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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한국배구가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

기사입력 2009.09.02 12:07 / 기사수정 2009.09.02 12:07

조영준 기자



"한국에 비해 일본은 세계배구의 흐름을 잘 타고 있다. 선수들의 신장은 작지만 훨씬 빠른 플레이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조직력이 끈끈하기 때문에 공격패턴과 세트플레이가 한국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특정선수에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호철 감독의 평가였다. 2009월드리그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6월 초, 김 감독은 일본배구의 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강조했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일본 코마키파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0 국제배구연맹 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전' 3차 라운드 H조 경기서 한국은 일본에 세트스코어 0-3(23-25 16-25 22-25)으로 완패했다. 일본을 이기고 세계선수권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는 한국과 일본 배구 사이에 놓여 있는 ‘현실적인 벽’에 차단되고 말았다.

몇 박자 빠른 플레이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한국

현대배구의 추세는 세터의 빠른 토스워크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 배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외국 세터들 대부분은 낮고 빠른 토스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공격수들의 움직임과 타이밍도 국내배구에 비해 몇 템포 빠른 것이 사실이다.

일본배구는 신장의 열세를 ‘빠르기’로 극복해냈다. 일본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남자와 여자배구 모두 ‘1초 배구’를 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러한 의견은 곧 ‘현대배구’의 추세를 따라가겠다는 의도도 담겨있었다.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한 시즌을 보낸 문성민(23, 터키 할크방크)은 “독일에서 적응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빠른 플레이에 익숙해지는 점이었다. 한국 세터들은 토스를 할 때, 손바닥으로 볼을 잠시 잡은 뒤, 볼을 올리지만 그곳의 세터들은 손바닥에 닿자마자 바로 토스하는 특징이 있었다”고 유럽과 국내 세터들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공격수의 성향에 맞게 토스를 올려주는 것이 국내 세터들의 장점이다. '빠르기'보다는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이러한 토스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뛴 경력이 있는 김상우 현 LIG 손해보험 코치는 "외국 세터들의 토스를 보면 네트 양쪽에 붙어있는 안테나 위로 올라가는 토스를 좀처럼 볼 수 없다. 일직선으로 낮게 날아가는 빠른 토스가 대부분이다. 국제대회에서 블로킹이 쉽지 않은 이유는 '빠른 공격'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조직력을 갖춘 팀은 단시일 안에 완성되지 않는다

터키 프로팀인 할크방크로 진출한 문성민은 1일 열렸던 터키리그 진출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배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공격력은 한국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브리시브와 수비력은 일본이 앞서나가고 있었다. 30일 벌어졌던 세계선수권 예선전에서 일본은 우리가 공격하는 상당수의 볼을 걷어내고 있었다. 또한, 탄탄한 조직력도 일본이 앞서나가고 있었다”

공격수들의 높이에서는 한국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수비력과 기본기에서는 일본이 우세를 점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신장의 열세에서 오는 약점을 일본은 빠른 스피드와 탄탄한 조직력으로 커버하고 있다.

특정 팀의 조직력을 완성하는 일은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 아래 오랫동안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일본 남자배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표팀 엔트리를 젊은 선수들 위주로 물갈이했다.

그러나 주전 세터인 우사미 다이스케와 리베로인 타나베 등은 여전히 대표팀을 지키고 있었다. 팀의 플레이를 만들어 나갈 ‘핵심’ 멤버는 여전히 일본팀에 남아있었다.

여기에 비해 한국 대표팀은 주전 세터인 권영민(29, 현대캐피탈)이 부상으로 빠지고 한선수(24, 대한항공)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팀의 플레이가 오랫동안 유지되려면 경기를 조율할 세터의 자리는 고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특정 멤버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손발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대비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대비한 일본에 비해 한국은 국제대회가 눈앞에 다가오면 급히 선수들을 소집해왔다.

감독의 밑그림대로 팀의 조직력이 완성되려면 최소한 2~3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는 비단 한국 남자 대표팀만이 아닌, 여자 대표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은 2004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이후, 곧바로 2008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고정적인 멤버를 구성해 장기적으로 손발을 맞춰왔다.

그러나 매년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남자대표팀과 여자대표팀은 선수 구성이 일관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정 멤버들이 오랜 기간 동안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도 한국 대표팀의 발전을 위한 우선 과제이다.

올해 벌어진 한일전에서도 한국은 남자와 여자 모두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 남자배구는 9월 26일 벌어지는 2009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에서 일본에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일본전에 대한 연패탈출은 선수들은 물론, 모든 배구 팬들이 염원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연패탈출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과제는 세계 배구의 흐름을 쫓아가는 점과 탄탄한 조직력을 완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실천이다.

[사진 = 한국남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문성민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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