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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은반 위의 무도] 5년 후의 한국 피겨를 생각하다 - 하

기사입력 2009.09.01 11:46 / 기사수정 2009.09.01 11:46

조영준 기자



메마른 사막에서 샘솟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 '한국의 피겨 유망주' - 여자 싱글 편

무라카미 카나코(15, 일본)는 일본 피겨 유망주들 중,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스케이터다. '제2의 아사다 마오'란 칭호까지 부여받은 무라카미는 기술 구사와 경기 스타일이 아사다 마오와 흡사한 점이 많다.

아사다 마오의 옛 스승이었던 야마다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 무라카미 카나코는 아사다 마오와 흡사한 '플러츠'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구사하는 점프의 정확성도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입상한 경험이 있는 무라카미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입상에 성공했다. 점프의 정확성은 아직 떨어지지만 어린 나이에 비해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었다.

무라카미 카나코와 함께 일본 피겨의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는 후지사와 유키코(14, 일본)와 니시노 유키(15, 일본)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녔다. 점프의 질과 정확성은 무라카미 카나코보다 오히려 이들이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지사와 유키코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니시노 유키 역시 일본 피겨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유망주이다.

니시노 유키는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벌어진 아시안트로피대회 여자 싱글 주니어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국내 여자 싱글 주니어 '쌍두마차'인 곽민정(16, 군포수리고)과 윤예지(15, 과천중)였다.

일본 피겨의 인프라가 부러운 점은 국제 주니어 무대에서 입상한 선수들이 국내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24일에 벌어진 전 일본 주니어 대회에서 1위에 입상한 선수는 앞에서 언급한 세 선수가 아니었다.

이마이 하루카는 쇼트와 프리에서 고른 연기를 펼치며 정상에 등극했다. 또한, 스즈키 마리가 2위에 올랐고 '제2의 마오'란 명칭을 부여받은 무라카미 카나코는 3위에 머물렀다.

곽민정이 동메달을 따낸 멕시코 주니어그랑프리에 참가했던 나카무라 아야네가 4위를, 그리고 정확한 기술을 지녔다는 후지사와 유키코는 8위에 머물렀다. 열악한 선수층으로 인해 항상 똑같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국내에 비해 풍부한 유망주들이 대거 출연하는 일본 피겨의 인프라는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열악한 선수층에서 성장한 국내 선수들은 아직까지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스케이터들이 가진 재능은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다.



현재 노비스(13세 이하)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재능은 상당히 뛰어나다. 더블 악셀을 어린 나이에 완성한 이들은 모두 트리플 점프를 연마하고 있다. 또한, 음악을 타는 느낌과 기본기가 탄탄한 점이 이들의 미래를 밝게 전망시키고 있다.

지난 시즌, 자신이 참가한 각종 대회를 휩쓸었던 박소연(12, 나주초)은 피겨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린 나이에 비해 안정되고 흔들리지 않는 경기를 펼친 박소연은 한국 피겨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박소연은 지난 시즌,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미국에서 전지훈련 중인 박소연은 트리플 점프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박소연과 함께 주목할 스케이터는 서채연(13, 오륜중)이다. 뛰어난 기술 구사력과 피겨 선수로서 적합한 체형을 지닌 서채연은 지난 시즌,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김해진(13, 관문초)과 이호정(13, 남성초)도 시간이 흐를수록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에 있었던 승급시험에서 6급 합격에 성공한 김해진은 점프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인상적인 표정연기와 뛰어난 표현력에 장점을 보이고 있는 이호정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점진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이들 선수들의 뒤를 잇는 최휘(11, 안양 부흥초)와 최다빈(9, 방배초) 등도 눈여겨볼 유망주다. 일본의 경우, 기술의 완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양한 점프 습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전념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피겨 일선의 지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연아의 성공 중 하나는 탄탄한 기본기 습득에 있었다. 어떤 기술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진중하게 익히고 온 것이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했다. 이른 나이에 다섯 가지 점프를 모두 익히는 점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탄탄한 스케이팅 기술과 에지 활용법을 익히는 것이 국내 피겨 유망주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국내 피겨 유망주들이 쉽게 피해가지 못하는 '덫'은 바로 '부상'이다. 근래 들어 기초체력 훈련과 지상훈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어린 선수들의 피로 도를 덜어주는 스케줄 관리도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제2의 김연아'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김연아 이후의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연아란 최고의 스타가 쏟아내는 이미지 메이커에 치중해, 순간적인 이익에만 도취된다면 한국 피겨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스케이터'인 김연아는 한국에서 배출됐다. 그러나 김연아는 한국 피겨 시스템의 도움이 아닌, 독자적인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일궈낸 케이스다. 만약 김연아 이후 세대의 스케이터들에게 이런 기대를 바란다면 한국 피겨의 미래는 암흑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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