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8.24 22:57 / 기사수정 2005.08.24 22:57
LG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Powerful LG Dynamic Twins!' 라는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띈다. 그만큼 올 시즌을 출발하는 LG의 각오는 남달랐다. 2002년 아쉬운 준우승을 뒤로하고, 2003-2004년 2년 연속 6위라는 부진한 성적에서 탈출. 뭔가 새로운 도약으로 '신바람 야구'로 대변되는 한국야구 최고 인기팀의 명성을 찾기위해 많은 준비를 기울였던 것이다.
MLB 유망주 출신의 거포 용병 마테오를 영입했고, '호타준족'으로 뛰는 야구의 선봉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 루 클리어를 영입, 기존의 이병규 - 박용택 - 최동수-박경수 등과 더불어 막강 타선을 구축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4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인 거포 박병호 그리고 뛰어난 외모와 실력까지 겸비한 정의윤이라는 신인 타자의 영입 등 LG는 다른 팀 부럽지 않은 기존전력에 '신선한 피'까지 수혈했다. 물론 LG의 특성상 용병이든 신인이든 타자보단 투수가 더 필요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화끈한 타격과 뛰는 야구'를 모토로 LG는 새로운 신화창조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비록 시즌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8월 23일 현재 106경기를 치룬 상황에서 44승61패1무 승률 0.419로 8위 기아에 반 게임차 7위를 달리고 있다. 그나마 기아가 103경기를 치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하위로 추락할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이다.
▲ LG 트윈스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메인화면
명문구단 LG에게 우째 이런일이?!
1995년 당시 프로야구 관중은 500만을 돌파했다. 이 당시엔 지금처럼 PC방이나 멀티플렉스같은 다양한 문화나 여가선용의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야구장이 각광을 받았던 것도 야구흥행에 요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LG-OB(현 두산)-롯데라는 거대시장을 연고지로 갖고 있는 팀의 빼어난 성적이 팬들의 발길을 야구장으로 모이게 했던 것이었다.
특히 MBC 청룡을 인수, 새롭게 1990년 창단한 LG 트윈스는 창단 첫 해 우승을 차지하더니 1994년에도 당시 이상훈-정삼흠-김태원-인현배-차동철-김용수 등으로 이어지는 투수진과 유지현-김재현-서용빈-한대화-노찬엽 등으로 대변되는 타자들을 앞세워 또다시 우승을 이뤄내며 ' LG의 전성시대' 를 열어갔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일까? 90년대 우승 2회 준우승 2회 등 명문구단의 가도를 달리던 LG는 2000년 매직-드림리그 시절 잠실 라이벌 두산에게 발목이 잡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더니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2003-2004시즌 연속 6위에 그치고 있다.
팬들의 변 - 단순히 '성적' 때문에 경질을 원하는건 아니다
명문구단의 이미지를 구길대로 구긴 상황에서 올 시즌 창단 이후 첫 꼴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LG 트윈스의 팬 게시판인 '쌍둥이 마당'(이하 쌍마)에선 유성민 단장과 이순철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8월 22일 'Rlagusrms99'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팬이 제안한 퇴진 릴레이는 현재 쌍마게시판의 대부분을 차지할만큼 팬들의 호응을 얻고있다.
팬들이 주장하는 단장-감독을 퇴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프렌차이즈 스타(김용수-유지현-김재현-이상훈-서용빈 등)을 너무 홀대하거나 냉혹하게 버렸다.
둘째, 단장의 경우 지나친 간섭이 심하고 감독의 경우 선수기용에서도 문제가 있으며 패했을 경우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린다.
셋째, 트레이드나 용병영입에 있어서도 투수력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인지 타자 영입에 전력을 쏟은결과 선발-마무리 투수의 난조로 성적이 급전직하했다.
위의 세 가지가 크게 팬들이 단장과 감독에게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시각의 차이나 생각의 차이에 따라선 다소 다르게 볼 수도 있는 일이다.
▲ 팬들의 단장-감독 퇴진릴레이로 가득찬 쌍마 게시판
비단 LG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패배를 달갑게 여기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LG 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올 시즌 LG의 꼴찌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래야 단장-감독이 퇴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지금 팬들의 코치진과 프런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흥분을 넘어 점차 싸늘하게 얼어붙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LG의 진통이 LG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야구 흥행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래도 창단 이후 명문 구단임을 자처해왔고,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팀도 없다. 팀을 사랑하는 열정에 있어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팬들이 바로 LG팬들이다.
팬들의 열정과 분노와 사랑은 어디까지나 야구장에서 표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팬들의 일방적인 외침이 되거나 프런트의 답이 없다면, 팬들도 점점 야구장을 찾지않을 수밖에 없다.
팬들의 분노에 찬 외침이 싸늘한 무관심으로 바뀌기 전에 이젠 LG 구단에서 답을 줘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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