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적지 않은 논란 속에 진행되어 왔던 대표팀을 지휘할 새로운 선장이 드디어 선임되었다. 이미 수차례 있었던 언론 보도와 같이 네덜란드 출신의 아드보카트(58) 감독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이끌게 되었다.
아랍에미리트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6일 가삼현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국장과의 1차 접촉에서 '대표팀을 맡을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고, 이후 축구협회와 아드보카트 감독 간에 협상이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11일 아랍에미리트 대표팀 감독직을 사퇴하면서 한국행을 선택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는 29일이나 30일경 국내로 들어와 10월 1일부터 본격적인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많은 논란 속에 진행되었던 차기 사령탑 선임은 선장이 정해진 지금에도 많은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실제로 축구관련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아드보카트 감독 선임에 대한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하는 팬들도 있는가 하면 '굳이 다른 나라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을 빼왔어야 했느냐?' 등의 비난 여론이 거세다.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던 차기 감독 내정설에 관한 부분과 기본 계약 기간이 내년 월드컵 본선이 종료되는 2006년 6월 15일까지이고 양측의 합의하에 아시안컵이 끝나는 2007년 7월까지 가량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근시안적인 계약 조건도 문제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논란들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감독은 선임되었고 모든 결론은 종착점에 이르렀다. 지금에서 또다시 이런저런 이유를 거론하며 여론이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흔들게 되면 한국 축구는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축구는 지난 동아시아대회와 월드컵 예선이 진행되는 동안의 졸전과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과 관련해 많은 축구팬이 등을 돌린 상태이다. 일 예로 전기리그만 해도 폭발적인 관중 증가를 보였던 K-리그도 후반기 눈에 띄는 관중 감소가 일어났고, 최근 수개월 동안 비판과 비난으로 얼룩진 한국 축구 자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호응도 많이 떨어졌다.
이렇게 멀어진 축구팬들과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다시 찾는 길은, 한국 축구와 대표팀이 나아진 기량과 경기력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한국 축구가 좋은 성적을 내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우선 축구팬들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고, 축구팬을 시발점으로 커진 국민적인 응원과 사랑은 한국 축구의 위기 탈출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4강을 일구어낸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가 전 국민의 너무나 뜨거운 함성과 응원 때문이었음은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그러한 국민의 엄청난 응원이 대표팀 선수로 하여금 부족한 2%들을 스스로 끌어내게 하였고 그러한 국민을 위해 포기하지 않으며 싸울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현재 한국축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축구협회에 있다. 그리고 본프레레 감독의 퇴임 이후 보여주고 있는 협회의 태도와 차기 감독 선임을 놓고 진행되었던 일련의 사건들도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으며 적지 않은 의구심을 품게 한다.
앞서 언급했던 감독 내정설이나, 이전에 본프레레 감독의 도중하차에 관한 책임론을 회피한 부분은 앞으로 계속 지적당해야 하고 밝혀야 할 문제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협회의 문제를 차기 감독으로 결정된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불신이나 한국 축구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선 안된다.
부분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시키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협회에 대한 잘못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목소리대로 내고, 새롭게 출범할 대표팀에 대해서는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임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가질만한 이유도 없을뿐더러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과 함께 우리 대표팀 이끌었던 핌 베어벡(48. 네덜란드) 코치와 압신 고트비(40. 미국) 비디오 분석관이 동행하는 만큼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선택이었다.
결정되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모두 결론이 내려졌다. 이제 남은 것은 대표팀에 대해 이전과 같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야 하는 팬들의 몫이다. 한국 축구가 앞으로 넘어야 할 험난한 산들은 대표팀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닌, 우리 축구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인 것이다.
손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