 골까지 터뜨리고 말았다. 이번에도 하사노프가 올린 크로스를 제라로프가 넣었고, 이때도 최효진은 전방에 공격가담을 나와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최효진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려던 파리아스 감독의 의도는 오히려 상대에게 가장 좋은 공략지점을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포항은 이제 일주일 뒤 홈에서 치러질 8강 2차전에서 반드시 2-0 이상으로 승리해야만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홈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 속에 최효진의 공격가담이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그 효용성을 극대화된다면 두 골 차는 큰 차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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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효진 (C) 엑스포츠뉴스 DB]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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