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8.25 10:00 / 기사수정 2009.08.25 10:00
라파 베니테즈는 21세기 가장 위대한 감독들 사이에 낄 만한 감독임에는 분명 틀림없는 감독이다. 발렌시아 재직 당시 01/02시즌과 03/04시즌 리그 우승을 안겨주었고, '토너먼트의 마법사'라는 별명답게 지금의 유로파 리그의 전신인 UEFA컵 우승(03/04)컵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리버풀 부임 첫 해인 04/05시즌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으키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안기고, 리버풀을 또다시 챔피언스리그의 강자로 만든 베니테즈의 업적은 분명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베니테즈가 토너먼트 대회에서 강력함을 드러내는 것은 그의 주된 전술인 4-2-3-1이 튼튼한 중원을 기반으로 해 경기에서 쉽게 밀리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단에 로테이션 정책을 사용하면서 시즌 내내 한결같은 체력을 유지시켜 막판 레이스에서 스퍼트를 내는 데 있다. 그래서 리버풀은 전반기에 흔들리는 감이 있더라도 후반기엔 비축해둔 체력을 바탕으로 여지없이 살아났다. 그리고 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다음 시즌엔 이보다 나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베니테즈의 발목을 잡는 '독'과도 같은 일이 된다. 수비를 탄탄히 해서 지지 않는 축구를 하는 베니테즈에겐 선수 기용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겨야 할 경기에서 승부를 보지 않고 한 수 접는 듯한 선수 기용을 자주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리버풀은 무승부가 많았다. 아니, 실상 무승부가 많다기보다는 이겨야 할 약팀과의 승부처에서 이기질 못했다. 베니테즈의 4-2-3-1은 강팀을 상대할 때 탄탄한 수비로 '한 방'의 역습을 성공시켜 승리를 거두는 멋진 전술이지만 약팀과의 경기에서 강팀이 웅크리고 역습을 노린다는 것은 뭔가 비상식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지나친 로테이션으로 인해 불만을 가진 선수단을 아우르는 면이 그에게는 부족하다. 베니테즈는 본래 언론플레이를 즐기는 감독이 아니지만, 지난 시즌부터 스타일을 바꾼 것인지 언론 노출이 잦아지고 있는데 매우 역효과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았다. 팀을 새롭게 재편하기 위해 영입을 노린 가레스 베리에 대한 무한한 찬양 덕분에 알론소는 조용히 마드리드로 떠나기를 결심했고 퍼거슨과의 대담에서는 말할 나위없는 '완패'를 겪고야 말았다. 피터 크라우치 또한 "헤트트릭을 해도 다음 주면 나는 벤치에 있어야 했다"는 말로 베니테즈의 로테이션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베니테즈가 진정 리버풀에 우승컵을 안겨다주고 싶다면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는 절대로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현재 선수들의 컨디션이 어떤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더욱 그렇다. 누가 최근의 라이언 바벨을 보고 그에게 리버풀의 측면을 맡기겠는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마법 같은 드리블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요시 베나윤을 후반에 투입할 바에는 처음부터 베나윤을 선발 출장시켜 거세게 몰아부치는 게 안될 것은 무엇이 있는가?
제라르 울리에 시절을 통해 리버풀은 그래도 과거의 영광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데 성공했고 라파 베니테즈의 시절을 거치며 한 차원 높은 축구를 구사하며 점점 더 과거의 영광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올 시즌에도 베니테즈가 리버풀에 이렇다 할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베니테즈의 능력이 거기까지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번 시즌, 그리고 다음 시즌까지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다면 리버풀은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나가기 위해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잉글랜드 최고의 명문 클럽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 명문이 EPL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수모를 씻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사진 = 볼튼전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베니테즈 감독 ⓒ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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