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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명품 공연'으로 기억될 아이스올스타즈

기사입력 2009.08.17 10:57 / 기사수정 2009.08.17 10:5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올림픽체조경기장, 조영준 기자] 작년 12월,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2008~2009 ISU(국제빙상경기연맹) SBS 4대륙 피겨 스케이팅 대회가 개최됐다. 김연아가 출전하는 경쟁대회가 국내에서 펼쳐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스쇼'는 김연아를 국내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김연아의 뛰어난 기량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오는 유명 선수들의 연기도 함께 볼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에 벌어진 '페스타 온 아이스2008' 공연을 시점으로 아이스쇼는 국내 피겨 활성화의 든든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또한, 아이스쇼의 완성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해 나갔다. 올 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전시 홀에서 열린 '페스타 온 아이스2009' 공연에 이은 '삼성 애니콜 하우젠 아이스올스타즈2009'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명품' 아이스쇼였다.



오케스트라와 협연, '예술 피겨의 진수 선보여

이번 공연에 출연한 모든 스케이터들이 공통적으로 힘겨워 한 것은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맞춰 연기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음향에 맞춰서 연기한 선수들은 인간이 직접 연주하는 선율에 몸을 던져야 했다.

이 작업은 이번 공연의 핵심 사항이었다. 오케스트라와 혼연일치가 되어야만 아이스올스타즈가 표방하는 공연이 살아날 수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많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자 노련한 스케이터들은 생생한 라이브 음에 맞춰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14일에 있었던 첫 공연에서는 실수가 자주 노출됐다. 오프닝과 피날레에서 서로 호흡이 안 맞는 부분이 종종 보였고 스케이터 각자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연기할 때도 실수가 나타났다.

그러나 2회 공연에 접어들면서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선수들의 움직임은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또한, 1회 공연에서 실수를 범한 선수들도 2회 공연부터는 최상의 연기를 수행해 나갔다.

3년 만에 복귀한 미셀 콴(29, 미국)과 '은반 위의 시인'으로 불리고 있는 일리야 쿨릭(32, 러시아), 그리고 세계적인 안무가인 셰릴 본(33, 캐나다)과 같은 노련한 스케이터들은 생생한 라이브에 맞춰 최상의 연기를 펼쳐나갔다.

장중한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깊이 있고 예술성 넘치는 공연을 펼친 1부 공연은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주었다. 흥겨운 분위기가 특징인 2부 공연도 훌륭했지만 이번 '아이스올스타즈'의 진수는 1부 공연이었다.

1부 공연이 높이 평가받아야 되는 이유는 화려한 기술과 즉흥적인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피겨 스케이팅의 진수는 '화려한 기술'보다 '그윽한 표현력'에 있음이 1부 공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피겨의 거장' 일리아 쿨릭과 셰린 본, 아이스올스타즈의 품격을 높여놓다

이번 공연을 통해,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았던 스케이터는 일리아 쿨릭이었다. 1998년 나가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쿨릭은 30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쿨릭이 1부 공연에서 연기한 'Song for the king'은 이번 공연에서 선보여진 프로그램들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쿨릭이 구사한 트리플 토룹과 살코 점프의 높이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또한, 동작 하나하나에 ’격조‘가 묻어 있었다.

3년 만에 은반 위에 복귀한 미셀 콴(29, 미국)처럼 쿨릭의 방한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IB 스포츠의 관계자는 "최근 쿨릭이 연기한 동영상을 보고 반드시 초청해야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쿨릭이 올림픽 챔피언에 오른 것은 10년 전이었지만 아직도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대했던 대로 쿨릭은 최고의 연기를 펼쳐줬고 본인도 한국 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쿨릭과 함께 뜨거운 반응을 얻은 스케이터는 셰린 본이었다. 2003년 아이스댄싱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본은 현재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출연한 스케이터들 중, 유일하게 '점프' 없이 최고의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셰린 본은 입증했다.

셰린 본의 프로그램은 소품을 활용한 뛰어난 독창성이 돋보였다. 1부 공연에서 선보인 의자와 함께 혼연일체가 된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셰린 본의 무대는 화려한 기술이 없어도 얼마나 훌륭한 연기가 가능한지를 증명했다. 부드러운 스케이팅 기술과 독창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세린 본은 오랜 세월동안 스케이트를 타온 ‘노련함’도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다시 태어난 '죽음의 무도'

전 ISU 임원 출신이자 '피겨계의 대모'로 불리는 소니아 비앙게티는 2008~2009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를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앙게티는 "김연아는 그녀만의 특별한 레벨을 가지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는 최고였으며 내가 몇 년 동안 그리워하던 예술적인 감동을 느끼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토빌과 딘의 볼레로, 카타리나 비트의 카르멘, 커트 브라우닝의 카사블랑카 그리고 야구딘의 윈터와 함께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연아는 모든 공연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죽음의 무도와 작별하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연기하게 됐고 오케스트라의 선율 속에 다시 태어난 이 작품이 매우 맘에 들었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이 작품과 헤어지게 되니 섭섭하다"고 대답했다.

아이스올스타즈에서 공개된 죽음의 무도는 일부 점프가 조정되었다.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 대신, '트리플 토룹 + 더블 토룹'이 배치됐고 단독 '트리플 러츠' 점프가 '트리플 살코'로 대체됐다.

점프가 갈라 쇼에 걸맞게 부담 없이 구성됐지만 점프를 바꿔서 다시 연기를 한다는 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첫 번째 공연에서 김연아는 흔들렸지만 둘째 날부터는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해내며 많은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아이스올스타즈'에서 나타난 스핀과 스파이럴, 그리고 현란한 스텝은 세계선수권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죽음의 무도'는 빈틈이 없는 구성을 갖췄기 때문에 일반적인 음향 시스템에서 연기하는 것도 매우 힘든 프로그램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다시 완성된 '죽음의 무도'는 매우 소화하기 힘든 프로그램이었지만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해 많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맞춰 '예술 아이스쇼'의 기치를 살린 점과 '피겨 거장'들이 진솔하게 보여준 그윽한 연기, 여기에 김연아가 선사한 최고의 연기는 '아이스올스타즈'를 명품 공연으로 완성했다.



[사진 = 김연아, 일리야 쿨릭, 셰린 본,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c) 엑스포츠뉴스DB 전현진 기자, 김세훈 기자,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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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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