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06 07:42 / 기사수정 2009.09.06 07:42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전성호 기자] 대표팀 세 번째 공격수의 주인공은 설기현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9월 5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호주 대표팀을 상대로 가진 평가전에서 설기현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23명으로 구성되는 월드컵 엔트리에는 골키퍼 3명을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는 20명, 그 중에서 공격수는 적으면 4명, 많아야 5~6명 정도에 불과하다.
허정무 감독이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대해 "70%는 이미 정해졌다."라고 밝히는 가운데 월드컵을 향한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는 공격수는 이근호와 박주영이다. 이들은 나란히 허정무호 출범 이후 대표팀 내 최다 골 1, 2위(박주영 8골, 이근호 7골)에 올라 있다. 둘의 투톱 체제도 현재로선 대표팀의 가장 확실한 공격 카드다.
그리고 최근에는 K-리그에서 '킬러 본능'을 회복한 이동국이 경쟁에 가세했다. 이동국은 대표팀 복귀전인 파라과이전에서는 부진했지만, 박주영과 호흡을 맞춘 호주전에서는 괜찮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심스러운 합격점을 받았다.
조재진, 신영록, 조동건, 정성훈, 유병수 등도 최근 대표팀에는 합류하지 못하거나 부진했지만 잠재적인 경쟁 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설기현이 이번 호주전 활약을 통해 공격수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 됐다.
최근 대표팀엔 이청용, 염기훈, 김치우, 이승현 등 전에 없이 측면자원이 풍부해진 데 반해 피지컬이 좋은 스트라이커 중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대표팀의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해오던 설기현이 호주와의 경기 후반전 투톱 공격수로 투입되며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날 경기에서 설기현은 오랜만의 A매치 출장에 긴장한 탓인지 움직임이나 볼 컨트롤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결정적인 찬스에서 한국의 세 번째 득점으로 이어진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경쟁의 신호탄을 울렸다.
막상 설기현 자신은 골에 대해 "(박)지성이의 크로스가 너무 좋았을 뿐이다.", "운이 좋았다."라며 겸손해 했지만, 골문 앞에서 이근호와 엇갈려 뛰어든 다음 빈 공간을 파고들어 수비수를 따돌리는 그의 날카로운 움직임이 없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득점이었다.
설기현은 이날 경기에서 중앙뿐 아니라 측면도 공격하며 상대 수비진에 공간을 창출했고, 이는 곧 박지성 등 2선에서의 중앙 침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정확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상대를 위협하는 크로스도 수차례 선보였다. 좋은 체격과 몸싸움 능력, 스피드 역시 돋보인다.
가끔 단조로운 직선적 움직임이 강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런 점만 어느 정도 보완된다면 설기현은 측면뿐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활용도도 매우 높은 자원임에는 틀림없다.
설기현 본인 역시 "측면이 편하지만 어떤 자리에서도 항상 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라며 공격수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1년 넘게 부침을 겪으며 대표팀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던 설기현. 과연 이번 기회를 통해 공격수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다시 한번 월드컵 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그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