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3:17
스포츠

"공부도 운동도 세계 최고가 될래요"

기사입력 2009.08.17 12:26 / 기사수정 2009.08.17 12:26

이우람 기자

- 페어팩스가 부럽지 않은 박찬숙농구교실 아이들… 3천명 참가하는 대규모 축제 열어

우리나라 여자농구의 전설 박찬숙 단장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어린이 스포츠클럽의 역사를 다시 쓴다.

우리나라 교육의 흐름마저 바꿔 놓는다는 소위 ‘강남엄마’들을 중심으로 ‘뭔가 다르다’는 입소문이 번지기 시작한 ‘박찬숙농구교실’은 미국 어린이 스포츠클럽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도입, 국제선수평가그룹 (주)이아이펙 연구소의 기술자원, 한양대 생활체육과학대학 한필수 교수 연구팀의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하여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근간으로 원칙에 충실하고, 스스로의 가능성 개발에 열정 넘치는 미래의 글로벌 리더’를 키운다는 취지 아래 어린이 스포츠클럽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다.

‘박찬숙농구교실’ 회원을 중심으로 미취학 아동부터 중고생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던 ‘홈&어웨이경기’를 확대하여 이번에 처음으로 개최하는 ‘박찬숙배 클럽대항 농구대회’는 8월 19일, 20일 양일에 걸쳐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금천클럽, 강북클럽, 서초클럽, 송파클럽의 800 여명 어린이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시합에 참가하며 주최측 스텝과 자원봉사자, 학부모까지 합쳐 약 3,000여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어린이스포츠클럽 사상 유래가 없는 대규모 대회이다.

전교 1등이면 뭐해요? 운동을 잘 해야죠

미국은 토요일이면 도시는 물론 시골 어디를 가더라도 동네 체육관, 운동장마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고등학교, 대학생까지 거의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농구, 야구, 축구 등의 시합에 참여한다. 저마다 유니폼을 갖춰 입고, 프로선수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경기를 치루는 아이들과 부모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목이 터져라 아이들을 응원하는 광경에서 지역사회와 아이, 학부모가 주축이 되어 세계적 리더들을 키워내는 미국 교육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아이들의 초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는 이 농구교실의 한 학부모는 “미국의 8학군이라고 알려진 페어팩스의 아이들이 부럽지 않아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에 매력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됐죠. 공부를 잘하는 만큼 운동도 잘해야 합니다. 이미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된 미국의 경우, 아이의 아마추어 선수 활동은 중요한 합격 요인이에요. 꼬마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의 지역 스포츠클럽 대회 수상 경력을 통해 아이가 얼마나 에너지를 가진 학생인지, 스스로를 얼마나 잘 컨트롤할 수 있는 학생인지를 보지요. ‘박찬숙농구교실’에서 매달 열리는 ‘홈&어웨이경기’는 프로 선수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규모와 격식까지 갖추고 있어서 정말 놀라웠어요”라고 말했다. 

작년에 처음 개원한 대원국제중학교에 다닌다는 한 학생은 “이번 여름에 자매학교인 태국 방콕에 개교한 대원국제외국어학교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그곳이야말로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아이들의 천국이었어요. 제가 우리나라 농구 국가대표 은메달리스트에게 지도를 받는다고 했더니 그곳 국제학교 아이들이 놀라더라고요. 연수 프로그램 중에 스포츠 시합과 친선경기가 많았는데, 평소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은 농구교실에 나가 연습했던 제 농구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어 너무 기뻤어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저희 학교에 너무 많아요. 하지만, 저는 대학까지의 장기레이스에 자신 있어요.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제 체력을 당할 아이는 많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을 둔 한 학부형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됐죠. 초등학교 때까지는 말 잘 듣고 공부도 잘하고 늘 자신감 넘치고 유쾌하던 아이가 갑자기 변해가기 시작했어요. 괜히 아프다며 학원은 물론이고, 학교까지 곧잘 빼먹던 아이가 하는 일이라고는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MP3를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전부였고, 그러다가 완전히 입을 닫아버렸죠.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의욕을 보이는 것이 농구교실이었어요. 학교 중간고사 기간에도 학교를 결석하던 아이가 매주 일요일마다 농구교실 가는 것은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것이 처음엔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사이키 조명과 신나는 음악 속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홈&어웨이경기’ 때뿐이었어요. 그 때마다 제가 왜 우는지 다른 엄마들은 알지 못할 거예요. 아이에게는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지금 저희 가족에게는 농구교실만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아이가 곧 제자리를 다시 찾기를 믿고 기다릴 뿐이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건전한 사회인만이 훌륭한 리더 될 수 있어

잘생긴 외모로 많은 소녀팬을 확보하고 있는 슈퍼루키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어린이 농구스포츠클럽 출신이었다. 박찬숙 단장은 “지난 1년간 저희 농구 교실을 찾은 아이 중에 제 눈에 띈 아이들이 6~7명 정도 있었어요. 그런 아이들은 특별히 성장판 검사를 거쳐 아이의 예측 키와 선수로서의 신체적 조건 등을 검토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농구 감독들에게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사회체육의 저변확대뿐만 아니라 농구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도 저를 찾아오기 때문에 꿈나무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도 자연적으로 생기는 거죠”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고 있는 한필수 교수는 ‘박찬숙농구교실’의 교육 목적은 건강 도모보다도 농구의 규칙과 그에 대한 엄격한 준수를 통해 사회의 공공성을 중요시하는 건전한 사회인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래의 세계적인 농구선수든 글로벌 리더든 인적 자원만이 희망인 우리나라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것만큼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은 없을 겁니다. 한 자녀 가정이 많아 아무리 가정교육에 신경을 써도 이기적이기만 한 요즘 아이들에게 규칙과 약속을 중요시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만이 가치 있는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정말로 필요한 것입니다. 사회가 물질적으로 말할 수 없이 풍요로워지고,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되어 갈수록 스포츠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사람들이 반대급부적으로 더욱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건전한 스포츠를 통해 터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할 때 열심히 집중해서 하는 대신 적어도 1주일에 한번 정도는 제대로 격식을 갖춰서, 정말 제대로 놀 수 있어야 합니다. 공부를 제대로 하도록 강요하는 만큼 노는 것도 제대로, 격이 있게,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죠. 방 안에 처박혀서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이미 잘못된 생각을 정형화한 후에 고치려고 하면 부모와 사이만 벌어집니다. 아이들이 건전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어릴 때부터 아이를 좋은 교육환경에 노출시키는 것 못지않게 잘 놀 수 있는 방법에도 미리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잘 논다’는 것은 교육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할 수 있죠. 앞으로의 사회도 그런 인재를 원하고 있구요”라고 역설했다.

‘발굴’과 ‘도움’을 생각하는 축제의 장

이번 대회를 단순한 대회가 아닌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꾸미겠다는 박찬숙 단장은 “실제 농구교실 회원의 학부모이기도 한 가수 심신 씨의 축하공연은 물론이고, 한양대학교 댄스스포츠, 에어로빅팀의 공연 등이 예정되어 있어요. 아이들이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원해 그쪽으로도 신경을 써보고 있는 중이죠. 그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나 학부모가 이번 대회에 직접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진정한 축제는 나눔으로써 더 즐거워지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바람직한 인재 ‘발굴’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라고 했다. 모든 대학들이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특별 전형하는 것처럼 ‘박찬숙농구교실’에서도 현재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다. 앞으로는 소년소녀가장이나 장애우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고, 은퇴선수 등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을 돕는 일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의 개회식에는 불치병으로 심한 고통과 생활고까지 겪고 있는 왕년의 여자농구스타인 김영희 선수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어서 아이들이 직접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나눔에 대해 좋은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진정한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봉사라는 박 단장의 말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이끌어가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이우람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