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포천, 정재훈 기자]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원하는가?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찾는가? 그렇다면, K-3리그 경기장으로 향해라.
9월 12일 오후 포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DAUM K-3 2009' 25라운드 포천 시민축구단(이하 포천)과 삼천 신우 전자(이하 삼척)의 경기는 수만 명의 관중도 없었고 스타 플레이어도 없었지만 '축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멋진 경기였다.
최근 상승세를 타며 리그 4위까지 오른 홈팀 포천은 삼척을 상대로 전반 7분 원창승의 골과 후반 8분과 22분에 유명훈과 윤화평의 추가 골에 힘입어 윤승현이 한 골 만회하는데 그친 삼척을 꺾었다.
'재일교포 3세' 진창수는 경기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리그 도움랭킹 1위답게 후반 8분에는 정확한 크로스로 추가 골을 도우며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날 경기는 축구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때때로 어이없는 패스 미스나 헛발질을 하며 다소 엉성한 모습도 보이긴 했으나 빠른 공수전환과 세밀한 패스 플레이, 번뜩이는 몸놀림은 프로선수의 그것과 같았다.
전반 7분 원창승의 선제골을 이끌어낸 장민수의 스루패스는 수비수 4명을 관통하며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또한, 그 패스를 받은 원창승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했다. 장민수의 스루패스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빠르고도 정확한 패스로 K-리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패스였다.
이날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진창수는 J-2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답게 우월한 경기능력을 보여주었다. 빠른 드리블 돌파와 정확한 패스와 슈팅은 물론이고 전반 14분에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날아온 패스를 정확히 발 앞에 컨트롤했고 이어서 다음 동작에 슈팅까지 연결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도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논스톱 패스 내지는 원터치 패스를 수차례 연결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관중들은 탄성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박수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좋은 경기력 때문인지 텅 비었던 관중석은 어느새 본부석쪽 스탠드에 많은 지역주민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포천 산하의 유소년 클럽의 어린이들이 포함되었다. 이 축구 꿈나무들은 한쪽에 자리 잡아 옹기종기 모여서 북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선배(?)들의 플레이를 감상했고 응원했다.
높은 경기력과 더불어 양 팀의 승부욕도 대단했다. 아마추어리그라고 승부욕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후반 18분경 주심이 삼척의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며 포천이 페널티킥 얻어내자 삼척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경기가 약 5분정도 중단되는 상황도 있었다. 물론,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고 잘못된 승부욕이지만 그만큼 승리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골로 점수 차가 2점으로 벌어졌지만 경기는 더욱 재밌게 흘러갔다. 포천은 계속해서 득점을 노렸고 삼척은 포기를 몰랐다. 더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후반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두 팀은 공격을 거듭하면서 골에 대한 집착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K-3리그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비록 환경은 열악하지만 굵은 땀방울과 유니폼에서 나는 땀 냄새 그리고 승리에 대한 열정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즐기는 바로 축구에 대한 사랑이다.
[사진='세번 째 골의 주인공 윤화평' (c) 포천 시민축구단 제공]
정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