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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의 '진국'을 맛보게 해준 '예술 아이스쇼'

기사입력 2009.08.15 06:18 / 기사수정 2009.08.15 06:1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올림픽체조경기장, 조영준 기자] 음향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아닌, 대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에 율동을 맞추는 행위는 결코 쉽지 않다. 14일부터 16일까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삼성 애니콜★하우젠 아이스올스타즈'는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손길이 가장 많이 갔던 부분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스케이팅을 펼치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우려도 많았지만 생생한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친 스케이터들은 모두 제 몫을 다해주었다.

오프닝과 피날레에서는 선수들의 호흡이 조금 어긋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가치가 높게 나타나는 부분은 '피겨 스케이팅 공연의 정통성과 예술성'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이다.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선율로 이루어진 1부 공연은 진중하면서도 우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다이내믹하고 파티 분위기가 물씬 풍긴 '페스타 온 아이스 2009'와는 차별된 아이스쇼였다. 매순간 팬들을 즐겁게 하고 어깨를 들썩이게 한 점은 '페스타 온 아이스' 공연의 관전 포인트였다.

이번 '아이스올스타즈' 공연의 1부는 진지한 프로그램의 구성 때문에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피겨의 진국'을 맛보고자 하는 팬들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아이스쇼가 바로 '아이스올스타즈'이다.

아이스올스타즈의 특징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수놓은 피겨의 '거장'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피겨의 전설'인 미셀 콴(29, 미국)이 3년 만에 복귀한 점은 이번 공연의 최대 이슈였다.

또한,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챔피언인 일리야 쿨릭(32, 러시아)과 2003년 아이스댄싱 세계선수권자인 셰린 본(33, 캐나다)은 이번 아이스쇼의 격상을 높였다.

실제로 14일 저녁에 벌어진 아이스올스타즈 첫 번째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스케이터는 일리야 쿨릭과 셰린 본이었다. 이제 30줄을 훌쩍 넘는 두 스케이터는 삶의 그윽함이 물씬 풍기는 연기를 구사했다.



1부 공연에서 일리야 쿨릭이 선보인 격조 높은 동작과 스텝은 오랜 연륜이 빚어져야 가능한 것이었다. 많은 세월동안 에지로 빙판을 긁으면서 느꼈던 묵직한 체험은 쿨릭의 연기를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쿨릭이 연기한 'Song for the king'은 화려한 기술과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는 없었다. 그러나 모든 동작에는 그윽함이 배어있었으며 스케이팅을 통해 자신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을 표출하려는 쿨릭의 의지는 생생히 살아있었다.

군더더기가 없고 노련함이 물씬 풍긴 쿨릭의 연기가 끝나자 장내는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긴 세월동안 스케이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살았던 한 노장 스케이터의 표현력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역에서 은퇴한지 오래됐지만 쿨릭은 여전히 질이 뛰어난 트리플 토룹 점프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빙판을 휘젓는 스텝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쿨릭과 함께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 또 한 명의 스케이터는 셰린 본이었다. 현재 세계적인 안무가로 활동 중인 셰린 본은 스케이트를 직접 타보고 수많은 안무를 짜본 실력가답게 뛰어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부 공연에서 의자를 소품으로 활용한 'La cumparsita'는 매우 창의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셰린 본은 의자를 활용한 '소품 활용'을 질 높은 퍼포먼스를 완성하게 했다.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표현해냈다.

피겨의 참맛은 단순히 뛰어난 기술을 구사해 높은 점수를 얻는 것만이 아니다. '스케이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요소는 '예술성'과 '감동'이다. 아이스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즐거움'에도 있지만 관객과의 소통과 '감동'도 매우 필요한 요소이다.

점프에서 몇 번의 실수를 보인 아라카와 시즈카(28, 일본)와 스테판 랑비엘(24, 스위스)는 '페스타 온 아이스' 때보다 화려한 연기는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절제미 넘치고 예술성에 입각한 연기를 표출해냈다.

진지하고 그윽한 분위기로 흘러간 1부 공연의 피날레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였다. 김연아는 이 무대에서 대선배들에게 떨어지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단순한 '배경음악'으로 전락했다면 이번 공연의 질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피겨 거장'들의 능숙한 솜씨와 하나가 되었다. 빙판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연기와 기계가 아닌 인간의 손길에서 흘러나오는 연주는 질 높은 공연으로 완성되었다.

'아이스올스타즈' 1부 공연은 '예술 피겨'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현란한 기술로 포장되지 않고 녹록한 경험을 잔뜩 우려낸 '스케이팅의 진국'은 아이스올스타즈 1부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사진 = '아이스올스타즈'에서 열연을 펼치는 김연아, 미셀 콴, 일리야 쿨릭, 그리고 셰린 본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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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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